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택소노미 '원전' 향배는…"원전 만능주의 안돼, 재생에너지 실현도 절실"
윤 정부 'K택소노미 원전 포함' 가능성
EU 그린 택소노미, 전제 조건 까다로워
폐기물 처리장·원전 부지 등 전제해야
농축 우라늄 기술도 없어…러시아 의존
입력 : 2022-07-18 06:00:05 수정 : 2022-07-18 06:00:05
[뉴스토마토 김현주·김종서 기자] 유럽연합(EU)이 원자력발전과 액화천연가스(LNG), 천연가스발전을 녹색산업 분류 체계인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면서 한국판 K택소노미를 향한 원전 드라이브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EU가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며 에너지 위기를 고려한 핵폐기장을 조건부로 내건 만큼, 원전 만능주의에만 빠져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폐기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폐기물 처리장이나 새 원전 부지 확보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상황이다.
 
17일 <뉴스토마토>가 에너지 전문가들에게 'K-택소노미에 대한 원전 정책' 의견을 문의한 결과, 폐기물 처리장·새 원전 부지 확보 등을 둘러싼 갈등 우려와 재생에너지 실현의 필요성이 요구됐다.
 
성원기 강원대 명예교수는 "EU 그린 택소노미에 대해서 원전과 가스를 포함한다는 내용까지만 주목을 받고 그 전제 조건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많이 안 되는 것 같다. 폐기물 처리 방법이 굉장히 중요한 전제 조건이고 조건 충족 못하면 택소노미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는 "EU가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한 것은 원전을 지으라는 게 아니다. 사고저항성을 가져야 하고 폐기장 계획을 2050년까지 내는 경우에 한해서 조건부로 (원전을 택소노미 체계로) 인정한 것"이라며 "에너지 위기 등을 고려해 할 수 없이 넣어 준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속 가능한 에너지 구조로 가는 길에 원전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원전이 지속가능한 에너지라는 게 아니다. 기후친화적인 것은 맞지만 친환경이라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원전의 경제성 효과와 관련해 성원기 교수는 "원전 발전 비용을 계산할 때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비용은 넣지 않는다. 산출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결과적으로 원전의 경제적 타당성이 모호해지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6월 한국자원경제학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1kWh 전기를 생산하는 데 원전은 67.84원이 소요된다. 이는 가정용 태양광(100.33원), 대규모 태양광 발전(113.21원) 등과 비교해 가장 저렴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러한 원전의 경제성은 과장됐을 수 있다는 게 성 교수의 지적이다. 
 
또 신한울 3·4호기 건설 등 2030년까지 원전 비중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윤 정부의 방침과 관련해 박종운 교수는 "원전을 늘린다지만 신한울 3·4호기 이후 부지도 없는데 어디에다 늘릴 것인지 보이지 않는다. 원전 비중이 너무 커지면 생기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비수기 때는 전력이 50% 이상 남는데 그 부분도 고려해야 하고 성수기 때는 원전 하나가 멈추면 블랙아웃이 오기 때문에 피크 타임만 고려하면서 대형 원전을 너무 많이 가져가는 식으로 에너지 정책을 하면 안 되고 작은 원전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핀란드가 폐기물 처리장 만드는 데 40년 걸렸으니 우리나라에서 50년 걸린다고 생각하면 2070년에 된다. 사용 후 핵연료는 지금의 2배가 된다"며 "그렇게 오랜 시간 걸리는 문제들을 간과하고 발전소 짓는 것에만 몰입하면 안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핀란드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건설을 위해 1978년 예비 타당성 연구를 시작한 바 있다. 이후에는 2020년에서야 사용 후 핵연료를 처분하기 시작한 사례가 있다.
 
박 교수는 "에너지 계획은 연속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줄이는 균형있는 에너지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경수로 원전에서 사용되는 우라늄은 천연이 아니라 농축 우라늄인데, 그 기술이 우리는 없다. 가장 대표적으로 기술 가진 국가가 러시아”라며 “EU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게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 줄여야 한다는 것인데, 농축 우라늄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원전 늘리는 게 에너지 안보를 강화시킨다고 보기 어렵다”고 피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 전문가는 "에너지 문제를 놓고 정치적 정쟁화로 부상하는 듯 해 달갑지 않다. 원전 만능주의에 빠져서는 안된다. 원전 업계 쪽도 재생에너지 업계 쪽도 불만이 많은 시절"이라며 "에너지정책에 있어 실제 집행하는 정부 실무진들의 균형감있는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해보인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간의 균형감 있는 에너지 실현을 바랄 뿐"이라고 조언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전력 등 에너지 수급안정을 위해서는 어느 발전원도 소홀히 할 수 없으며, 원전을 기저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재생에너지도 합리적이고 실현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보급할 것이라고 전했다.
 
17일 <뉴스토마토>가 에너지 전문가들에게 'K-택소노미에 대한 원전 정책' 의견을 문의한 결과, 폐기물 처리장·새 원전 부지 확보 등을 둘러싼 갈등 우려와 재생에너지 실현의 필요성이 요구됐다. 사진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현장 배경의 윤석열 대통령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현주·김종서 기자 k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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