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미 의회 통과 이전 대통령실에도 보고…윤 대통령 '알았나 몰랐나'
"김성한 실장 깔아뭉갤 수 있는 사안 아냐…당연히 대통령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봐야"
미 하원의장 펠로시 방한했지만 회동 없이 전화통화만…통화에서도 IRA 언급은 없어
입력 : 2022-10-04 15:38:22 수정 : 2022-10-04 15:39:34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의회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입법을 사전에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거나, 또는 대통령실의 보고 누락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4일 외교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주미 한국대사관 의회과는 미국이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IRA를 입법 이전에 파악하고, 사안의 심각성을 대통령실, 외교부 본부, 산업부 등에 보고했다. 보고는 3급 기밀로 다뤄졌으며,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민주당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해당 사안은 한국 산업계에 미칠 파장이 큰 만큼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성한 실장이 깔아뭉갤 수 있는 성질의 내용이 아니다"며 "당연히 대통령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문책도 어려웠을 것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다만, 윤 대통령이 사전에 이를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때마침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동은 이뤄지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여름 휴가 중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미 의회 파트너는 우리 국회라는 대통령실 부연도 뒤따랐다. 펠로시 의장은 방한 다음날인 8월4일 김진표 국회의장과 만났고, 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도 이뤄졌다. 미국 의전서열 3위 펠로시 의장과의 면담을 촉구하는 목소리 끝에 다급히 이뤄진 조치였다. 
 
앞선 관계자는 "우리가 어떻게 한다고 미 의회 법안이 바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하원 통과의 키를 쥔 펠로시 의장을 만나 동맹인 한국의 사정과 입장을 설명할 수는 있었다"며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과의 전화통화 전날 대학로에서 연극을 관람하고 뒤풀이에도 참석하는 등 서울에 머물러 있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이 대목을 지적했다. 
 
펠로시 의장이 미국으로 돌아간 사흘 뒤인 8월7일(현지시간) 법안은 미 상원을 통과했고 12일 하원마저 통과했다. 이어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발효에 들어갔다. 대통령실은 지난 29일 KBS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자 "펠로시 의장과의 통화 상세 내용은 외교 관례상 확인해 드리기 어려우나, 방한 당시에는 미 상원에서 IRA 법안이 막 논의되기 시작한 단계여서 미국 측과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과의 전화통화 직후 김태효 국가안보1차장이 해당 내용을 브리핑했지만, IRA 관련 언급은 전혀 없었다. 
 
<뉴스토마토>는 윤 대통령이 IRA 관련 사전에 내용을 인지했는지 등을 듣기 위해 김 실장에게 이를 문의했지만, 구체적 답을 내놓지 않았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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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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