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자율규제 코앞①)가이드라인 본격 논의…업계 예의주시
자율규제 이행 위해 TF 발족 등 의견 수렴 단계
업계 "이해관계 서로 다른 신산업…충분한 시간 갖고 논의해야"
온플법은 사실상 무산 가능성 커…자율규제 방향·수위에 촉각
입력 : 2022-08-11 06:00:00 수정 : 2022-08-11 08:51:45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지난해 쿠팡, 카카오 등 플랫폼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탄력이 붙었던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 추진이 윤석열정부 체제 후 사실상 흐지부지된 상태다. 대신 온라인플랫폼 '자율규제' 쪽에 무게가 실리면서 기업들의 책임 제고를 강조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다만 플랫폼 자율규제의 경우 아무래도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플랫폼 자율규제로 가더라도 독과점 발생, 골목상권 침해 등을 막기 위한 체계적인 질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2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전문가 간담회 및 정책포럼 회의가 열렸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을 비롯해 플랫폼 대표들이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선율기자)
 
자율규제 이행을 위해 정부와 국회에선 관련 법 개정 작업을 연내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일부 플랫폼사와 학계 전문가들과 만나 의견을 나누는 단계에 있다. 최근 정부는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를 통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자율규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정부 주도의 일률적 규제보다는 자율규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취지인데,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7일 '디지털플랫폼 자율기구 법제도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기도 했다. 정책 협의체에 참여하는 부처는 기획재정부와 과기정통부를 비롯해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위,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이다. 과기부는 법제도TF를 통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하고,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 등을 거쳐 최종안을 연말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플랫폼 자율규제에 대해 플랫폼 근로자들과 중소상공인들은 한계점이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비롯해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려면 법제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각 분야 최상위 플랫폼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자사에 유리하게 노출시키거나,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했다는 의혹은 수년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바 있다. 앞서 지난 2020년 네이버는 쇼핑과 동영상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해 자사 상품과 서비스를 검색결과 상단에 위치하도록 하면서 당시 오픈마켓 점유율이 크게 오른 정황이 포착돼 공정위로부터 267억원이라는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그러나 네이버는 "왜곡된 부분이 많다"며 서울고등법원에 시정 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나스닥 상장 덕분에 글로벌 플랫폼 반열에 선 쿠팡은 지난해 7월 PB(자사 브랜드) 상품을 우선 노출되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한 혐의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상품리뷰 조작'으로 PB상품 노출 순위를 끌어올렸다는 혐의를 받아 공정위의 조사를 받는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과도한 수수료 부과, 콜 몰아주기, 골목상권 침해 등 논란으로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이 국정감사까지 불려나갔다. 특히 '콜 몰아주기(승객 호출)'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공정위가 지난 4월 배차에 영향을 미치는 택시 콜 수락률과 운행패턴 등 알고리즘 변수를 일부 변경했다고 판단내리면서 제재 의견이 담긴 심사보고서를 발송하기도 했다.
 
이렇듯 플랫폼 불공정행위 이슈가 지속적으로 터져나오면서 지난해 국회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제정을 추진했다. 온플법은 국내에서 소비자와 입점업체 간 거래를 중개하는 대규모 플랫폼에 표준계약서 작성·교부 의무를 부여하고 주요 거래조건을 필수로 기재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구글 갑질 방지법과 비슷하게 시장을 독과점한 플랫폼 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시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지난해 온플법 추진에 긍정적이었던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위 등은 새 정부로 넘어가면서 좀더 심사숙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는 중이다. 특히 입법규제를 강조하며 온플법을 발의하기도 했던 공정위는 정권 교체 이후 "온플법은 국회에서 논의해야할 사안"이라며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사실상 온플법보다는 자율규제에 무게가 실리는 만큼 업계에선 향후 정부가 규정할 가이드라인에 주목하고 있다. 
 
경영계에선 일단 "혁신을 막지 말아야 한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지만, 자율규제 방향성을 두고 역시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그간 정부부처 간 규제 권한 다툼 과정에서 업계와 충분한 사전 공유와 논의 없이 졸속 법안이 쏟아진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플랫폼별 성격이 제각각인 만큼 사전 조사를 토대로 한 각 사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고, 이를 반영해 규제 방향을 잘 다듬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플랫폼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별 시장 지배력이 제각각인 데다 복잡한 상황에 있어 어느 한쪽을 잘못 규제하면 역효과가 발생하기 쉽다"면서 "명확하지 않은 산업에 대해 성급하게 법제화부터 진행되면 이해관계가 다른 업체들 간 싸움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충분히 시간을 두고 논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 빠른 시장 선점을 통해 덩치를 키운 글로벌 플랫폼과 국내 플랫폼의 규모도 다른 점을 고려해 국내 업체들이 성장에 도태되지 않도록 규제 잣대를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권호현 참여연대 실행위원이 지난 3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쿠팡 PB 제품 리뷰 조작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에서 쿠팡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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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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