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확진 2000만 시대, 갈피 못잡는 방역
입력 : 2022-08-09 06:00:00 수정 : 2022-08-09 10:56:30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2020년 1월 21일 이후 약 2년 반 만에 누적 확진자 수가 2000만명을 돌파했다. 재확진이라는 변수를 제외하고 단순하게 환산하면 국민 10명 중 4명은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의미다.
 
2000만명이라는 확진자 수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치임이 증명됐다. 국제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누적 확진자 수는 세계에서 미국, 인도, 독일, 프랑스, 브라질, 영국, 이탈리아 다음인 8번째로 많다. 모두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많은 국가들이다.
 
게다가 확진자 수 급증세 흐름도 보다 가팔라지고 있다. 불과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선 것이 지난 3월의 이야기다. 1000만명까지 도달하는 데 2년 2개월이 걸렸지만, 여기서 두 배 증가하는 데까지는 불과 5개월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코로나19에 확진돼 격리치료를 받는 친지, 직장 동료, 지인 등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불과 올해 초까지만 해도 확진 소식을 드문드문 들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거의 매일 이 같은 소식을 접하는 실정이다. 확진되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간 확진될 것이라는 우려도 어느 때보다 팽배하다.
 
정부 역시 최근 확진세가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한 탓인지 확진자 수가 2000만명을 넘어서자 '표적 방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확진, 위중증, 사망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고령층, 기저질환자를 표적으로 선정해 방역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다만 고강도 방역 체계인 사회적 거리두기와는 다소 양상이 다르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뭔가 이상하다. 표적 방역은 일견 새로운 방역 패러다임으로 보이지만, 사실 정부가 그간 항체 조사와 함께 늘상 강조해온 방역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엄밀히 말해 정부가 표적 방역을 통해 강조한 사항들은 이미 '고위험군 패스트트랙' 등 조치를 통해서도 충분히 진행되고 있다.
 
표적 방역에는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본질을 꿰뚫지 못한 채 피상적인 홍보 및 소통에만 집중하는 정부의 안일한 판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확진자가 2000만명을 넘었으니 특단의 조치는 취해야겠는데, 막상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니 '과학 방역', '자율 방역'과 같은 수사를 전면에 내세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정부가 실효성 없는 표적 방역을 내세우는 사이 코로나19 6차 대유행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확진자 수는 연일 10만명대를 기록하며 매서운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고, 위중증 환자 수와 사망자 수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최다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른 중환자실 가동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정부는 이번 대유행이 이달 안에 정점을 지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지만 업계는 휴가 변수가 있어 더 늦춰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앞으로도 상당수의 확진자 속출 피해가 불가피한 점을 감안하면, 정부는 표적 방역처럼 그간 정책을 답습하는 수준의 설익은 방안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방역 경각심을 높이고 감염 재확산을 억제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방안 마련에 골몰해야 한다.
 
김충범 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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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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