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도의 밴드유랑)마룬5 '세월 이기는 내면의 날개짓'
음향 보완 고척돔서 3년여 만의 내한…2만2000명 몰려
유려한 고음과 악기 조화…그리움과 추모, 사랑의 헌사
입력 : 2022-12-01 16:38:00 수정 : 2022-12-01 16:38: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마룬5라는 '프리즘'을 통과한 팝 록은 단순히 말랑거리만 하는, 단편적인 음악 세계가 아니다.
 
지난 30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3년 9개월 만에 열린 내한 단독 공연을 보면서 다시금 느꼈다.
 
이들의 음악은 오히려 깔끔하고 미끈하게 다듬은 녹음 사운드로만 들으면 재미가 반감된다. 스털링사운드 같은 세계 최고급 스튜디오에서, 그래미 18관왕 엔지니어 세르반게니아가 달라붙어 소리를 매만졌음에도 말이다.
 
형광 셀로판지 감성처럼 번지듯 뭉근히 울리는 전자 드럼 비트, 현대적 감각의 비디오 아트를 수놓는 영상미, 앰프와 컨버터로 울룩불룩 증폭되는 일렉기타와 베이스기타, 건반의 음향...
 
3년 9개월 만에 열린 마룬5 내한 단독 공연. 보컬 애덤 리바인이 노래하고 있다.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무엇보다 불혹의 나이에도 애덤 리바인(43)이 마이크대를 질질 끌고 무대를 종횡하며 유려하고 미끈한 고음을 고척돔 천장에 꽂을 때, 음악은 박제된 무언가가 아니었다. 
 
이들의 정규 7집 음반 커버의 싹을 움트는 민들레이자, 곡 '콜드' 때 영상 속 새들의 날아다니는 날개짓 같은 것이었다.
 
그래미 3관왕, 팝록이라는 장르에 마룬5를 새긴 세계적인 록 밴드. 
 
이날 공연은 초반 'Moves Like Jagger'와 'This Love'의 매끈한 전주 멜로디 만으로도 2만 2000여 관중을 무장해제시켰다.
 
시작부터 리바인은 재킷을 벗어던지고 꽃무늬 차림으로 관객들의 떼창을 유도했다. 'Animals', 'Payphone', 'Girls Like you' 같은 귀에 익는 곡들을 초중반부에 배치시켰고, 각 곡들은 다양한 악기들이 유기적인 소리를 축적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지난 30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3년 9개월 만에 열린 마룬5 내한 단독 공연.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멘트는 거의 없었다. 관객들과 어깨춤을 추고, 터져나오는 떼창을 함께 즐기는 라이브 본질에 방점을 뒀다.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전했다.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한국 팬들과 만난 만큼, "다시 돌아와 기쁘다.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노래 부르는 이 순간을 사랑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곡들에선 후주 때마다 각 악기 파트의 솔로 부분들이 자유롭게 늘어지며 라이브의 묘미를 느끼게 했다. 곡과 곡 사이가 계속해서 연결되는 하나의 앨범처럼 들렸다. 음원의 박제된 소리형태를 어떻게든 다른 형태로 변주할 때, 좋은 공연이 된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준 공연이다.
 
고척돔은 통상 '록의 무덤'이자 '동굴 음향'이라 불린다. 높은 돔 천장의 특성상 울림 현상이 종종 발생되는 특유의 고질적인 음향 문제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아일랜드 록 밴드 43년 만의 U2 공연에서마저 드럼과 베이스의 리듬 파트가 상대적으로 센 멜로디 파트에 묻혀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들도 나왔다. 
 
그러나 올해 빌리 아일리시 공연부터 일종의 전환점이 됐다. 무대 쪽 전면 배치 외에 높은 천장에다 엘어쿠스틱스(L-Acoustics) 사의 K시리즈(K1, K2) 스피커 뭉치들(묶음당 10개)을 11개 정도 매달아 아예 위에서 아래로 소리를 직사하는 방식을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빌리의 공연 때 마룬5 내한 당시 음향 엔지니어를 맡은 매튜 맥콰이드가 따라 붙었다. 이날 역시 고척돔의 일반적인 스피커 배열을 탈피해 전과 다른 딜레이 음향을 전달해 전보다 훨씬 깔끔한 소리 감상이 가능했다.
 
지난 30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3년 9개월 만에 열린 마룬5 내한 단독 공연.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특히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 만으로 꾸민, 영화 ‘비긴 어게인’의 삽입곡 ‘로스트 스타스(Lost Stars)’ 앙코르 무대는 리바인과 밀착해 듣는 듯한 느낌을 줬다. 
 
팬데믹 기간 발표한 7집('JORDI')부터 이들은 내면의 관찰로 회귀했다. 오랜 친구이자 밴드의 매니저로 활동했던 조던 펠드스테인의 사망이 계기다. 오랜 거리두기 생활로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에 대해 돌아보기 시작했고, 이를 음악으로 그려냈다. 이날 공연장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포스터의 나비 문양과 공연 내내 흐르던 데칼코마니의 형형색색 자연미 영상들은 깊은 그리움과 추모, 사랑에 대한 헌사였던 것이다.
 
"이미 충분히 성공했고, 더 잘 되고 싶어서, 돈을 더 벌고 싶어서 활동하는 게 아니"(애덤 리바인의 애플뮤직 인터뷰)라는 그들이다.
 
음악은 때로 세월의 힘을 이긴다. 한층 성숙해진 내면 세계에 몰두할 때, 음악은 아름답게 비상한다. 이날 공연에 그려진 포스터 속 나비처럼. 
 
지난 30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3년 9개월 만에 열린 마룬5 내한 단독 공연.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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