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분 아파트'가 쏘아올린 건설현장…처우개선 움직임
172명 규모 현장에 화장실은 2.5개
'5층당 화장실 1개 설치' 법안도
"근로환경 변해야 건설산업 발전"
입력 : 2022-08-11 16:21:45 수정 : 2022-08-11 19:45:40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7월 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건설 노동자의 편의시설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전국건설노동조합)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최근 모두를 경악하게 한 '인분 아파트' 사건은 건설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건설현장 여건이 알려지면서 처우 개선 움직임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인분 아파트 사건은 경기도 화성시 한 신축 아파트 입주민의 집안 악취 호소에서 시작됐다. 하자 신청을 받은 아파트 건설사가 악취 원인을 찾다 드레스룸 천장 등에서 인분이 든 비닐봉지 3개를 발견했다. 옆집에서도 인분 비닐봉지 1개가 나왔다. 관계자들은 내부 공사를 했던 근로자들의 소행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사실은 언론과 온라인 등을 통해 빠르게 퍼졌고 대중들은 경악했다. 엽기적인 사건에 인부와 시공사의 관리를 비판하는 댓글이 대거 달렸다. 그중에서 화장실을 가기 어려운 건설현장에서 흔하게 일어난다는 글이 여럿 눈에 띄었다. 현장 경험이 있다는 한 네티즌은 "공사장에선 일반적인 일"이라며 "10층에서 1층까지 내려갔다 오기 힘드니 급한대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 노동자의 편의시설 확대를 외쳤다. 노조가 올해 6~7월 수도권 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현장 23곳의 편의시설 현황을 조사한 결과, 출력인원 평균 172명의 현장에 화장실은 2.5개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노조는 "화장실은 현장 진출입구에 있고 실제 건물이 올라가는 현장에는 거의 없다"며 "고층 건축물을 짓는 수도권 현장 특성상 10층 이상 건물이 많은데 일하다 내려오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시간이 돈이고 공기단축이 최대 미덕인 건설현장은 화장실 문제로 20~30분을 들이는 걸 용납하지 않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건설 근로환경 실태가 공론화되자 곳곳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LH는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화장실과 개수대, 샤워실, 휴게실 등 편의시설 확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건설현장 전수 조사를 통해 근로자 편의시설의 운영과 관리 현황을 파악하고, 불편사항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관련 법안도 나왔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건설공사 현장에 5층당 한개 이상 화장실을 설치하도록 하는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9일 대표발의했다.
 
고층건물 공사현장에서 근로자가 화장실을 가려면 공사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한다. 물품 운반 등의 이유로 사용이 쉽지 않아 현장에서 용변을 보고 시멘트로 덮어버리는 경우가 있어 위생과 안전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는 것이 법안 제안이유다.
 
현행 건설근로자법 제7조 2에 따르면 사업주는 일정 규모의 건설현장에 화장실, 식당, 탈의실 등 시설을 설치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설치 규정만 있을 뿐 세부적인 기준은 없는 상황이다. 건설노조는 "편의시설을 설치하라고만 하지 크기나 수량에 대한 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한 건설현장에 인력 규모가 400명이든 500명이든 화장실 변기 하나 설치해놓으면 위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근로환경의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공사나 대형건설사 현장은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민간 소규모 현장은 더욱 열악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근로환경부터 변해야 인력이 유입되고 산업 발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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