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극장가, 성수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외계+인’ 1부 이후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까지 예상 밖 흥행 저조
입력 : 2022-08-16 12:23:24 수정 : 2022-08-16 12:23:24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올 여름 극장가 ‘빅4’로 불리는 국내 메이저 4대 투자 배급사 텐트폴 영화가 모두 시장이 등장했다. 지난 달 말부터 개봉을 시작한 ‘빅4’는 ‘외계+인’ 1부를 시작으로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그리고 지난 10일 ‘헌트’를 마지막으로 4편의 텐트폴 영화가 모두 시장을 점유했다.
 
4편이 모두 시장에 등장한 이후 첫 번째로 맞이한 주말 승자는 당연히 가장 늦게 개봉한 ‘헌트’의 몫이었다. ‘헌트’는 개봉일인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경쟁작인 앞선 세 편에게 단 한 차례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특히 금요일인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이어진 연휴 기간 동안 ‘헌트’는 무려 154만 관객을 쓸어 담았다. 표면적으론 ‘헌트’의 압승이지만 가장 늦게 개봉한 프리미엄도 고려하면 올 여름 텐트폴 대전에서 최종 승자로 거론하기엔 이르다.
 
 
 
누적 관객 수를 고려하면 ‘한산: 용의 출현’이 단연코 최종 승자다. 지난 달 27일 개봉한 ‘한산: 용의 출현’은 15일까지 집계 기준으로 615만을 동원하며 올 여름 ‘빅4’ 가운데 단연코 비교 불가다. 앞서 일주일 먼저 개봉한 최동훈 감독 ‘외계+인’ 1부가 제작비 330억을 쏟아 부었지만 누적 관객 수 152만에 머물며 사실상 막을 내리는 상황을 맞이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계+인’ 1부의 손익분기점은 700만에 달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 ‘비상선언’과 ‘헌트’까지 모두 가세한 시장 상황이 펼쳐졌다. 관객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그만큼 더 다변화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앞서 개봉한 ‘외계+인’ 1부 그리고 ‘한산: 용의 출현’이 흥행 유지 중이라고 해도 ‘비상선언’과 ‘헌트’에게 상영관 점유율을 내줄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셈이다.
 
하지만 ‘비상선언’과 ‘헌트’에게도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선 ‘비상선언’은 개봉 초반 여러 불가분의 악재가 터지면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이른바 ‘역바이럴 마케팅’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영화 외적인 요소로 인해 심각한 손해를 입게 됐다. 영화 자체로 평가 받을 초반 기회와 동력을 잃어버리면서 누적 관객 수 190만 수준에 머물고 있다. 손익분기점은 500만으로 너무 멀다.
 
‘헌트’는 일단 올해 ‘빅4’ 가운데 가장 초반 상황이 좋다. 평단의 평가가 가장 뚜렷하게 긍정적이다. 배우 이정재의 연출 데뷔에 큰 점수를 주고 있고, 완성도 적인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중이다. 하지만 첩보스릴러 장르로서 후반 이후 긴장감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점, 영화 자체의 긴장감을 유지하던 동력을 중반 이후 스스로 공개한 뒤 관객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 노력하는 과정 등이 설득력을 얻기 보단 이유를 위한 설정으로 보여질 수 있단 평가도 받고 있다. 무엇보다 ‘헌트’ 속 배경이 된 굵직한 국내 현대사 실체를 알고 있는 4050세대에겐 그리 큰 매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점도 무시할 수 없을 듯하다. 현재 ‘헌트’는 누적 관객 수 190만 초반으로 손익분기점 400만 후반까지 절반 가량을 달린 셈이다.
 
매년 여름 시장(7~8월)은 한해 전체 관객 수의 5분의 1에서 최대 4분의 1까지 쓸어 담을 정도로 관객들이 몰리는 시기다. 한해 2억 명 수준의 관객이 몰리던 것을 감안하면 4000만에서 최대 5000만까지 이 시기에 몰렸다. 하지만 올해는 네 편 합계 관객 동원이 16일 현재까지 1000만을 겨우 넘었다.
 
올해 3월부터 극장가 전체가 사실상 엔데믹 체재로 전환한 상태였다. 일부 상영작들의 경우 상당한 관객 동원력을 선보이며 올 여름 극장가 시장 회복세에 대한 청신호 전망을 밝혀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5월 개봉해 누적 관객 수 1269만을 동원한 ‘범죄도시2’가 기준점이 됐었다.
 
하지만 올 여름 극장가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신음하던 지난 2년과 비교해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을 미뤄오던 대작들의 철 지난 상업성 문제일지, 아니면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또 다른 외부 효과의 악재일지는 올 여름 극장가 성수기가 마감을 한 뒤 좀 더 분석해 봐야 할 듯하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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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