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권력화된 가상자산은 규제되어야 한다
입력 : 2022-12-05 06:00:00 수정 : 2022-12-05 06:00:00
글로벌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 후폭풍이 거세다. 계열사만 130여개에 이르고 부채 규모가 최소 100억달러에서 최대 500억달러로 추산되는 만큼 당분간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회사 밖 영향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감지된다. FTX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암호화폐 대부업체인 블록파이도 결국 같은 운명에 처했고, 또 다른 대부업체 제네시스는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가상자산 업계의 릴레이 파산은 글로벌 시장 유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도 해 국내외 금융당국도 뒤늦게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가상자산업계를 넘어 전통 금융시장에까지 FTX 파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FTX는 거래규모 기준 세계 4위 가상자산거래소의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고객의 예치금을 임의로 빼돌려 계열사에 투자하는 등 재무구조가 취약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코인 뱅크런을 불러왔고, 결국 처참하게 붕괴됐다. 이 과정을 지켜본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라면 자연스레 질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과연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안전할까. 일단 다행히도 국내 주요 거래소들은 손사레 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체코인 발행이 법으로 금지돼 있으며, 고객 예치금도 별도로 보관 중이어서 FTX 같은 사태는 벌어지기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말만 믿기는 어렵다. 이 부분이 실제로 그러한지 계속해서 살펴야 한다. 앞으로 금융당국이 주도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최근 가상자산 업계를 뒤흔드는 이슈는 또 한가지가 더 있다. 바로 위메이드가 발행한 토큰 위믹스의 상장폐지 결정 건이다. 디지털자산거래소 협의체(DAXA)는 최근 유통량 정보 불투명을 이유로 위믹스를 상장폐지하기로 결론냈다. DAXA는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로 구성된 단체로, 위믹스가 상장되지 않은 고팍스를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들이 이번 의사결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믹스 상폐라는 DAXA의 결정에 대해 위메이드는 가처분신청을 한 상태로, 결론은 오는 7일에 내려질 예정이다. 법적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사안인 만큼 일단 양측의 의견 중 어느 쪽이 더 논리적일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두 사태엔 공통점이 있다.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는 동안에는 미국 정부건 우리 정부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암호화폐 업계의 모토인 탈중앙화라는 가치를 존중해주기 위해서였을까. 아무래도 이 이유는 아닌 것 같다. 가상자산 업계는 이미 중앙화 되었기 때문이다. 전통금융시장과 비교해 볼 때 그 중앙이 정부가 아니라 거래소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가상자산업이란 것 자체가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을 기반으로 새로 탄생한 분야인 만큼 정부가 산업 발전 속도를 다 따라가기가 힘들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원칙을 제시하는 것까지 너무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이다. 현재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두 사태에서 분명하게 보이는 지점에 정부는 주목해야 한다. 가상자산 업계가 여전히 법의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와중에 가상자산 거래소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임의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점 말이다. '탈중앙화라는 가치가 아닌 중앙화의 가치를 쫓는, 그리하여 바야흐로 권력화 되어가고 있는 가상자산 관련 업체들은 규제받는다'는 상식적인 원칙이 각국 금융당국에 의해 시장에 분명히 천명될 때, 가상자산 시장도 마침내 투기판이라는 오명을 벗고 전통금융시장의 대안적 시장으로서 번듯하게 자리잡게 되지 않을까.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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