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틸까 팔까" 금리폭탄에 영끌족 '패닉셀링' 시작되나
주식·코인에 집값까지…자산 대추락
주담대 금리 7% 도달 땐 원리금 부담 2배
입력 : 2022-09-30 06:00:00 수정 : 2022-09-30 08:00:03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 지난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끌어모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집을 산 30대 A씨는 대출 상환일이 두려워졌다. 이미 연초 대출금리가 한차례 올라 원리금이 수십만원 늘었는데, 최근 금리가 더 뛰면서 이자가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직장인 B씨는 지난 7월 국내 증시가 반등하면서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해,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추가 매수해 평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다. 그러나 8월 중순까지 오르던 증시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B씨가 가진 주식 역시 지난 한달새 27% 가량 더 떨어졌다. B씨는 "반대매매가 나오기 전에 매도를 하고 대응을 해야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 비트코인에 투자한 프리랜서 C씨는 2016년 코인 폭락장에서도 버텼던 사람이다. 그러나 지난해 비트코인이 6만 달러를 넘어섰을 때 일부라도 팔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비트코인는 현재 2만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암호화폐 하락장이 다시 시작되면 과거처럼 5~6년을 버틸 자신이 없어 지금이라도 팔아야할 지 고민 중이다.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가 4.38~6.829%까지 오르면서 7% 돌파를 앞두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의 모습. (사진=뉴시스)
 
글로벌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 우려가 확대되면서 증시·코인은 물론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부동산까지 자산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차주들이 '패닉셀링(공포에 의한 투매)'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아파트값도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서 지난주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9% 하락했다. 부동산원이 2012년 5월 시세를 조사한 이래 10년4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대출금리가 급등하면서 차주들의 빚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7% 돌파를 목전에 뒀다.
 
지난해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4억원을 연 4% 금리(30년 만기, 원리금균등 조건)로 빌린 경우 대출 초기 월이자 부담은 130만원(연간 약 1560만원)이었다. 원금을 합친 원리금은 19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연 7%로 오르면 원리금이 매월 270만원(연간 3240만원)으로, 2배 불어나게 된다.
 
국내 증시의 바닥 테스트도 계속되고 있다. 코스피는 2100선까지 무너진 상태다. 지난해 7월 '3300' 고지를 찍은 지수는 1년여만에 34.37%나 떨어지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하단을 2050포인트(p)까지 밑으로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하락 국면에서 코스피가 2000선 아래로도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초강세와 경기 침체 우려에 주식, 암호화폐 등 위험자산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가총액 1위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심리적 지지선인 2만달러선이 무너진 상태다.
 
암호화폐 정보사이트인 코인캡마켓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올해 4만7000달러선으로 시작했으나, 현재가지 60%가 넘는 하락률을 나타냈다. 비트코인은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 인상을 발표하기 전까지 1만9000달러대를 유지했으나, 금리 인상 이후 1만8000달러대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고강도 금리 인상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투자자들을 더욱더 빠져나가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2018년 약세장의 최저점 수준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1만2000달러선까지 비트코인이 하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스피가 2년 2개월 만에 장중 2200선 아래로 내려간 지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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