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정치인 사면 배제 가닥…추락한 지지도에 국민여론 최우선
약속한 MB 사면 국민 반감에 '없던 일로'…"경제인 사면, 정치인에 비해 부담 덜하다"
입력 : 2022-08-10 14:44:04 수정 : 2022-08-10 22:16:23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단행할 광복절 특별사면을 최소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인도 배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사면 명단에 포함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20%대로 주저앉은 국정수행 지지율 제고에 방점을 찍었다. 민심의 무서움을 알았기에 여론을 최우선적으로 살핀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0일 <뉴스토마토>에 "사면 폭이 크진 않을 것이다. 젊은층이 워낙 공정에 민감한 데다 지지율이 탄탄한 것도 아니고,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사면을 할 경우 여기서 더 지지율이 하락할 수 있다"며 "법과 원칙을 어긴 이들에 대한 사면까지 폭넓게 할 경우 윤석열정부의 공정과 상식이라는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통령 지지도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국민 여론에 반하는 특사를 단행할 경우 추가 하락을 몰고와 국정운영 동력을 아예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MB의 사면을 공언했다. 오랜 수감생활을 해온 고령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통해 국민통합을 꾀하겠다는 취지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건강상 이유를 들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면의 결단을 내린 바 있다. 윤 대통령을 둘러싼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들이 과거 친이명박계였다는 점도 동인이 됐다. 윤 대통령은 20대 대선 승리 이후 당선인 신분 시절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결자해지 차원의 MB 사면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이 할 일이라며 이를 반대해 무산됐다. 때문에 MB 광복절 사면은 정해진 수순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100일도 안 돼 20%대로 주저앉으면서 동력이 상실됐다. MB 사면에 대한 국민 여론도 지극히 부정적이다. 지난달 22일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가 발표한 '45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MB사면에 대해 국민 61.2%가 반대했다. '찬성' 응답은 33.1%에 불과했다. 이외 '잘 모르겠다' 5.7%였다. 해당 여론조사 발표 당일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을 통해 "미래 지향적으로 가면서도 현재 국민들의 정서까지 신중하게 감안할 생각"이라고 사면의 기준을 제시했다. 28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국민 56%가 MB 사면을 반대했다. 찬성은 39%에 그쳤다. 
 
MB 사면의 형평성을 맞출 요인으로 거론됐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대한 사면도 없던 일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전병헌 전 민주당 의원 등의 사면 가능성도 낮아졌다. 대통령실 한 참모는 "MB 사면이 당장 급한 게 아니잖냐"고 말했고,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진영 간 각을 세울 수 있는 정치인이나 국민의 법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범죄자, 뇌물과 관련된 경제사범 등은 제외하고 민생사범 위주로 사면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라고 대통령실 내부 기류를 전했다. 
 
남은 관건은 재벌그룹 회장 등 경제인에 대한 사면 여부다. 앞서 언급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경제인의 경우는 좀 다르다"며 "국민적 컨센서스(동의)도 있고, 경기침체 상황에서 재계 사기를 북돋아 투자 활성화와 고용창출 등 경제활동 기여도 기대할 수 있다. 정치인에 비해서는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등에 대한 사면을 계속해서 요구 중이다. 
 
이 관계자 지적대로 경제인 사면에 대해서는 국민 반대가 크지 않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45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65.0%가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에 찬성했다. '반대'는 29.8%로, MB 사면에 대한 여론과 지극히 정반대였다. 이후 진행된 타 여론조사 결과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편 20대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지율이 바닥이라고 8·15 대사면을 포기한다고 하는 것을 보니 참 소극적이고 안이한 방식으로 정국을 돌파하려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지지율이)더 내려갈 일이 있나. 대통령의 묵시적 대국민 약속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라고 '대사면'을 촉구했다. 이어 "사면해 모두 용서하시고 더 큰 국민통합의 길로 가시라. 그게 정치"라고 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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