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한 새 책)'눈감지 마라'·'당신의 빛' 외
입력 : 2022-10-04 11:27:22 수정 : 2022-10-11 08:52:39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이 시대 청년들이 감당해야 하는 벅차고 무섭고 간신히 버틸 수 있을 만큼 아슬아슬한 ‘눈물’의 이야기다. 소설 주인공은 지방 대학을 갓 졸업했지만 학자금대출이라는 빚더미에 앉은 ‘박정용’과 ‘전진만’. 소설은 코로나 팬데믹 나날 속 두 청년의 삶을 따라가며 편의점, 택배 상하차, 고속도로휴게소에서 노동하는 고통을 분절된 형태로 그려낸다. 청년과 취약계층에게 더욱 위협적일 수밖에 없는 사회적 재난을 이겨내는 ‘연대’라는 화학작용의 미학을 보여준다.
 
 
눈감지 마라
이기호 지음|마음산책 펴냄
 
‘김승옥문학상’은 한국 문학의 정수를 탐사하겠다는 목표로 등단 후 10년이 넘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단편소설 중 뛰어난 7편을 해마다 묶어왔다. 특히 올해는 편혜영 작가의 단편 ‘포도밭 묘지’가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여상’을 졸업한 네 친구가 저마다 꿈을 품고 세상과 맞서는 이야기다. 공시생부터 회사의 갑질 상사 밑에서 버티는 직원까지. 심사위원들은 “‘시험능력주의’와 ‘학벌신분사회’로 요약되는 우리 시대를 향한 작가의 회고적 응답”이라고 평했다.
 
 
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편혜영 외 지음|문학동네 펴냄
 
한국 전래동화에 나오는 ‘동아줄’은 위기의 순간에 다가오는 구원의 손길을 상징한다. 작가 최민지는 ‘책의 가름끈’을 동아줄에 빗대 표현한다. 답답하거나 속상하거나 심심할 때 도움을 주는 것은 책이라는 의미다. 이 ‘글 없은 그림책’은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타고가면 책 세상이 펼쳐지는 과정을 그려낸다. 책과 연결되고, 책 속 인물을 만나고, 책의 세계에 푹 빠졌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독서란 결국 ‘사람을 만나는 것’이에요.”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올 줄이야
최민지 글그림|모래알 펴냄
 
한국에서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소년 정인과 고양이로 둔갑한 악마 헬렐은 일주일을 보낸다. 정인은 낡은 운동화로 느리게 걸어야 하는 중학생이며,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이어가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정인은 스스로의 삶이 응달 같다고 생각한다. 헬렐은 클로버를 건네며 원하는 것을 다 이뤄주겠다고 유혹하고, 정인은 흔들리지만, 결국 스스로의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위저드베이커리’와 ‘아몬드’를 이을 성장소설이다.
 
 
클로버
나혜림 지음|창비 펴냄
 
록 밴드 노브레인의 보컬 이성우와 심리학자 한덕현 교수가 코로나 시대의 불안장애와 불면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공연이 줄면서 수입도 줄어든 이성우는 자신의 페르소나와 그림자 사이 느낀 불안감을 털어놓고 한덕현 교수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며 상담해준다. 한 교수는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겪을 때 가장 힘든 것은 내가 정확히 무엇 때문에 힘든지 모르는 것”이라 한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불안장애의 실타래를 풀어준다.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
한덕현, 이성우 지음|한빛비즈 펴냄
 
인간의 선한 마음을 ‘빛’으로 은유했다. 타인을 위해 마음을 쓰고 기꺼이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에게서는 빛이 피어난다. 첨예한 대립과 양보 없는 갈등이 팽배한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이타적인 마음을 돌아보게 한다. 노숙자를 돕는 할머니, 무료 급식소를 연 아저씨, 연탄 배달을 하는 봉사자들, 죽은 다람쥐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는 어린이… 신성성을 표현하기 위해 머리 위 그려낸 종교화의 원형 빛 ‘헤일로’에서 그림책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당신의 빛
강경수 글그림|모든요일그림책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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