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초대석)"오염수 방류, 자연 대하는 '태도'부터 잘못됐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최경숙 활동가 인터뷰
"환경영향평가 떠나 유전적 측면까지 고려해야"
"아무리 희석해도 방사능 물질 총량 변함 없어"
"정부, 외교적 눈치 보지 말고 입장 명확히 해야"
입력 : 2022-08-16 06:00:00 수정 : 2022-08-16 0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일본 정부가 내년부터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할 예정이다. 2011년 지진·해일로 후쿠시마 원전이 멈추면서 발생하기 시작한 방사능 오염수는 지금까지도 매일 140톤 이상 나오고 있다. 해양 생태계 교란은 물론 인접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과 중국 등 인접국가와 어떤 협의도 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도 저지에 나섰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이 문제를 오랫동안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최경숙 활동가를 <토마토초대석>에서 만났다. (편집자주)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 동의 없이 일본이 태평양에 방사성 오염수 방류를 결정하는 것은 자연을 대하는 태도부터 잘못된 것이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의 최경숙 활동가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환경오염 우려에 앞서 자연을 쓰레기장 대하듯 하는 '태도'와 '과정'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변국의 동의를 얻지 않고 그저 '버리기'에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해서 당장 해양 생태계와 사람들의 건강에 악영향이 없다고 해도, 장기간에 걸친 방류가 미래 세대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최 활동가는 "바다는 일본 정부만의 것도 아니고,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문제 만도 아니다"라며 "단순히 환경영향평가를 떠나서 유전적 측면의 문제까지 고려를 한다면 일본 정부가 버려서는 안 될 것을 바다에 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현재 일본은 내년부터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목표로 해저터널 공사에 착수했다. 2011년 일본에 지진해일이 일어날 당시 후쿠시마 원전에 전력 공급이 중단되며 냉각 기능이 멈췄다. 이후 빗물 유입과 지하수, 냉각수가 원자로에 닿으며 방사성 물질이 섞인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오염수, 현재까지 130만톤 생성
 
이로 인해 매일 약 140톤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고 현재까지 130만톤에 가까운 오염수가 생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이 방사능 오염수를 내년부터 30여 년에 걸쳐 약 1㎞ 떨어진 바다에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활동가는 "사고 직후에 한 2~3년간 방류했던 양에 비하면 현재 버려질 오염수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면서도 "방사성 물질을 거르는 ALPS다핵종제거설비를 사용해 오염수를 희석해서 버린다고 해도 탄소14 같은 핵종은 전혀 걸러지지 못하기 때문에 먹이사슬로 축적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어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이 후쿠시마 현 주민들이나 어민들의 동의만 구하고, 주변국인 우리나라와 중국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무시한 것"이라며 "전 정부나 현 정부도 이에 관해 실질적으로 행한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6월2일 한국과 일본 정부 각 부처의 국장급이 화상회의를 열고,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처분 계획의 안전성과 환경영향평가 등에 대한 일본 측의 설명이 있었고, 한국 측은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가 객관적·과학적 관점에서 안전하며 국제법과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처분 되도록 일본이 책임 있는 대응을 할 것을 촉구했다고 한다. 전 정부도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응하기 위한 외교부·원자력안전위원회·해수부·식약처 등 9개 정부 부처로 구성된 TF를 꾸린 바 있다.
 
"'오염도'로 접근하면 일본 논리에 넘어가"
 
그러나 최 활동가는 "논점을 '오염의 심각도'로 잡으면, 우리는 과학적이고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의 논리에 넘어갈 수 밖에 없다"라며 "정부가 이렇게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하지 않고 있는 데다 오염수 방 TF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 정부에도 TF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 지 정보 공개 청구를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외교적인 수가 밝혀지면 협상에 불리하다'는 뉘앙스의 답만 받았다"라며 "일본 정부는 당연히 과학적이고 안전하게 관리를 해서 방류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버려지는 방사성 물질의 총량은 변함이 없는데 이는 결국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비판했다.
 
최 활동가는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가 외교적인 부분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정부부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 CPTPP는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자유무역 협정(FTA)인데, 현재 일본이 주도하고 있고 11개 국가의 동의를 모두 얻어야 가입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회원국 가입을 희망하는 영국의 경우는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과 식품 규제를 철폐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 '수산물 수입금지' 소극적
 
이를 두고 최 활동가는 "현재 우리나라도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고 일본은 이를 부당하다 주장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를 했다"라며 "전 정부는 WTO와 싸우며 수산물 수입 금지에서는 물러서지 않았지만 현 정부는 측정을 강화한다는 식의 태도만 보이고 있어, 이 조치를 해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다만 최 활동가는 방류된 오염수가 제주도 앞바다가 오염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에 방류된 오염수가 제주 앞바다에 도달해도, 당시 방사는 농도는 크게 올라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민들의 피해가 컸다는 이유에서다.
 
최 활동가는 "지난해 일본에서 오염수 방류를 위한 터널 공사가 시작했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 수산물 도매가가 떨어지고 소금 사재기가 일어나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라며 "핵심은 오염수가 얼마나 오염에 관여하는 게 아니라, 주변국의 우려를 해소하지 않고 마치 본인들의 바다인 것 마냥 방류를 강행하는 태도"라고 말했다.
 
"정부, 일본과의 회의 내용 공개해야"
 
이어 "정부는 일본과의 회의 내용을 공개할 필요성이 있고, 전 정부에 비해 퇴보하지 않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활동가가 소속된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을 당시 생성된 시민단체다. 오염수가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시민의 불안감이 증폭된 상황 속에서 먹거리에 대한 안전성 여부를 밝혀내기 위한 '엄마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현재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 관련 단체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을 막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지난 6월8일 서울 종로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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