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자율규제 코앞②)"독점적 땅 비우도록 시의적절한 제재 필요"
미국·EU, 대대적 플랫폼 규제 법안 마련
시민단체·일부 전문가 "처벌없는 자율규제, 사실상 방임"
"규제 정비 토대로 안전판 마련해 신규 혁신 설자리 마련해야"
입력 : 2022-08-11 06:00:15 수정 : 2022-08-11 08:51:21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자율규제로 방향을 틀었다. 전문가들은 대형 플랫폼 업체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독과점이라는 부작용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주요 선진국들은 대대적인 플랫폼 규제 법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의 본고장인 미국에선 지난해 6월 하원에서 '플랫폼 반독점 패키지 5대 법안'이 발의돼 모두 법제사업위원회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에는 '플랫폼 독점 종식법'과 '플랫폼 경쟁 및 기회법' 등이 포함됐다. 그중 '플랫폼 독점 종식법'은 온라인 플랫폼이 해당 플랫폼을 이용해 재화 등을 판매 또는 공급하는 경우 이해 충돌로 규정하고 강제 매각을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법 관련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EU는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P2B)간 거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성 및 투명성 규칙'을 2020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올해 3월과 4월에는 각각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도입하기로 합의하며 온라인 플랫폼 기업 규제 강도를 높였다.
 
일본에선 지난해 2월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법제화했다. 다만 일본은 정부가 정하는 지침을 토대로 세부적 운영 방식은 민간 자율에 맡겼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근 일본에선 세계 최초로 됴쿄 지역법원이 알고리즘 공개 명령을 내렸는데 향후 상급 법원에서 해당 판결이 유지될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과 같은 빅테크 플랫폼 사업자들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규제 수위가 높아진 이유는 자율규제 논의가 이뤄지던 중 빅테크 플랫폼들의 독과점 문제가 심해지면서 입점업체와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례로 아마존과 구글 등은 빅테크가 자기사업을 우대해 경쟁을 제한했다는 혐의를 받은 바 있다. 중소상인과 플랫폼 근로자, 시민단체들은 온라인플랫폼의 부작용은 이미 국내에서도 충분히 드러난 만큼 온플법(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등과 같은 법제화 작업을 서두를 시기라고 주장한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주체간 힘의 균형이 맞아있어야 자율적인 규제가 상호간 작동할 수 있는데 현재 플랫폼에서는 힘의 우위가 플랫폼 기업에 압도적으로 쏠려있다"면서 "이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사업자나 소비자는 그대로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기본적으로 거래질서를 규율하는 최소한의 법이라도 만든 이후 자율적인 시장 원리를 따르도록 하자면 이해하지만 현재의 자율규제는 질서를 잡는 법이 부재해 힘의 우위에 있는 쪽으로 끌려나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에선 온플법이 과한 규제 내용을 담지 않고 있다며 혁신 저해를 우려하는 업계의 시선에 반박하고 있다. 김 협동사무처장은 "온플법 자체는 어마무시한 법이 아니며, 어떤 최소한의 거래질서를 위한 기본적인 틀을 잡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면서 "거래 안전판 위에서 자유를 얘기해야 하며, 앞으로 혁신적인 새로운 기업들이 더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려면 법제화를 통한 거래질서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29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를 비롯한 5개 단체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의 국회 통과 보류에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추진 중인 자율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독점적 지배력을 이용한 불공정행위 문제가 지적돼왔는데 논의만 나올 뿐 실질적인 대책이 부재하다는 점, 처벌 규정이 없어 사실상 방임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김광중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는 "이미 지난 정부때도 법안 마련을 위해 수차례 공청회를 열고 여러 업계 얘기를 들었지만 또 지금 자율규제를 한다고 면밀히 연구와 논의해야한다고 하면 그렇게 또 1~2년이 흘러가버릴 것이다"라며 "자율규제를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할지 처벌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기업들이 규제를 어겼을 때 이에 상응하는 제재가 행해져야 실효성이 있다. 약속 정해놓고 아무런 제재가 없으면 그걸 누가 지키려고 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현재 플랫폼에 행해지는 최상위 규제는 과징금 부과에 그치는 실정이다. 김 변호사는 "법을 통해서 규제를 할때는 형사처벌, 행정 조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등이 가능한데 자율규제하에선 이 같은 조치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섣부른 규제가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업계의 주장에 대해선 "혁신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도움이 돼야한다"면서 "혁신을 외치는 기업들을 보면 이미 혁신을 통해 지배적 위치에 올라있는 경우가 다수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대표적 예로 제시했다. 글로벌 빅테크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내놓아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독점적 지위를 행사했는데 결국 구글의 크롬 등 새로운 혁신에 의해 밀려 서비스 중단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사회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혁신이 등장하게 하려면 독점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땅들을 비워놔야 가능하다"면서 "독점적으로 최대치 이익을 취득하고 있는 상황에선 (다른 업체가)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더라도 그 빈틈을 파고들기가 어렵다. 새로운 사업을 꿈꾸는 기업들도 있을텐데 규제가 필요한 시기에는 적절한 규제를 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플랫폼 시장에서 노동 보호가 전혀 없이 해당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식의 자율규제는 무책임한 방안"이라며 "규제를 어떤 내용으로 제도화해서 입법화할 것인가에 대해선 충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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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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