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구 아파트 말라꼬예, 더 떨어진다 카던데"
"당첨에 환호했는데"…분양권 '마피'에 내놔
규제 풀리자 신규 분양 관심↑…계약까진 '미지수'
"지금은 세일기간"…기회 파고든 투기세력 '우려'
입력 : 2022-07-26 08:00:00 수정 : 2022-07-26 08:00:00
대구 수성구는 지난 5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됐으나 조정대상지역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사진 수성구 범어네거리 일대. (사진=김성은 기자)
[대구=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앞으로도 공급은 많고, 아파트값은 떨어지는데 누가 집을 사겠어요. 이전과 같은 상승장이 오려면 한 5년은 걸릴 겁니다"(대구의 공인중개사)
 
수성구를 제외한 대구 전 지역이 지난 5일부로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업계에서는 미분양이 쌓인 시장의 분위기 전환을 기대하고 있지만 지난 주말 찾은 대구는 공급에 휘청이는 모습이었다. 신규 분양단지에서는 미분양을 우려하고 있고, 기존 수분양자들은 '마이너스 피'로 분양권을 시장에 던지고 있다.
 
대구 서구의 '힐스테이트 서대구역 센트럴'은 지난 22일 견본주택 문을 열었다. 중대형 아파트 762가구와 주거형 오피스텔 75실 규모의 주거 단지로, 규제 해제 이후 서구에서의 첫 분양이다.
 
견본주택 개관 첫날 오전, 방문객들의 대기 줄은 분양 열기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다만 청약과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규제 해제 이후 신규 분양단지에 대한 문의는 꽤 있지만 계약률은 지켜봐야 한다"면서 "금리가 오르는 데다 하락장에서 집을 잘 사려고 하지 않는 것이 사람들 심리"라고 말했다.
 
이어 "미분양 여파로 신축 아파트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내년까지 분양물량이 많아 대구 시장은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몇 년간 공급이 지속됐던 동구의 경우 분양권 매물이 즐비했다. 동대구역 인근 신암동 일대는 활발한 재건축·재개발사업으로 현재 아파트 건설이 한창인 곳이다. 이곳 수분양자들은 2년 전 치열한 청약 경쟁을 뚫고 당첨됐으나, 지금은 분양권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신암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피(프리미엄)가 6000만원도 붙었지만 지금은 분양가와 같은 '제로'로 내려왔다"면서 "원하는 단지, 동·호수를 말하면 얼마든지 매물을 구해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분양권 매도자들 중 여러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잔금을 구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면서 "급한 매도자들은 손해를 보더라도 마이너스 피로 빨리 팔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 동구 신암동 일대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김성은 기자)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대구 동구 신암동에 들어서는 '동대구 해모로 스퀘어 웨스트'(2023년 4월 입주 예정) 전용면적 84㎡(4층)의 분양권은 이달 4억8160만원에 거래됐다. 전용 84㎡(3~5층)의 분양가가 5억160만원인데 2000만원 낮춘 가격에 판 것이다. 2020년 7월 분양된 이 단지는 1순위 청약에서 모집가구 수를 모두 채웠으며, 8.7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규제 완화에도 분양 열기가 꺾여버린 비규제지역과 달리 '대구의 강남'인 수성구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수위만 낮아졌을 뿐 여전히 규제가 작용하는 곳이다.
 
수성구 범어동의 공인중개사는 "수성구 핵심 지역은 학군 수요가 탄탄히 받치고 있어 가격을 내린 매물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며 "미분양 물건도 9억이 넘는 가격이라 대출이 불가해 일반 수요자들이 선뜻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규제가 풀려도 낮은 집값 상승 기대감과 높은 금리 부담에 대구 실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을 망설이고 있다. 여기에 계속된 분양으로 공급이 늘어 가격은 하락세에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대구 아파트가격 변동률은 지난해 11월 셋째 주부터 36주째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이 기회를 틈타 투기수요가 대구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동구의 공인중개사는 "서울에서 스스로를 투기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단체로 아파트를 보고 갔다"면서 "전국에서 대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과잉공급으로 집값 하락을 보이고 있지만 수년 뒤 다시 수요가 많아지는 시점에서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아파트를 사두는 것이다. 이 공인중개사는 "지금 대구 아파트는 세일기간이나 마찬가지"라며 "상급지로 갈아타거나, 미리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대구는 지역경제 기반이 다소 약한 곳으로 특히 경제여건이 안 좋은 상황에서 실수요가 증가하기 힘들다"면서 "향후 미분양이 줄게 된다면 규제 완화로 인한 투기수요 이동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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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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