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비에 전기 끊겨 피난가는 강남 수십억대 아파트
강남구 300mm 폭우…"일부 단지 차 잠기고 정전 발생"
전용 126㎡ 38억원 실거래…집중호우엔 '속수무책'
"하수처리 시설 노후화…도시정비 통해 피해 방지할 수 있어"
입력 : 2022-08-11 08:00:00 수정 : 2022-08-11 08:00:00
지난 8일 집중호우로 인해 강남구 일대 도로가 잠긴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현진 기자] "차가 침수된 단지도 있는데 제가 사는 단지 같은 경우 전기가 끊겨 피난을 다녀 왔어요. 수재민이 따로 없었다니까요."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에 자리한 한보미도맨션. 10일 이 단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전날 집중호우로 생긴 흔적들을 치우느라 분주했다.
 
이들 덕분에 단지는 예전과 같은 모습을 찾아가고 있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지난 8일 오후 11시까지 강남구에 300mm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8일부터 많은 비가 쏟아지며 한보미도맨션 내에서도 지대가 낮은 곳에 자리한 단지를 중심으로 차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한보미도맨션 관계자는 "이틀 동안 많은 비가 내리며 단지도 물에 잠겼다"며 "심한 곳은 승용차가 거의 잠길 정도로 물이 많이 찼다"고 말했다.
 
침수 피해가 잇따르자 다른 곳에 주차를 하는 입주민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보미도맨션은 지하 주차장 시설이 없는 노후 아파트 단지로 항상 주차공간이 부족했지만, 이날은 특정 단지 인근 주차장에는 차가 없어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한보미도맨션 관계자는 "낮은 지대에 있는 단지 차주분들이 차를 다 뺏다"며 "어제는 상관이 없었는데 겁나서 어제도 주차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침수 피해뿐 아니라 전기가 끊겨 의도치 않게 피난을 간 주민들도 있었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단지가 워낙 크기 때문에 괜찮은 단지가 있는가 하면 일부 동은 차가 침수되는 곳이 있었으며 일부 동은 월요일 밤에 전기가 끊겼다"며 "화요일 오후 복구가 되긴 했지만 전기가 끊겨 피난을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에서 비싼 아파트로 꼽히는 강남 아파트에서 차가 물에 잠기고 전기도 끊기는 사태가 발생하며 수재민이 됐다"고 덧붙였다.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모습. (사진=김현진 기자)
 
강남·서초 일대 주요 고급 아파트 단지들에서 침수피해가 속출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와 천장 누수, 정전 등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서초구에 있는 고급 아파트 단지 중 하나인 송파구 잠실 '엘스 아파트' 역시 지하주차장, 인근 도로 등에 물이 들이닥쳤다. 또 래미안 아파트도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반포동 반포자이아파트는 폭우로 인해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 차량들이 침수되기도 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도로와 인도가 빗물에 잠기면서 차주들이 도로 위에 차를 남겨둔 채 현장을 떠나기도 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자택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의 지하주차장도 빗물에 잠겼다. 엘리베이터 문틈 사이로는 빗물이 쏟아져 주민들의 피해 신고가 속출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한보미도맨션 전용면적 126㎡(44평)는 지난달 38억원에 실거래됐다. 아파트값이 수십억원에 달하지만 집중호우에는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지난 8일부터 지속된 집중호우로 인해 대치역 4번 출구 에스컬레이터가 침수돼 가동이 중단됐다. (사진=김현진 기자)
 
지역 하수처리 시설이 노후화됨에 따라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기존의 하수 처리 시설이 노후화됐고 오래된 기준으로 돼 있기 때문에 시설이 미비한 게 가장 크다"며 "하수관로나 이런 것들이 30년 빈도 기준으로 돼 있는데 이번에 내린 비는 80년 만에 큰 비라고 하니까 애당초 하수관로나 처리 용량이 버틸 수 있는 시절이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 아파트의 경우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침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공공의 하수 시설에만 의존해서 개별적인 대비가 너무 없었는데 단지 나름대로 차수 시설을 설치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과거에 하지 못했던 홍수 방지 시설을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진 기자 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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