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윤 대통령 '불가론'에…유승민, '탄핵'까지 언급
민심 1강의 유승민, 당심서는 크게 밀려…윤심, 나경원·안철수도 '글쎄'
입력 : 2022-12-07 15:51:48 수정 : 2022-12-07 21:15:58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암묵적인 비토에도 유승민 전 의원이 차기 전당대회 출마를 "정말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대치 전선이 분명해졌다. 당 안팎에서는 그의 당대표 도전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최근 관저정치로 보폭을 넓힌 윤 대통령의 제1기조는 '유승민 절대 불가론'이란 게 당내 중론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유 전 의원이 차기 당대표 적합도에서 1강 체제를 굳혔지만, 당심은 반윤 색채를 분명히 한 유 전 의원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전당대회 룰이 당심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이 결정되면 유 전 의원은 이번에도 무릎을 꿇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유 전 의원을 배척하는 이유는 '이준석 악몽'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부터 이어져 오던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을 치유하지 못하고, 임기 초반을 사실상 통째로 날려버렸다. 이준석 대 윤핵관이던 전선은 점차 윤 대통령과의 직접 대치로 비화됐고, 이 같은 여당 내홍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를 앗아간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특히 지난 7월 윤 대통령이 당시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내부총질 당대표")가 언론 카메라에 잡히면서 갈등은 전쟁으로 치달았다. 당시 홍준표 대구시장이 "둘 중 하나는 죽어야"라고 표현할 정도로 당 내분은 최고조에 달했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에게 '제2의 이준석'으로 인식된다. 두 사람은 대선후보 당내 경선 과정부터 치열하게 충돌했다. 절치부심하며 20대 대선을 준비했던 유 전 의원은 기존 '배신자' 프레임에 복병인 윤 대통령까지 상대해야 했고, 유승민계였던 이준석 전 대표의 당대표 선출에도 대선후보 경쟁에서 밀려나야 했다. 특히 TV토론 과정에서 유 전 의원은 점잖았던 성정과는 다르게 천공 등 윤 대통령의 무속 논란 등을 집중 제기하며 토론회 직후 말싸움까지 벌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 역시 경선 토론회 당시 자신과 악수한 유 전 의원이 손을 터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때부터 당내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악화됐다는 말들이 나돌았다.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유 전 의원은 정계 은퇴까지 고민한 끝에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출마를 결심했다. 경선 기간을 대구·경북(TK)에 머물다시피 하며 배신자 덫에서 헤어나오려 했지만 한 번 씌워진 주홍색을 덧칠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에 수도권으로 진출, 마지막으로 대선을 한 번 더 준비하려 했다. 본선까지 무난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변인을 하던 김은혜 현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나서면서 판이 뒤집혔다. 막강한 윤심을 등에 업은 김 수석에게 당내 모든 조직들이 결합됐고, 유 전 의원은 초선 의원에게 무릎을 꿇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유 전 의원은 경선 패배 직후 페이스북에 "(김은혜가 아닌)윤석열 당선자와의 대결에서 졌다"면서 "(윤 대통령이 보낸)자객의 칼에 맞았다"고 이번 싸움을 규정했다. 아울러 "권력의 칼춤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간다"는 직설도 남겼다. 
 
이후 한동안 칩거하던 유 전 의원은 <야수의 본능으로 부딪쳐라>는 책을 내고, '야수'처럼 윤 대통령을 향해 돌진했다. 전국 북 콘서트와 대학 강연, 페이스북을 활용해 윤 대통령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이어갔으며,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서는 이명박정부 당시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다 다음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철을 떠올리기도 했다. 지난 9월 윤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 당시에는 "윤석열 대통령님, 정신 차리십시오. 정말 X팔린 건 국민들"이라고 직격했고, 이태원 참사 이후에도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퇴 등을 촉구하는 등 사사건건 윤 대통령과 대립했다. 30% 안팎의 낮은 국정운영 지지도는 결국 총선을 앞두고 당에 부담이 될 것으로 예측했고, 이는 결국 민심에 앞서는 자신을 당대표로 선출할 수밖에 없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지난 2월 당시 유승민 전 의원(왼쪽)과 윤석열 대선후보.(사진=연합뉴스)
 
유 전 의원의 독기는 계속됐다. 그는 7일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유승민 한 명을 어떻게 이겨보겠다고 지금 전대 룰 7대 3을 9대 1로 바꾸고 별 얘기가 다 나오는데, 굉장히 삼류 코미디 같은 얘기"라며 "국민들께서 그렇게 하는 국민의힘을 보면 얼마나 '찌질하다' 이렇게 생각하시겠느냐"고 반발했다. 현행 당원투표 7, 일반국민 여론조사 3의 전당대회 비율을, 당심을 높여 9대 1로 변경하자는 일부 주장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이었다. 그는 또 '이번 전대에 윤심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진행자의 지적에 "대통령이라는 지위에 간 이상 경선 개입, 공천 개입, 선거 개입 이거는 절대 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말 한마디 했다가 탄핵 당하지 않았느냐"고 금기어와도 같은 '탄핵'까지 언급했다. 
 
일반 민심은 유 전 의원이 부동의 1위지만 당심은 다르다. 이날 발표된 뉴시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에서 유 전 의원은 33.6%를 얻어 1위에 올랐다. 2위 나경원 전 의원(12.5%), 3위 안철수 의원(10.3%)과는 차이가 컸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한정하면 순위에 큰 변동이 생겼다. 나 전 의원이 22.9%로 1위로 올라섰고, 안 의원이 15%로 2위였다. 유 전 의원은 13.9%를 받아 3위로 두 계단이나 하락했다. 앞서 지난 10월14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선거 및 사회현안 56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유 전 의원(37.1%)이 독주한 가운데 나경원(16.2%), 안철수(10.8%) 순위였다. 이 역시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한정하면 나경원(39.1%), 안철수(18.3%), 김기현(13.2%) 순으로, 유 전 의원은 9.6%에 그쳤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처럼 전체 판세는 1강(유승민) 2중(나경원-안철수) 구도로 모아졌다. 당심으로 좁히면 나 전 의원이나 안 의원 정도가 유 전 의원을 안정적으로 꺾을 수 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이 두 사람에게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의 의중을 적극 반영, 차기 총선 공천을 관리하고 승리할 친윤계 적자 후보가 없다는 점이 윤 대통령을 괴롭힌다. 최근 때아닌 '한동훈 차출설'이 제기된 배경이다. 한 장관이 직접 이에 대해 "분명히, 단호하게"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선을 그으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친윤계가 일종의 애드벌룬을 띄우고 여론과 당심을 떠봤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윤 대통령의 이런 고민이 관저정치를 통해 계파정치를 활발하게 하면서 당이 과거 청와대 출장소로 다시 전락했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윤 대통령이 수차례 언급했던 당정분리도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윤심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놓고 당내 혼란도 지속되고 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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