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CMIT·MIT 성분 '폐로 도달' 입증…"폐에 남아 폐 질환 유발"
비강·폐 등에서 최대 1주일까지 성분 남아
연구 결과 '인바이런먼트 인터내셔널'에 게재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사망자만 1784명
입력 : 2022-12-08 12:00:00 수정 : 2022-12-08 12:00:00
[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SK케미칼, 애경산업 등이 2000년대 초반 제조·판매했던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 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치아졸리논(MIT)이 호흡기 노출을 통해 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량적으로 첫 입증했다. 해당 물질이 폐에 남아 폐 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방사성 추적자로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 물질이 폐에 도달해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증명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 내용을 보면 CMIT와 MIT는 미생물 증식을 막거나 지연시켜 제품의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살균보존제 성분이다. 방사선 추적자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포함된 화합물이며 방사성 동위원소가 붕괴될 때 방출하는 에너지를 측정해 해당 화합물의 체내 이동 경로와 분포 특성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표지된 가습기 살균제 성분 물질을 합성해 실험동물의 비강과 기도에 노출시켰다. 그 결과 노출 부위인 비강 또는 기도에서 폐까지 가습기 살균제 CMIT와 MIT가 이동하는 것이 확인됐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은 최대 1주일까지 노출부위와 폐에 남았다.
 
같은 경로로 CMIT와 MIT에 노출된 실험동물의 기관지폐포세척액을 분석했더니 폐 손상과 관련된 염증성 사이토카인 등이 유의적으로 증가했다.
 
기관지폐포세척액은 실험동물의 기관지와 폐포 분비물을 생리식염수로 세척해 세포 성분과 액상 성분을 채취하는 기법이다. 세척액 내 포함된 면역세포나 단백질 지표를 통해 질환의 병태생리학적 특성 분석에 주로 활용된다.
 
이번 연구는 JCR 기준으로 환경과학 분야 상위 5% 수준인 국제환경 학술지 '인바이런먼트 인터내셔널(Environmnet International)' 12월호에 게재됐다.
 
연구는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경북대학교 연구진,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진과 국립환경과학원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신선경 국립환경과학원 환경건강연구부장은 "이번 연구에 적용된 기술은 가습기 살균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활화학제품의 호흡기계 독성영향을 평가하는 데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94년부터 2011년까지 판매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수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바 있다. 정부에 피해를 신청한 사람만 7768명이고 이 중 1784명이 사망했다.
 
애경산업, SK케미칼 등은 해당 기간 CMIT와 MIT를 함유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10월,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을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하고 관련자를 고발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 8월, 서울고법에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유해 화학물질이나 제품의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정부 공무원들의 소극적이고 부적절한 업무처리 과정이 누적돼 발생한 참사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방사성 추적자로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 물질이 폐에 도달해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증명했다고 8일 밝혔다.사진은 한 시민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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