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인덱세이션' 없는 소득세 허울
입력 : 2022-07-25 04:00:00 수정 : 2022-07-25 04:00:00
정부가 재정 조달을 위한 세금 부과 과정에 지켜야할 원칙이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엔 세금’이라는 규준은 바로 ‘조세 원칙’이다. 
 
하지만 윤석렬 정부의 세제개편안 난맥상을 보면, 대기업·고액 자산가의 감세들만 즐비한 종합판이다. 왜 깎아주는가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시종일관 빠지지 않는 주창은 '글로벌 스탠다드와 조세원칙'이다.
 
하지만 암만 뜯어봐도 부자감세가 조세원칙의 회복인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조세 원칙 중 부담의 공평성은 편익과 능력의 원칙으로 나뉜다. 이 중 주요 개념인 능력의 원칙은 세금을 똑같이 내는 수평적 측면의 공평성이고 능력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이 내는 수직적 공평성이 있다.
 
자본주의 울타리에서 수직적 공평성에는 부정하는 이가 없다. 많이 벌면 많이 내는 이치 때문이다. 하지만 윤 정부가 꺼내든 '조세원칙 회복'의 논리는 그냥 지난 정부가 한 것에 대한 부정만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엔 세금이라는 과세 원칙은 다누리호보다 먼저 달나라를 향해 간 건지, 투자 촉진 세제 방안은 전무하고 장사치들의 그늘 밑에 감 떨어지길 바라는 철 지난 낙수효과만 즐비한 모습이다.
 
더욱이 가업상속공제에 대한 부자세습 우려와 자산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금융투자소득세 유예·주식양도세 완화·종합부동산세 완화 등은 자칫 양극화에 기름을 부을 수 있는 수위로 읽힌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창한 법인세 인하 논리를 내세울 거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훌쩍 넘긴 소득세 최고세율 45%는 왜 그냥 뒀는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욱이 고물가로 인해 실질임금은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소득세 하위 2개 구간의 설익은 터치가 어떻게 중산층·서민의 세부담 감면일까. 최근 5년간 근로자 임금이 17.6% 인상될 때마다 근로소득세와 사회보험료는 40% 가까이 뛰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실질소득은 불변이요, 명목소득이 상승해 누진세 부담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명목소득의 증가는 더 높은 한계세율이 적용되는 소득구간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인덱세이션(Indexation·물가연동)에 대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라며 선을 긋고 부자감세만 내밀고 있으니 아연실색할 일이다. OECD 회원국 중 물가연동제를 실시하지 않는 곳은 15개국, 실시하는 나라는 19곳에 달한다. 
 
더욱이 윤 정부가 등거리 외교보단 전략적 경제협력에 손을 잡은 미국의 사례만 봐도 물가연동 소득세의 형태는 이미 시행 중이다.
 
이런데도 부자감세는 글로벌 스탠다드 논리를, 물가연동제 도입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라는 이중법적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감세를 우려해 고물가 속 실질소득의 불변인 월급쟁이들 호주머니로 자동증세를 충당하겠다는 방증일 뿐이다.
 
차라리 소득세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법인이 독자적인 세부담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법인세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폐지론을 내세웠다면 납득이라도 하겠다. 
 
장사치들의 이윤을 위해 저울의 눈금을 속여 백성을 먹여살린다. 그런 세상은 오한이 있을뿐이다. 현종은 말하길 ‘세금을 얼마나 어떻게 거둘지 결정하는 기준은 늘 백성의 삶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규하 경제부장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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