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세제개편)시늉만 낸 소득세 완화·중기 특례…부자감세는 밀어붙이기
경제 활력·민생 안정 포장만…결국 부자감세에 초점
0.01~0.02% 불과한 소수 재벌에 몰아준다는 지적
소득세는 하위 구간 과표만 조정…5000만원 초과는 혜택 없어
중견·중기 특례세율도 매출액 3000억 미만에 불과
입력 : 2022-07-21 16:00:00 수정 : 2022-07-21 23:13:39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윤석열 정부가 경제 활력·민생 안정을 기치로 첫 세제개편안을 내밀었지만, 결국 ‘부자감세’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법인세 인하가 국내 0.01~0.02%의 소수 재벌들에게 혜택을 몰아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과세표준상 특례세율과 소득세 과세 체계 개편도 내밀었지만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의 중소·중견기업과 소득세의 8개 구간 중 하위 2개 구간 과표만 살쩍 조정한 것에 그쳐 부자감세 지적을 피하기 위한 시늉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21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경제 활력·민생 안정을 골자로 한 '2022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세제개편안 중 법인세 항목을 보면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에서 22%로 3%포인트 낮췄다.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은 4단계에서 2~3단계로 단순화했다.
 
◇ 중견·중기 매출액 3000억 미만만…소득세 하위 2개만 조정
 
특히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현재 과세표준 2억원까지만 해당하는 10% 특례세율을 과표 5억원까지 적용했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세부담 완화 대상 범위가 매출액 3000억원 미만에 그친다.
 
소득세 과세 체계도 하위 2개 과세표준 구간만 상향 조정으로 개편했다. 현행 소득세는 8단계의 과세표준 구간을 두고 6~45%의 기본세율을 적용한다. 구간별로 △1200만원 이하 6% △4600만원 이하 15% △8800만원 이하 24% △1억5000만원 이하 35% △3억원 이하 38% △5억원 이하 40% △10억원 이하 42% △10억원 초과 45% 등이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을 통해 △1400만원 이하 6% △5000만원 이하 15%로 조정된다. 나머지 구간은 변동이 없다. 
 
법인세 인하에 대해 정부는 기업의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지원하기 위해 최고세율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 경쟁력 제고와 관련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기업 과세 체계 정비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법인세 인하가 소수 대기업에 혜택을 집중적으로 부여하는 부자감세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정부가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특례세율을 적용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과표 구간을 2억원에서 5억원으로 겨우 3억원 올린 것에 불과하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나라 기업 절반은 이익이 나지 않아 법인세를 내지 않는다. 상위 1% 대기업이 법인세의 80% 이상을 납부한다"며 "법인세 인하 혜택은 삼성전자 등 재벌 대기업과 예대 마진 폭리로 이익을 거둔 4대 금융지주 등에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질타했다.
 
법인세 신고 법인 수는 83만8000개로 전체의 0.01%에 불과하다. 최근 나라살림연구소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정책에 대한 평가'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법인세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과세표준 구간의 3000억원 초과 기업은 80여곳에 그친다.
 
흑자가 발생해 법인세를 납부하게 되는 흑자법인 수인 약 53만2000개를 기준으로 해도 0.02% 정도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로 혜택을 보는 기업은 전체의 0.01~0.02% 그칠 만큼, 극소수다. 기업의 고용과 투자를 위해 최고세율을 낮춘다는 정부 주장은 명분이 부족하다는 근거다.
 
자료는 '2022년 세제개편안'의 법인세 및 소득세 개정 내용 표. (제작=뉴스토마토)
 
◇ 중기 특례세율·소득세 들러리결국 부자감세, 비난만 초래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무조건적인 법인세 감면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법인세가 낮아진다 해도 기업들이 고용을 확대하고 투자를 늘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게다가 투자를 늘리지 않거나, 상생지원에 적극 나서지 않는 기업에 대해 추가 과세하는 내용의 상생협력촉진세제까지 폐지되는 상황"이라며 "법인세 인하는 상황을 봐서 고용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하는 기업에 선별지원하는 방향이 옳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법인세 감면에 따른 혜택을 본 법인이 이에 따른 이익을 재투자에 나서지 않고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에 활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또 정부 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법인세 감면은 뭔가 흐름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과 직결되는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8개 구간 중 하위 2개 구간만 과표가 살짝 조정됐을 뿐더러, 세 부담 변동에 따른 소득세 혜택이 소폭에 불과하다.
 
예컨대 연봉 5000만원의 직장인의 경우 18만원 정도의 세금을 아끼는 정도에 불과하다. 치솟는 물가에 따라 물가 연동제 도입 주장도 제기됐지만 재정 여건 악화를 이유로 선을 그었다.
 
결국 부자감세 논란의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소득세 하위 구간만 살짝 수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안창남 교수는 "현재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는 시대라는 점이 중요하다"라며 "일부 구간뿐 아니라 고른 구간에 걸친 과표 조정으로 폭넓은 계층에게 소득세 부담을 경감하는 방향이 옳다. 매년 세법을 개정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현재같이 일부 구간만 찔끔 수정하는 것은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이번 세제개편안 자체가 일부 대기업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의도가 큰 것으로 보여진다"며 "그렇다 보니 소득세 일부 과표 조정 등 조치가 이를 무마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제 활력과 민생 안정을 목표로 한 윤석열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개편 기본 방향이 민생 안정보다는 대기업 위주의 부자감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일대 직장인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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