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실험 숨고르기?…"경제성과 집중에 국제정세도 감안할 듯"
코로나19에 자연재해로 민생 위기…11월 결산, 10월까지 생산성 제고에 중점
10월 중국 당대회, 11월 미국 선거 등 대외 변수…일각에선 "연내 어렵다" 전망도
입력 : 2022-09-13 16:32:36 수정 : 2022-09-13 16:32:36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지난 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북한이 지난 9일 정권수립일을 맞아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다행히 현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이른 시일 내 핵실험을 진행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에게 9~11월은 한 해의 경제적 성과를 결산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먼저 국내 민생위기 극복에 전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10월에는 혈맹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 3연임이 결정되는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가 예정돼 있다. 11월에는 미국의 중간선거도 있어 국제정세 관망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는다.
 
13일 한미 외교 당국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는 완료된 상황으로 최종 결심만 남았다. 핵심은 시기로, 대내외 미치는 효과가 가장 극대화되는 시점을 골라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기 구성과 지휘통제 체제, 사용 원칙, 조건 등을 명시한 핵무력정책법을 법령으로 채택했는데, 특히 9조1항에는 "외부의 핵위협과 국제적인 핵무력 태세 변화를 항시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상응하게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갱신,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주변국의 위협에 따라 얼마든지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당장은 국내외 변수가 많다. 북한은 우선 국내적으로 민생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홍수·태풍 등 자연재해가 겹치며 북한 내 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9월에서 11월까지 진행되는 하반기 경제 점검 일정을 감안하면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북한은 통상 11월 초부터 하부단위인 공장 기업소의 경제적 생산 성과를 당에 보고하게 된다. 이후 당에서는 11월 말까지 이를 집계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거친다. 결국 11월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10월 말까지 최대한 생산성을 높이는데 집중해야 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경제 성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하반기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시정연설에서도 절반 이상은 경제 쪽이다. 경제 쪽 내용을 보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2년차를 잘 완수하도록 계속 독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10월까지 생산 성과를 최대한 다그쳐야 하는데 올해 코로나19에다, 수해까지 발생해서 사실상 생산기일이 길지 못하다. 그런 부분에서 북한 내부적으로 조바심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6월18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 일군들과 가족들이 마련한 의약품과 지원물자들이 17일 황해남도 전염병 발생지역으로 수송 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대외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10월16일에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할 공산당 당대회가 예정됐다. 혈맹인 중국의 국가적 행사를 전후해 핵실험을 단행하는 것이 북한으로서는 큰 부담일 수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될 게 뻔하다. 이는 곧 시 주석의 3연임에 쏠려야 할 관심을 분산시킬 수 있어 중국으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북한마저 '사고'를 칠 경우 모든 책임이 중국을 향할 수도 있다. 11월8일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도 북한 핵실험의 변수로 꼽힌다. 선거 전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대중국 강경 노선을 취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오히려 이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북한과 함께 중국에도 실익이 되지 못한다.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얼마나 대미 연합전선을 명확히 하느냐에 따라 본격적으로 핵실험 감행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러한 점에서 오는 15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리는 제22차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남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홍민 실장은 "이 만남의 결과로 중국과 러시아의 공조가 가시화될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대미 공동전선을 확실하게 구축하고, 또 중국이 당대회 이후 시진핑 주석이 과감한 대미 강경 노선을 대외적으로 발신할 수 있는가를 봐야 한다. 이것들을 고려한다면 북한이 당장 독단적으로 (핵실험)시기를 결정하기에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연내 북한의 핵실험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최고인민회의에서)강력하게 이야기했지만 바로 (핵실험을)실행하는 것은 북한이 쫓기는 형국이 될 수 있다"며 "그래서 북한도 실제 핵실험은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대내외 상황 자체가 핵실험을 당장 해야 할 조건은 아니다"라며 "지금은 말로 다투지만 행동은 신중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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