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준 대법관 후보자 과거 판결…일제 불법행위에 엄격
"강제징용 피해자 정부 보상금 너무 적어 위헌 소지"
"일제 강제징병 찬양한 김동리는 친일반민족행위자"
MB정부 '불법시위 불참확인' 거부 단체 보조금 중단은 위법
"800원 횡령 시내버스 기사 해고처분은 적법"
"사건 관련 변호사에게 접대받은 검사 면직은 부당" 판결도
입력 : 2022-08-03 20:14:41 수정 : 2022-08-03 20:17:34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복귀 후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 첫 대법관 후보자로 제청된 오석준 제주지법원장(60·사법연수원 19기)이 내린 과거 판결들에 관심이 집중된다.
 
오 후보자가 가장 왕성하게 재판했던 서울행정법원 1부장 시절(2010년 2월~2013년 1월) 판결을 보면, 집회의 자유·인권과 맞닿아 있는 사건에 대해서는 약자 측 손을 들어준 판결이 여럿 있다. 우선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 재판장으로 근무할 당시 '불법시위 불참 확인서'를 내지 않고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2009년 2월 경기여성연대를 공동협력사업 단체로 선정하고 1400여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같은 해 3월 이 단체가 경찰청이 지목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참여단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불법시위를 주도하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고 단체가 이를 거부하자 석달 뒤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재판부는 경기여성연대가 여성가족부를 상대로 낸 여성단체공동협력사업선정취소 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여성가족부의 확인서 요구는 지원단체 선정 통지 이후 부가한 사후부관이고, 이는 법령상 근거가 없는 데다가 여성부도 확인서 제출과 같은 사후부관에 동의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판시, 경기여성연대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7월28일 윤석열 정부 첫 대법관 후보에 제청된 오석준 제주지방법원장(60·사법연수원 19기) 이 제주지법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9년 전 여권 위조' 이유로 강제처분은 잘못"
 
같은 재판부 시절 9년 전 위조여권으로 입국했다는 이유로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네팔인 부부에 대한 법무부 처분은 가혹하다는 판결도 내렸다. 네팔인 A씨 부부는 2001년 2월 다른 사람 명의 여권으로 한국에 입국한 뒤 체류기간을 넘겼다가 2006년 7월 불법체류 사실을 자진신고 한 뒤 출국했다. 바로 그달 자신들 명의의 유효한 여권을 소지하고 한국에 재입국했으나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적발돼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A씨 부부는 처분이 가혹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 부부가 위조여권으로 입국한 것은 9년 전으로 이미 오래 전 공소시효가 완성된 점, 자진출국으로 불법 입국상태가 해소된 점 등을 고려한 뒤 "퇴거 명령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위조 여권으로 입국한 자가 공공안전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고 출입국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지만 이 때문에 한국에 상당한 자금을 투자해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 부부와 두 자녀가 삶의 기반을 잃게 되는 등 침해되는 사익이 매우 중대하다"고 판시했다.
 
강제징용 사건 등 일제의 불법행위와 관련한 사건이나 친일파에 대해서는 엄격한 판결들을 내렸다. 역시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 재판장 시절인 2010년 6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받지 못한 임금을 1엔당 2000원으로 환산해 지급하도록 한 법에 대해 위헌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태평양 전쟁 전후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지원법)'에 따라 인도적 차원에서 위로금을 지급한다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미불임금 1엔을 우리돈 2000원으로 환산 지급했다.
 
재판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김모씨의 유족이 태평양전쟁전후국외강제동원희생자지원위원회를 상대로 위로금 등 지급결정처분 취소소송을 내면서 '금액 환산 규정을 정한 지원법 5조1항 등이 위헌'이라며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사건을 인용했다. 
 
김씨는 1944년 강제징집돼 태평양전쟁에 강제동원됐다가 귀국한 뒤 1987년 사망했는데 위원회는 2009년 6월 김씨가 일본으로부터 받지 못한 미수금을 270엔으로 결정하고 유족에게 1엔당 2000원으로 환산한 총 54만원을 주겠다고 결정했다. 이에 김씨 유족이 소송을 낸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미수금 지원금은 정당한 보상을 할 헌법상 의무를 지는 국가가 신청인에게 지급하는 최초의 금원이므로 보상금으로 봐야하고 보상의 정도도 완전한 보상에 가까운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1엔당 2,000원의 환산비율은 강제동원이라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지난 65년 한-일 양국간 체결된 '대한민국과일본국간의재산및청구권에관한문제해결과경제협력에관한협정(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제한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지나치게 낮아 정당한 보상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다만, 김씨 유족이 함께 낸 한일청구권협정 2조1항과 3항 등에 대한 위헌심판제청신청에 대해서는 "조약내용이 공공필요에 의한 국민의 재산권 제한에 해당돼 국가가 정당한 보상을 할 헌법상 의무를 지지만, 보상은 별개의 법률로도 가능하고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이 그로 인해 제한되는 신청인의 사익보다 우월하므로 위헌의 의심이 없다"며 기각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사망 후 입양자도 동등하게 보상"
 
2010년 6월에는 강제징용자 사망 뒤 입양된 그의 아들도 친자녀와 동등하게 강제징용 피해 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도 내렸다. 강제징용 피해자 서모씨는 1943년 일제에 의해 중국으로 강제동원됐다가 다음해 사망했는데, 서씨 부모가 1959년 사촌조카를 서씨 아들로 입양했다. 이후 2008년 사촌조카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위원회)'에 위로금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입양에 의해 친족이 됐을 경우 입양의 시기·목적 등을 살펴 위로금 지원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친형제자매나 친자와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며 원고승소로 판결했다.
 
소설 <감자> <배따라기>를 남긴 작가 김동인(1900~1951)을 친일반민족행위자가 맞다고 판결한 것도 오 후보자가 서울행정법원 1부에서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2010년 11월 김씨 아들이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낸 친일반민족행위자 결청 취소청구소송에서 "김씨는 1944년 1월16~28일 매일신보에 '반도민중의 황민화-징병제 실시 수감'을 10회 연재했고, 20일 '일장기 물결-학병 보내는 세기의 감격'이라는 글을 발표했는데 징용을 직접적이고 자극적으로 선전 또는 선동했다"면서 "당시 매일신보는 유일한 우리글 일간지로, 게재 횟수가 11회에 이르는 점 등을 비춰보면 김씨가 전국적 차원에서 징용을 주도적으로 선전 또는 선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반면, 요금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해고처분을 받은 시내버스 기사가 제기한 해고처분 무효소송에서는 회사의 해고 결정이 정당하다는 판결도 내렸다. 
 
시내버스 기사 김모씨는 두차례에 걸쳐 승객들이 낸 요금 6400원 중 6000원만 회사에 납부해 총 800원을 횡령했는데, 회사는 김씨를 해고했다. 김씨의 불복으로 중앙노동위원회까지 부당해고라고 판정했지만 오 후보자가 재판장으로 있던 서울행정법원 1부는 "운전기사들이 받은 요금을 전부 회사에 납부하리라는 것은 버스회사와 운전기사 간 신뢰의 기본"이라면서 "'노사합의서에 수입금 착복이 적발되면 금액의 다소를 불문하고 해임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한 점, 버스기사의 횡령행위를 단지 일회성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해고는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법인카드 사용내역 불분명하다고 해고한 것은 위법"
 
다만, 법인카드 사용내역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영업사원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도 했다. 국내 전자업체 영업팀장이었던 박모씨는 2007년 법인카드로 접대비 4600만원을 결재했는데 이중 일부 카드지출 날짜가 허위임이 밝혀져 회사가 "업무와 무관하게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해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접대비로 한꺼번에 많은 금액을 사용하면 거래처 담당자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어 소액으로 나누어 결제하거나 거래 회사 주변을 벗어난 지역에서 회식하기도 하기 때문에 법인카드의 사용일시나 금액, 사용처가 불명확할 수 있다는 원고의 설명은 일부 수긍할만한 점이 있다"면서 "이런 이유로 법인카드의 사용처 등에 다소 석연찮은 점이 있다 하더라도 업무와 무관하게 카드를 사용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박씨의 해고 신청을 기각한 판정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오 후보자는 2013년 불법유흥주점에서 변호사로부터 사건과 관련해 접대를 받았다가 면직처리된 검사가 낸 징계취소청구소송에서 검사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A검사는 2009년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는 유흥주점에서 자신이 수사한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로부터 4회에 걸쳐 총 85만원 상당의 접대를 받았다가 2012년 면직됐는데 오 후보자가 재판장으로 있는 서울행정법원 1부는 징계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처분이 지나치게 무거워 사회통념상 타당성을 잃었다고 판결했다. 2011년 국가정보원 직원이 피점검기관으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가 파면된 뒤 낸 소송에서도 비슷한 판결을 내렸다.
 
이명박 정부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노종조합설립신고를 반려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도 내렸다. 당시 해직자들을 노조원으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었는데 오 후보자가 재판장을 맡고 있던 서울행정법원 1부는 "해직자들이 형식상 노조 조합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대변인, 조직실장, 기획실장 등 주요 직위를 맡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조합원으로서 활동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노동부가 '근로자가 아닌 사람의 가입을 허용했다'는 이유로 전공노에 내린 노조설립신고 반려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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