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살인' 담당 검사 "사람 살리는 수사하고 싶어"
임관 6년차 형사사건 베테랑 박세혁 검사
"'피해자 시각'이 '계획살인' 규명 열쇠"
"경찰과의 성공적 공조도 크게 작용"
'층간소음 흉기난동'·'권재찬 연쇄살인'도 수사·공판 맡아
입력 : 2022-08-08 06:00:00 수정 : 2022-08-08 07:02:57
[뉴스토마토 박효선·김수민 기자] “제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결국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3일 인천지검 사무실에서 만난 박세혁(사법연수원 39기) 인천지검 형사2부 검사는 지금 하는 일의 보람과 앞으로 맡게 될 사건에 대한 기대를 이렇게 말했다.
 
2017년 청주지검 임관 후 올해로 6년차를 맞은 박 검사는 형사부에서 강력사건을 맡아 수많은 사고 그리고 죽음과 마주했다. 그 중에서도 지난해 인천지검으로 발령을 받아 오자마자 맡게 된 ‘계곡 살인’ 사건은 그의 검사 생활 중 매우 중요한 사건이 됐다.
 
"피해자 억울함 어떻게 풀어줄 지 늘 고민"
 
"살인사건은 피의자가 자백하더라도 수사하는 입장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돌아가신 피해자분들의 억울함을 어떻게 풀어줘야 할지가 늘 고민이죠. 그 과정이 힘들어요."
 
죽은 이는 말이 없기에 박 검사가 있는 인천지검 형사2부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4월 용의자 이은해·조현수 검거 후 5월 이들을 기소하기까지 수사력을 총집중하며 사건에 매달렸다.
 
인천지검 형사2부는 두 사람을 재판에 넘길 때 경찰이 적용한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직접 살해한 상황에 해당하는 ‘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바꿔 기소했다. 만일 법원이 이 같은 검찰의 논리를 인정한다면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에 의한 간접 살인도 직접 살인이 될 수 있다는 첫 판례가 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이 이은해의 계획적 살인임을 밝혀내는 데에는 피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보는 박 검사의 스타일이 중요한 열쇠가 됐다.
 
"피해자 심리, 입장 바꿔 생각하면 보여"
 
"성인 남성이 왜 아내가 시키는대로 계곡에서 다이빙을 했나 이렇게 반문하는 분들도 있는데 입장을 바꿔보면 내가 사랑하는 와이프가 내연남 앞에서 '남자가 다이빙도 못해' 이런식으로 하면 남자 입장에서는 할 수밖에 없어요."
 
박 검사는 "피해자 남편은 이은해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했는데 이미 그 전에 가스라이팅을 당한 상황이었고, 이은해는 (남편의 심리를 알면서)그렇게 한 것이라는 것이 수사상 결론"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검사는 또 “(연인이) 항상 양쪽 대등한 관계가 아닌 한쪽이 ‘을’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은해와 피해자인 남편 윤모씨의 관계는 그게 너무 심했다”며 “윤씨는 이은해가 시키는 대로 뭐든 했다는 등의 참고인들 증언이 있었고, 이례적 사례이긴 하지만 이은해의 고의성만 입증된다면 유사사례가 없다 하더라도 (법원에서 작위에 의한 살인이) 인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대검찰청 선정 '올해 2분기 우수 형사부 검사'로 선정된 박 검사는 “(검사 인사 등으로)지금 (계곡살인) 수사팀에 남아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어서 (선정)된 것 같은데 쉽지 않은 사건을 풀려고 함께 고생한 저희 선배, 우리 일선 검사들, 다른 팀에서 조력해주신 분들, 수사관, 실무관 등에게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검찰과 경찰, 둘 다 잘 한 결과"
 
일각에서는 '계곡 살인'사건이 이른바 '검수완박' 사태와 맞물리면서 표면상 자칫 검찰과 경찰간 대결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박 검사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사건은 검찰과 경찰 둘 다 잘 한 결과다. 경찰에서 수사를 개시한 것 자체도 높게 봐야 할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은해·조현수가 도주한 뒤 공개수사로 전환 상황에서의 검경합동 공조가 특히 잘됐다"고 평가했다.  
 
박 검사는 ‘계곡살인’ 사건 외에도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을 맡아 징역 22년의 중형 선고를 이끌어내고, 연쇄살인범 권재찬 사건에서 사형 선고를 받아내는 등 여러 중요 강력사건을 매끄럽게 처리한 바 있다.
 
박 검사는 '계곡 살인'사건 처리와 함께 이씨의 남편 윤씨에 대한 장례비·생계비 지급 등 피해자 유가족 지원에도 각별히 공을 쏟았다.
 
1억원 가량 구조금, 유족에게로
 
그는 “피해자 (윤씨) 부모님이 이 사건으로 인해 여전히 충격이 큰 상황”이라며 “이런 사망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앞으로 벌어들일 수 있었던 수익금에 대한 손해배상을 국가가 일정 부분 지원해주는데 대기업 연구원이었던 윤씨의 연봉이 적지 않았던 만큼 구조금이 1억원 넘게 나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은해가 입양한 딸(이씨가 윤씨와 결혼하기 전 낳은 친딸)이 윤씨에게 입양돼 있다 보니 1순위 상속자가 딸이 된다”고 말했다.
 
즉, 국가가 지급하는 구조금이 피해자의 유족이 아닌 이은해의 친딸에게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대로 두면 피해자 윤씨에 대한 국가 구조금이 사실상 이은해에게 지급될 상황이었다.
 
그는 “이렇게 되는 것은 정의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 입양무효소송을 진행하게 됐다”며 “그렇게 되면(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입양관계가 무효가 돼 1억원 가량의 구조금이 윤씨 부모님에게 갈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강력사건 피해자와 그 유족들에 대한 박 검사의 각별한 고민은 3년 전 광주지검 목포지청에서 근무하던 때 맡았던 한 피해자 지원업무가 계기였다. 
 
3년 전 '내연녀 아들 상습폭행' 사건 피해자 지원
 
2016년 7월, 당시 지역에서는 한 남성이 내연녀의 어린 아들을 수차례 폭행해 5살 아이의 한쪽 눈을 잃게 만들고, 두개골 골절상 등 온몸을 망가뜨린 사건이 발생했는데 그 아이를 지원했던 일이 박 검사가 맡은 첫 번째 업무였다. 박 검사가 목포지청에 부임하던 때 초등학생이 된 아이의 당시 나이는 만 8세였으니, 사건 당시 나이는 불과 5세였다.
 
박 검사는 “(폭행으로 인해) 아이 눈이 실명이 된 상태라 영구장애로 인한 치료비 등 국가 구조금이 지급될 수 있었는데 친권자인 친모도 구속이 돼서 피해자 지원 신청을 하지 못했고, 아이는 피해 아동보호 시설로 들어가면서 시간이 차일피일 지나 3년의 피해자 지원 공소시효가 임박한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범죄피해자 보호법’은 구조금 지급신청 기간을 범죄피해 발생일로부터 3년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아이의 학대 피해가 밝혀진 2016년으로부터 그 시효가 3년여가 도래하기 직전인 2019년 박 검사 등이 이를 발견한 것이다.
 
박 검사는 "아이가 학대로 인해 신체 특정부분 일부를 잘라내야 했는데 이에 대한 구조금과 심리 치료비가 계속 지원 되고 있다"면서 "그때 피해자 지원 업무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아이를 직접 만나봤느냐고 묻자 그는 “실제로 만나보려고도 했는데 만나면 마음만 아플 것 같아서…”라며 말을 줄였다.
 
"진심으로 반성하는 피의자도 많았으면"
 
박 검사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는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만큼 검사에게도 강력사건은 힘들다. 그는 "검사들도 누구나 한번쯤은 살인사건 수사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영화나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다. 막상 해보면 힘들어서 오래하는 것은 (검사들도)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제가 하는 업무가 사람을 살리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제 수사를 통해 당사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거나, 진심으로 반성하는 피의자가 있었으면, 또 피해자와 유족들이 저의 수사나 업무로 인해 살아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세혁 인천지검 형사2부 검사가 지난 3일 인천지검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김수민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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