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중소기업 R&D, 정부지원 활용하자
입력 : 2022-07-24 06:00:00 수정 : 2022-07-24 06:00:00
최근 만난 중소기업사장님이 고민을 털어놨다. 신제품을 개발하는데 예상보다 개발비가 많이 들고 기간도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지원을 받아보라고 하니 "얘기는 들었는데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많은 중소기업이 기술개발 하느라 자금을 소진하고 막상 제품생산이나 마케팅에 이르기 전에 탈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는 중소기업에만 매년 2조원을 기술개발자금으로 지원한다. 이는 출연금이므로 물적 담보나 신용등급을 요하지 않고, 이자나 원금을 상환하지 않는다. 지분제공의 조건도 붙지 않는다. 다만 개발이 성공하는 경우 일부 기술료를 납부하는 데 그친다. 그래서 기술개발자금은 중소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정부지원금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럼에도 중소기업들은 신청과정이나 제출서류가 복잡하고 심사도 까다로운데다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적극 활용하지 않고 있다.
 
(사진=이의준 중소기업정책개발원 규제혁신센터장)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정부의 기술개발지원은 면밀히 검토하고 준비하면 되며 일단 한번 성공하면 다음부터는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혹시라도 정부의 R&D자금을 활용하겠다면 몇 가지 성공 포인트를 살펴보고 시도해보길 바란다. 중소기업이 준비해야 할 핵심적인 사항은 △내게 맞는 기술개발지원사업을 찾는다 △내가 원하는 사업에 신청 요건을 갖춘다 △관련 서류와 자료를 정리한다 △내 프로젝트의 선정 타당성을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한다.
 
우선 기술개발자금이 필요한 시점을 정한다. 적어도 자금이 필요한 시점의 6개월 전에는 준비를 마쳐야 한다. 당장 필요하다고 해서 정부자금을 손에 쥘 수는 없다. 올해 사업은 상당히 진행돼 어렵다면 2023년도 사업에 참여토록 준비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사업내용을 살펴보자, 올해 중소기업 기술개발예산은 1조8300억원이다. 이를 26개 사업, 60개 세부내역으로 나눠 지원한다. 자신의 프로젝트가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또한 자금수요에 맞는 지원규모인지도 확인한다. 정부자금은 업체당 2000~3000만원에서 최대 20억원까지 지원한다. 소요자금의 80%를 정부가, 나머지는 업체가 부담하도록 설계돼 있다. 개발 지원 기간도 수개월에서 최장 4년까지 다양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준비 과정이다. 주변에서 정부 기술개발자금을 받지 않은 기업의 말을 들어보면 "해보니 안 되더라", "괜히 고생해서 준비해봤자 떨어지면 시간낭비다"라며 불신을 표하는 사람도 많다. 세상 일이 자신의 입맛에 맞을 수만은 없는 법이다. 정부자금은 얼마나 절실한지, 충분한 정보파악을 하는지, 제대로 준비하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첫 술에 배 부를 수도 없다. 일단 정부 지원사업에 끈질기게 도전해야 한다. 한두 번 탈락은 기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신청 의지가 있다면 다음에는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다. 종합 정보는 SMTECH(중소기업 기술개발사업 종합관리시스템)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여기에서 각종 사업공고는 물론 신청 방법이나 구비 서류, 작성요령, 추진 경과 등을 제공한다. 12월20일경이면 '중소기업기술개발·기술보호 지원사업 통합공고'를 통해 세부 사업을 안내한다. 또한 매년 12월29일에서 1월5일 경에 오프라인·온라인 설명회가 전국적으로 개최되며 사업 참여 안내가 이뤄진다. 충분한 사전 정보를 얻었다면 참여사업을 정해야 한다. 기업의 기술력이나 인력이 적정하다면 독자적인 기술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대학이나 연구원, 타 기업과 연대해서 추진하면 된다. 정부의 우선지원분야인 스마트, 그린뉴딜, 소재부품장비, 지역특화 등의 분야라면 이 분야에 신청하는 것이 유리하다.
 
신청 사업을 정했으면 관련 서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기술개발사업 신청서와 함께 제출하는 서류는 평균 15종 내외이며 연구개발계획서는 30페이지 분량에 달한다. 또한 서류심사에 통과한 경우 프레젠테이션도 해야 하므로 기술 개발과 관련한 현황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서류 준비와 더불어 가점과 감점요인을 분석하고 개별기업의 자격요건도 사전 검토해야 한다. 연구개발부서나 전문 인력이 있고, 매출액 대비 R&D 지출이 높거나, 관련 인증이나 특허, 수상이력이 있다면 도움이 된다. 또한 창업기업, 벤처나 이노비즈, 여성, 장애인, 청년 등에 주어지는 가점을 살펴본다. 지방소재업체가 유리한 점도 활용하도록 한다. 업종제한에 걸리거나 세금미납이나 정부지원사업에 과실이 있었다면 불이익이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서류작성에 서투르다면 전문가나 지원기관의 도움을 받기 바란다.
 
영세한 중소기업은 전문가와 지식, 문서화, 자료 준비, 발표 등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돈이 누구에게나 거저 주어지지는 않으므로 착실하게 준비하고 노력하는 중소기업만이 그 혜택을 볼 수 있다. 보다 나은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위해 정부지원사업을 잘 활용하도록 하자.
 
이의준 중소기업정책개발원 규제혁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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