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민생대책)비축풀기·할인쿠폰 등 기존 단기 대책만…실질적 효과 미지수
주요 성수품 평균 가격을 1년 전 수준으로 관리
호우발 작황 악화·유통 가격↑…농산물가 급등 불가피
할당관세 확대도 효과 미미…수입·국산 역차별 지적도
매년 추석 대책과 내용 비슷…근본적인 해결책 필요
입력 : 2022-08-12 04:00:00 수정 : 2022-08-12 04: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용윤신 기자] 정부가 치솟는 물가를 잡고 취약 계층의 생활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내놨지만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해 추석 기간 중 주요 성수품 평균 가격을 1년 전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나 가뭄·폭염에 이은 집중 호우 여파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취약 계층 지원을 위한 대책도 매년 추석을 앞두고 발표했던 내용들과 별반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소, 돼지고기 등 수입 축산물에 대한 할당관세 혜택을 부여하면서 국내산 축산물에 대한 지원은 등한시 하고 있다는 불만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11일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배추, 무, 사과 등 20대 성수품의 공급량을 최대한 늘려 물가 상승 압력을 최소화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 비축물량 방출과 함께 긴급 수입 등 가용 자원을 동원해 평소 대비 1.4배의 주요 성수품을 공급하고 대형시장, 전통시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각종 할인 쿠폰으로 가격 안정을 도모한다는 것이 골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석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20대 성수품 평균 가격을 1년 전 가격에 최대한 근접하도록 관리하겠다"며 "명절에 소외되기 쉬운 취약 계층을 집중 지원하고 서민 필수 생계비 부담 경감 등 광범위한 민생 안정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비축 물량 방출에도 실제 시장에서의 가격 인하 효과가 큰 폭으로 다가 올지 여부는 미지수다. 더욱이 기록적인 폭우까지 겹치면서 농산품 가격 급등세가 예사롭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의 비축 물량을 고려해 오히려 시장 유통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잔존한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수도권, 강원 영서, 충청권에 100~600㎜의 비가 쏟아지면서 이날까지 농업 분야에서 농작물 551헥타르(㏊)가 물에 잠겼다. 가축은 8만6552마리, 꿀벌 660군이 폐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농산물 침수, 유실, 낙과 피해가 발생하고, 강우 이후 다시 기온이 상승하면 병해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는 긴급하게 이번 대책에 '작황 관리팀'을 운영하고 사전·사후 관리를 통해 성수기 수급 영향을 최소하겠다는 내용을 넣었지만, 집중호우가 대책 발표 직전에 발생한 탓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채소류는 이미 올해 봄 가뭄, 여름 장마, 폭염 등 계절적 요인으로 배추, 대파, 시금치 등을 중심으로 가격이 평년 대비 크게 뛴 상태다. 이달 2일 통계청의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장바구니 물가를 뜻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채소류 가격 상승세를 토대로 전년보다 7.9% 급등한 바 있다.
 
국제유가,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이 같은 흐름이 장기화될 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곡물의 경우 올해 3분기 주요 곡물 수입 단가는 정작 지난 2분기 국제 가격이 가장 높았던 시기에 계약된 물량이 도입되기 때문에 체감상 물가가 떨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할당관세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도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수입 양파에 대해 할당관세를 10% 수준으로 낮추고 소, 돼지고기 등 축산물에 대해 활당관세 물량을 신속히 도입키로 했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거나 없애 물가 하락을 유도한다는 것이 정부 복안이지만, 해당 품목의 관세가 높지 않고 최종 제품 가격까지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아 효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수입 축산물과 국내 축산물 간의 형평성을 운운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축산생존권사수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달 물가 부담 경감 차원에서 수입 축산물에 대해 할당관세 0%를 적용했다"며 "공정하고 상식적이라면 수입산보다 국내산 축산물에 대한 지원대책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면세조치 이후에도 수입 축산물 가격은 비슷하지만 국내 축산물 가격은 대폭 하락했다"고 토로했다.
 
매년 추석을 앞두고 시행됐던 대책의 내용과 별반 차이점이 없다는 점도 꼬집고 있다. 추석 물가는 사실 단기적 수급 불균형일 뿐, 물가 안정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올해 품목을 다양화했다지만 성수품 확대, 할인 쿠폰을 통한 가격 안정은 사실 매년 나왔던 내용을 답습하는 것에 가깝다"며 "게다가 추석을 지나 시행되는 정책들도 많다. 시민들이 물가 안정을 체감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석 물가는 사실 단기적 수급 불균형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며 "정부가 여러 가지 쿠폰을 풀어서 물건을 싸게 구입할 수 있게 해주지만,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물건을 더 많이 사게 돼 궁극적으로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지금 정책으로 물가를 한방에 잡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1일 정부가 연일 고공행진을 보이는 물가를 잡고 취약 계층의 생활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내놨지만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용윤신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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