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희망고문"…'1기 신도시 재정비' 실종된 8.16대책
2024년 중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윤석열 대통령 공약·국정과제인데…불만 제기
리모델링 가속화·실망매물 출현 등 시장 변수
입력 : 2022-08-17 08:00:00 수정 : 2022-08-17 10:36:06
지난 5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경기 안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열린 1기 신도시 노후아파트 현안 점검에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윤석열 정부가 첫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수도권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계획은 오는 2024년까지 마련하는 것으로 유예됐다.
 
올해 두 번의 선거를 거치면서 1기 신도시 지역의 기대감이 컸던 터라 실망감도 큰 분위기다. 이에 재건축을 기다리지 않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고, 실망 매물이 나오는 등 부동산 시장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향후 5년간 전국 270만가구의 주택공급 청사진을 담은 '국민주거 안정 실현방안'(8.16대책)을 발표했다.
 
국민주거 안정 실현 5대 전략으로 △도심공급 확대 △주거환경 혁신·안전 강화 △공급시차 단축 △주거사다리 복원 △주택품질 제고를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오는 2027년까지 서울 50만가구 등 수도권 158만가구와 비수도권 112만가구를 합쳐 총 270만가구를 전국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신도시 정주환경 개선방안과 관련해,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오는 2024년 중으로 수립할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 관련 연구용역에 착수해 '도시 재창조' 수준의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다.
 
1기 신도시 단지 대다수는 준공 후 약 30년이 지나 재건축 연한을 채운 상태다. 정부도 1기 신도시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광역교통, 기반시설 등을 확충해 종합적인 도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30만여가구 규모의 1기 신도시 노후 단지를 재정비해 10만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인허가 절차 간소화, 토지 용도변경과 용적률 상향 등을 담은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공약했다. 또한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은 지난 5월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이번 대책에서 1기 신도시 재정비 계획이 사실상 빠지면서 지역민들의 실망감이 높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노후 단지들을 일단 묶어두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희망 고문은 그만해달라, 다음 총선을 기약한 조치"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1기 신도시 재정비 이슈는 올해 치러진 3.9 대통령 선거와 6.1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확대됐다. 여야 할 것 없이 1기 신도시 재정비 추진을 약속하면서 지역의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 취임 100여일 만에 내놓은 대책에서도 윤곽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수립이 2년 뒤로 밀리면서 당분간 재건축 추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기 신도시에는 고층·고밀 아파트가 많아 사업성을 높이려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시장에서는 용적률 상향이나 용도지역 변경 등 인센티브를 기대했는데 이는 사업성을 대폭 끌어올리는 것으로 1기 신도시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질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이번 발표로 가능성만 열어놓은 상황이라 1기 신도시 재건축 추진은 한동안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1기 신도시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정부도 가격 안정과 공급 확대 중에서 고민하다 중간점을 찾은 것 같다"면서 "장기적인 투자 여력이 있는 사람이나 실거주자들은 마스터플랜을 기다리겠지만 그렇지 않은 매도자들이 던진 실망 매물이 일부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재건축이 어렵다 보니 리모델링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 반지하 주택 모습. (사진=뉴시스)
아울러 정부는 이번 대책에 최근 수해 피해를 입은 반지하 등 재해취약주택에 대한 종합 해소 대책을 연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2020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반지하·지하는 32만7000가구이며, 쪽방 등 비주택 거주는 46만3000가구에 이른다. 반지하, 쪽방 등은 침수나 화재와 같은 재해에 취약하다.
 
정부는 재해취약 주거 공간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정비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취약계층 내몰림은 방지할 수 있는 종합대책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관계부처와 지자체가 손잡고 내달부터 재해취약주택과 해당 주택 거주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재해취약주택을 우선 매입해 공공임대로 리모델링하고, 지하에 위치한 주택은 커뮤니티시설 등으로 용도변경을 추진한다. 매입이 어려운 곳은 침수방지시설과 여닫이식 방범창 설치 비용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비정상거처 거주자에게 지난해 6000가구에서 연 1만가구 이상으로 우선공급을 확대하고, 도심 신축매입과 전세임대 물량도 늘린다. 민간임대로 이주를 희망할 시 전세보증금 무이자 대출을 3000가구 이상에 지원하는 등 주거복지망을 강화할 방침이다.
 
다만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서 대표는 "반지하나 쪽방 거주 가구를 공공임대로 유인하는 것은 좋은 방안이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라며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가능성, 다른 공공임대 지원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야 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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