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보험약관 규제, 작성자불이익원칙 제한 근거 안돼"
보험연구원, '작성자 불이익 원칙' 포럼 개최
입력 : 2022-08-12 17:33:54 수정 : 2022-08-12 17:33:54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보험업계가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금융당국이 보험 약관을 규제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지만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란 지적이 나왔다. 보험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보험계약서가 일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준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2일 보험연구원이 개최한 ‘보험약관 해석과 작성자 불이익 원칙’ 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설명했다.
 
작성자 불이익 원칙은 보험약관을 해석할 때는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한다는 원칙이다. 일반적인 상거래와 달리 보험 계약의 경우 보험회사가 계약의 내용인 약관을 일방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다. 보험약관 해석을 두고 보험계약자(소비자)와 보험사의 의견이 달라 일어난 각종 보험 분쟁의 조정에서 대전제로 쓰이고 있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작성자 불이익 원칙에는 한계가 있다”며 “감독당국이 표준약관을 제정하고 기초서류 변경 권고 등을 통해 개별 약관의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상 통제를 하는 이상, 약관의 불명확성에 대한 책임이 보험자에게 전적으로 귀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런 이유로 작성자 불이익 원칙은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최준규 교수는 “금융당국이 개입하더라도 보험약관은 소비자 입장에서 일방적이기는 마찬가지”라며 “당국의 개입을 이유로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작성자 불이익 원칙이 적용돼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던 ‘자살면책제한’ 사례에 대해서도 최 교수는 판결 결과가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자살면책제한 사건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종신보험 가입자가 자살을 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지를 두고 재판부가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들어 보험금 지급을 결정한 사례다. 상법에서는 고의사고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면제)고 규정하고 있지만,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자살을 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자살면책제한’ 판단이 내려지고 있다.
 
황 연구위원은 “보험가입자의 자살에 대해 가급적 보상을 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형평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자살에 대한 보험금 지급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보험제도의 선의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이와 같은 해석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자살면책조항은 명백한 보험사의 실수”라며 “보험금 지급을 결정이 내려진 것은 타당한 판단이고,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적용한 것 역시 적절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최 교수는 모든 사례에서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적용하려 하기 보다, 보험사에 대한 행정적 불이익 조치 등을 통해 사전적으로 문제를 예방하는 노력을 수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12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보험연구원에서 '보험약관 해석과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사진 = 허지은 기자)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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