(긴급경제진단)고환율 고착화, 경상수지·외환실탄↓…"외환위기는 아냐"
복합적 리스크로 경고등…1997년 IMF 수준 외환위기론 대두
원·달러 환율 1300원대 고착화·외환보유액 소진 뚜렷
지표 악화는 글로벌 요인에서 비롯…외환위기 비견될 정도 아냐
대외건전성 외부 평가 긍정적…환율도 달러 강세에서 비롯된 것
입력 : 2022-07-12 04:00:00 수정 : 2022-07-12 04: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용윤신·김현주 기자] 인플레이션 압력, 고환율 고착화, 경상수지 흑자 둔화 등 하방 요인에 따른 ‘경고등’이 커지면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수준의 심각한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위기론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외환보유액이 13년6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한데다, 원·달러 환율도 '심리적 저지선'인 1300원을 넘어 고착화할 조짐이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위기를 말하면서도 과거 외환위기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원화의 화폐가치가 오른 데다, 대외건전성에 대한 외부의 평가가 여전히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 환율·경상수지 지표 IMF 이후 '최악'
 
1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6월 원·달러 환율은 전월 대비 4.95% 급등했다. 이는 2011년 9월(10.43%) 이후 10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글로벌 달러 강세의 영향, 경기 침체 전망에 따른 안전 통화 선호, 무역 수지 적자폭 확대 등이 환율 상승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는 지난달 말부터 줄곧 130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과거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오르내린 시기는 1997년 외환위기, 2001년 카드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세 차례뿐이다. 또 이달 6일에는 개장 직후 1311원까지 올라 2009년 7월 13일(고가 기준 1315원) 이후 약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같은 환율 급등에 외환 당국은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녹록치 않는 게 현실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전월(4477억1000만 달러) 대비 94억3000만 달러 줄어든 4382억8000만 달러로 파악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11월(-117억5000만 달러) 이후 13년 6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외환보유액은 보통 국가 경제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완충 역할을 한다.
 
자료는 외환보유액 추이 그래프. (제작=뉴스토마토)
 
경상수지 흐름도 좋지 않다. 아직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흑자폭 축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5월 경상수지 흑자폭은 전년 동월(104억1000만 달러)보다 65억5000만 달러 가량 축소됐다. 지난 1994년 8월(1400만 달러 적자) 이후 28년 간 흑자를 기록했던 대중국 무역수지가 코로나19 봉쇄 조치 등 여파로 지난 5월부터 적자 반전된 점도 한몫한다.
 
◇ "지표 악화는 일시적 외부 요인"
 
정부는 최근 우리 경제 지표가 악화된 것은 맞지만 외환위기 수준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이 최근 4개월 간 감소하며 외환위기론이 나온 것을 알고 있다. 대외건전성과 관련해 보유액과 환율을 중심으로 지표가 악화된 것은 맞다"면서도 "과거 10년 평균에 비해 단기외채 비중, 보유액 절대비중, 보유액이 커버할 수 있는 장기외채 비중 등, 우리 대외건전성에 대한 투자은행(IB)나 신평사 등 외부의 평가는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표 악화는 글로벌 요인이 크다. 우리 경제 체력이나 펀더멘털을 고려해 보면 다른 신흥국 통화해 비해 우리 통화의 절하율은 그렇게 크지 않다"며 "환율 외채 조달 요건, 기업들의 조달, 신용부도스와프(CDS) 등이 글로벌 요인 때문에 악화되는 것은 맞지만 우리 경제의 전체적인 체력이나 과거의 위기나 코로나 이전 상황에 비해서 더 안 좋아진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매우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은 자료를 보면, IMF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총 1조118억 달러에 달한다.
 
외환보유액도 줄기는 했지만 아직 부족한 수준이 아니라는 게 한은 측의 판단이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세계 9위다. 1997년 당시 외환보유액이 39억 달러였던 점과 비교하면 규모가 100배 이상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에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국가신용등급이 대부분 안정적인 상태를 보일 것으로 평가했다.
 
이미 S&P는 지난 2016년 8월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안정적'을 의미하는 'A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한 이후 이를 유지해오고 있다. 또 무디스(Moody's) 역시 신용등급을 'Aa2,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다.
 
◇ "경제 구조 아직 견고…외환위기 언급하긴 이르다"
 
전문가들도 외환위기 수준의 침체 상황은 아니라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은 낮다.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고 있지만 4300억 달러를 넘는 수준이고 채권도 높은 데다, 경상수지도 적자가 아니다. 상품수지는 적자를 나타내고 있지만 경상수지는 최소 300억 달러 이상 흑자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환율은 달러 강세 때문에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지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국제금융학회장)는 "외환위기 시기와 지금은 다르다. 과거에는 외환보유고가 거의 바닥이었다. 지금은 외환보유고가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4300억 달러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1997년 말에는 우리나라 은행이나 기업 등 재무구조가 굉장히 좋지 않았다. 단기 부채 비중이 굉장히 높은 등 기업이나 은행이 부실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당시와 비교해서 기업이나 은행의 재무구조가 탄탄하다. 외환위기를 언급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인플레이션이 외환위기 결과였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위기를 촉발시키고 있다. 무역수지, 외환보유고 감소, 환율 불안 기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외환위기라는 것을 1997년 말처럼 외화 유동성 부족으로 외환을 상환 못해 생긴 것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학자들에 따라서는 환율 변동성이 1년에 10% 이상이면 외환위기로도 간주한다. 지난 1년간 15%가 변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 외환시장이 극도로 불안해졌는데 당시에 한미 통화스와프로 막았다. 하반기에 악화되는 심리를 막지 못하면 그로 인해 경기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가 결국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1일 경제 전문가들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해서 한국 경제의 위기를 말하면서도 과거 외환위기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원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용윤신·김현주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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