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플라스틱 재활용"…넷제로 앞당긴 SK 울산CLX
'인생 2막'에 5조원 투자…세계 최초 3대 기술 한데 모아
입력 : 2022-10-11 14:00:00 수정 : 2022-10-11 18:18:5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1964년 대한민국 최초의 정유공장으로 시작한 SK이노베이션(096770)의 울산 콤플렉스(이하 울산CLX)가 앞으로 미래 에너지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체질개선에 나섰다.
 
2027년까지 약 5조원을 투자해 넷제로 달성을 앞당기겠다는 목표다. 세계 최초로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한데 모아 신제품 수준의 '리사이클' 제품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올해로 창사 60주년을 맞은 SK이노베이션(096770)은 지난 6일 연 기자 간담회에서 부곡용연단지에 있는 울산CLX의 리사이클 클러스터(ARC, Advanced Recycling Cluster) 현장을 공개했다.
 
11일 현재 울산CLX는 3대 화학적 재활용 공장의 부지를 닦고 있다. 사진은 부곡용연단지에 있는 리사이클 클러스터(ARC, Advanced Recycling Cluster) 현장. (사진=SK이노베이션)
 
축구장 22개가 들어가는 6만5000평(21만5000㎡) 부지의 분양은 지난해 이뤄졌으며 오는 2023년까지 조성 작업이 마무리된다. 공장 건설은 2025년 3분기에 완료 예정이다.
 
연간 폐플라스틱 약 25만톤을 재활용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한다. 글로벌 최초로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페트(PET) 해중합, 열분해 3대 화학적 재활용 공정을 모두 갖춘 곳이다. PE, PP, 복합소재를 모두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수율은 80~90% 가량으로 25만톤을 투입할 경우 22만톤의 생산품이 나온다. PET의 경우 7만3000톤 넣었을 때 6만톤, PP를 9만4000톤을 투입해 7만톤이 제품으로 '재탄생'하는 식이다.
 
박천석 SK지오센트릭 'GT1 Squad' 팀장은 "기존 기계적 재활용은 색깔을 뺄 수 없어 고부가화에 제약사항이 있다"며 "이번에 짓는 공장들은 폐플라스틱을 원자 단위로 분해해서 색깔이나 이물질을 빼고 재중합해 활용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부곡용연단지 리사이클 클러스터 장소에 배치된 화학적 재활용 공장 건설 개요. (사진=신태현 기자)
 
이같은 순환경제 구축에 울산CLX는 2027년까지 1조7000억원을 들이기로 했다. 설비 전환 및 증설을 통한 친환경 제품 확대에 투입하는 3조원까지 합쳐서 넷제로를 앞당기는데 약 5조원을 투자한다. 오는 2030년까지 탄소 50% 감축, 2050년 넷제로 달성을 파이낸셜 스토리(비재무적 부문 등 목표)로 정했고 생산과정의 그린화와 생산제품의 그린화를 추진하고 있다.
 
설비 비용 투입에는 울산CLX를 친환경 사업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SHE(안전·보건·환경) 투자가 있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처리시설 신설, 환경경영개선 마스터플랜 수립 등이 대표적이다. 
 
장기적으로는 탈탄소 기조에 따른 연료 수요 구조 변화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투자할 예정이다. 기후변화로 에너지전환이 진행될 경우 2030년을 기점으로 휘발유·경유 등 육상 수송용 연료는 감소하고, 친환경 항공유(SAF)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석유제품 생산공정의 화학제품 생산공정으로의 전환, SAF 생산을 위한 공정 신설 등을 고려할 방침이다. 
 
이 밖에 울산CLX는 CCS(탄소 포집·저장) 사업, 넥슬렌 공장 증설 등에 비용을 투입할 계획이다. SK지오센트릭이 독자개발한 넥슬렌과 같은 고기능성 화학제품은 일반 화학제품 대비 플라스틱 사용량을 현격히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탄소감축 노력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즉시 실행 가능한 공정효율 개선, 저탄소 연료 전환 등을 통해서다. 중장기적으로는 직접 탄소를 감축하는 기술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일 울산CLX 모형. (사진=신태현 기자)
 
동력 보일러 11기 중 9기의 연료를 탄소배출이 많은 벙커씨에서 LNG로 교체하면서 지난해까지 누적 14만4000톤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게다가 산화물 1000톤, 질소산화물 850톤을 저감하고 미세먼지의 경우 100%에 해당하는 12톤을 저감했다.
 
남아있는 2기도 2023년까지 LNG로 연료를 교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 4만톤의 탄소배출량을 추가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설비·운전을 최적화해 에너지효율을 높이면서 탄소배출량을 줄여 나가고 있다. 상압증류공정(CDU)의 열전달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열교환장치나 배관에 쌓이는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첨가제를 주입하거나, 열전달 효율이 좋은 열교환기와 내부식성 공기예열기를 설치하는 등 에너지 효율 향상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사업도 구체화되고 있다. SK에너지는 지난 20년 간 울산CLX에서 탄소를 포집해 액체 탄산용 원료로 공급 중이다. SK이노베이션 역시 CCS 관련 국내외 국책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수소 공장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동해가스전에 저장하는 CCS 실증모델개발 정부 과제에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 국책과제로 추진될 CCS 실증사업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유재영 울산CLX 총괄은 "인생 60년 환갑이면 인생 2막이 시작된다고 한다"며 "SK이노베이션도 이제 친환경 에너지 회사로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60년간 축적해온 기술과 역량을 바탕으로 공정 효율 개선, 탄소 포집 기술 개발, 친환경 제품 생산 등 기술 혁신과 함께 대규모 친환경 투자를 통해 '카본 투 그린(탄소에서 녹색으로)' 전략을 선도하는 그린 플랜트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일 울산대공원 모습. 울산대공원은 SK가 울산시에 기부채납한 시설이다. (사진=신태현 기자)
 
앞서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은 기후위기로 인한 에너지 전환기에 미래에너지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소재’ 회사로의 도약을 선포했다. ‘카본 투 그린’ 전략에 따라 탄소가 아닌 친환경 중심의 에너지 공급사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도 지난 3월 울산CLX를 찾아 “에너지는 석유 중심에서 탈탄소, 즉 전기로 바뀔 것이고, 석유 중심의 에너지 네트워크를 잘 구축한 울산CLX는 계속해서 대한민국 에너지 심장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울산CLX는 전기·수소·ESS 등 탈탄소 기반의 에너지를 만들어 낼 충분한 역량이 있고, 앞으로 많은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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