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조달역량'…건설사 신용도 따라 희비갈린다
한화건설, 흡수합병에 '상향검토' 등재…코오롱글로벌, 인적분할에 안정성 우려
신용등급, 대우건설 오르고 HDC현산 내려…자재값·금리 인상 속 조달역량 '관건'
입력 : 2022-08-04 06:00:00 수정 : 2022-08-04 06:00:00
서울 시내 주거단지 모습. (사진=백아란기자)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건설사들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포트폴리오 재편을 추진하면서 자금 조달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철근, 시멘트 등 주요 건설 자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금리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로 회사채 투자심리가 위축된 까닭이다. 특히 건설업 특성상 차입금이 많고 PF(Project Finance)와 같은 자금조달이 끊임없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신용도의 향방에 따라 건설사 희비가 교차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는 지난 2일 한화건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등급을 기존 ‘A2-’에서 ‘A2-·상향검토(Positive Review)’로 등재했다. 등급 전망은 신용등급 조정의 예비 단계로, 통상 아웃룩이 개선되면 신용등급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한화건설의 신용등급 상향 여부 점검에 나선 것은 사업구조 재편에 따른 것이다. 앞서 한화그룹은 경영효율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화건설을 한화에 흡수 합병하는 등 사업구조를 재편키로 했다. 합병기일은 오는 11월1일로,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한화에 합병되면 그에 따른 모멘텀을 받을 것이라 판단이다.
 
김상수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한화는 이번 사업·지배구조 재편 이후 그룹 주력 계열사들을 직접 지배하는 실질적 지주회사로서의 중요성이 제고되고 자체 사업을 통한 사업기반과 재무안정성이 예상되는 점을 감안할 때 기존 한화건설 대비 상위의 신용도가 부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평가했다.
 
최종 신용등급은 향후 사업과 재무구조 재편 과정을 모니터링한 후 결정될 예정이지만 통상 회사채 신용등급이 상향될 경우 자금조달 관련 비용 절감과 안전성 제고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화건설의 경우 신용도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실제 연초 중흥그룹에 편입된 대우건설의 경우 국내 주택과 주요 해외사업에서의 수익성 상승, 현금창출력 확대를 바탕으로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됐으며, 동부건설과 두산건설, 서희건설도 재무구조와 영업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신용등급이 올랐다.
 
반면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광주 아파트 붕괴로 사업경쟁력 약화 우려와 재무적 불확실성이 제기되며 신용도가 하락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재편이 신용도에 우려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내년 1월 건설·상사부문의 코오롱글로벌과 자동차부문 신설회사 코오롱모빌리티그룹으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의한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오히려 사업 안정성 저하 우려를 받고 있다. 분할 이후 외형과 이익창출력 축소 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존속법인의 포트폴리오가 건설부문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김현 한기평 연구원은 “존속법인의 경우, 수입차 사업부문이 분리되고 상대적으로 실적변동성이 높은 건설부문 중심으로 사업구조가 재편됨에 따라 포트폴리오의 다각화 수준은 저하될 수 있다”라며 “특히 자금조달 환경이 위축되고 주택 구매 부담이 확대되면서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미분양주택 증가 위험이 잠재하고 있어 향후 분할존속법인에 대한 분할절차 진행과정과 건설사업의 분양성과, 기성 진행 현황, 영업현금창출력을 통한 재무지표 개선 수준 등을 모니터링해 분할시점 신용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분할전 연결실체의 수익구조상 건설부문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존속법인의 연결기준 이익창출력과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상법에 따라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이 분할 전 채무에 관해 연대 변제할 책임을 지니고 있어 이번 분할이 기존에 발행한 채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하반기 조달 상황은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원자재값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과 투자심리 저하가 자금조달 시장에 하방경직성을 높이고 있어서다. 신용등급 개선도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세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으로 물가불안정이 지속되면서 금리가 급격히 인상돼 주택시장 경기가 이전대비 저하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올해 하반기에는 신용등급 상향이 제한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일부 주택현장에서의 분양실적에 따라 사업과 재무위험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중형 이하의 건설회사들의 경우에는 신용등급 유지가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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