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해진 당정 분리…윤 대통령의 '관저 정치'
초대받지 못한 나경원 "관저를 갔다 와야 낙점" 뼈있는 농담도…"야당과도 만나야 소통"
입력 : 2022-12-06 16:00:20 수정 : 2022-12-06 16:00:20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 정치에 모든 이목을 쏟고 있다. 누가 관저로 초대를 받았느냐, 어떤 대화가 오갔느냐에 따라 꽉 막힌 여야 정국은 물론 차기 당권의 향배도 판가름 난다는 점에서 특히 당권주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한편으로는 당정 분리 약속이 내팽겨졌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한남동 관저 입주 열흘 만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관저로 초청한 바 있다. 22일에는 원조 윤핵관인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의원 부부와 관저에서 모처럼 만나 회포를 풀었다. 사흘 뒤인 25일에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닷새 뒤인 30일에는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을 만난 뒤, 시간 차를 두고 주호영 원내대표와 다시 회동했다. 또 최근에는 윤 대통령이 두터운 신임을 주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내각 주요인사들을 초청해 만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그간 여당 현안과 관련해 "대통령으로서 무슨 당무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당무 불개입 기조를 밝혀왔다. 후보 시절부터 약속했던 당정 분리 차원이었다. 하지만 "내부총질 당대표" 문자를 통해 당내 갈등 현안에 직접 개입하는가 하면, 최근 잇단 관저 회동을 통해 차기 전당대회에 윤심이 관여하고 있다는 지적에 직면하게 됐다. 벌써부터 당내에서는 유승민 불가론, 한동훈 차출론 등 윤심을 놓고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다. 계파정치도 뜨거워졌다. 
 
비공개 회동이 외부로 유출,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대통령실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대통령실은 일단 대통령의 관저 회동에 대해 일일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6일 한 라디오에서 "유출로 인해서 득을 보는 쪽에서 가까운 기자한테 슬쩍 흘리는 것"으로 의심했다. 조 의원은 "예를 들어서 '대통령하고 멀어진 걸로 나왔는데 초대받았네? 대통령하고 3시간씩이나 독대를 해? 와, 무지 가깝네' 이래서 득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여권 내 권력 지형이 달라짐을 주목했다. 또 "대통령은 '당무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곤란할 때마다 그 말로 피해 왔는데, 대통령 입으로 혹은 대통령실·정무수석실 입으로 할 수 없는 얘기를 참석자를 통해서 의도를 흘리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국민과 언론, 여론의 반응을 떠보는 것을 노리는 것"으로도 해석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반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한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의 관저 정치에 대해 "잘 하시는 거고, 더 하셔야 한다"고 높게 평가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은 의원들하고 수시로 통화하고 수시로 만나지 않느냐"며 미국 사례를 든 뒤, "민주당도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적으로 소통에 의미를 둔 것이다. 
 
당권주자인 조경태 의원은 이날 전남도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관저 회동으로 인한 윤심 논란에 대해 "(관저 회동은)과거 정권에서도 있었던 정치적 행위로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진행자가 대통령 관저에 다녀왔는지를 묻자 "관저는 아직 못 갔다. 특별한 분들만 가시는 것 같다"며 "관저를 갔다 와야지 낙점이 된다고 (한다)"면서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관저 정치를 통해 정치권과 소통하려는 노력은 평가해야 한다면서도 야당과도 두루 만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관저 정치를 적절히 활용하면 소통에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이제는 점점 범위를 넓혀 야당이나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두루 만나 국정의 조언을 들어야 한다. 이대로 여권 쪽 사람들만 만난다면 소통이 아니라 불통이라고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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