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임대차법 시행 전 실거주 집계약자, 임차인 갱신 거절 가능"
개정 임대차법 시행 전 매매계약…소유권 이전등기 안 해
입력 : 2022-12-19 06:00:00 수정 : 2022-12-19 06:00:0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전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를 산 매수인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못했더라도 기존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는 2020년 신설된 계약갱신요구권·갱신거절권 관련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서울 강남구 소재 아파트 소유권자인 A씨 부부가 임차인 B씨 가족을 상대로 낸 건물인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임차주택의 양수인(A씨 부부)은 그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갱신거절 기간 내(임대차 종료 6개월 전~종료 2개월 전) 갱신거절 사유를 주장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한 “주택임대차법 6조의3 1항 단서 8호가 정한 ‘임대인’을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할 당시의 임대인만으로 제한해 해석하기 어렵다”며 “구 임대인이 갱신거절 기간 내 실거주가 필요한 새로운 임대인에게 매각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주택임대차법 3조 4항에 의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양수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8호 사유를 주장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원심은 임대인의 실제 거주를 이유로 한 계약갱신 거절 가능 여부가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당시 임대인만을 기준으로 보고, 주택임대차법 6조의3 1항 단서 8호의 계약갱신 거절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주택임대차법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A씨 부부는 2020년 7월 5일 실거주 목적으로 이전 집주인 C씨와 아파트 매매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지급한 뒤 그해 10월 30일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원래 주인 C씨와 2019년 4월15일부터 지난해 4월 14일까지 2년 간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30만원으로 임대차 계약을 한 B씨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도입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시행 이후인 2020년 10월부터 임대차계약 2년 연장을 수차례 요구했다.
 
그러나 C씨는 A씨 부부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며 B씨 요구를 거절했다. 결국 B씨 가족이 나가지 못한다고 하자 C씨에게서 아파트 소유권을 넘겨받은 A씨 부부는 건물인도 소송을 냈다.
 
개정 주택임대차법 6조3의 1항은 ‘임대인은 임차인이 기간 내에 계약 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같은 조항에서 8호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와 9호 ‘그 밖에 임차인으로서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예외 조항을 뒀다.
 
1심 재판부는 “B씨 가족은 A씨 부부로부터 5000만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건물을 인도하라 ”며 A씨 부부 손을 들어줬다. A씨 부부가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전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 매매계약을 맺었고, 임대차 계약 기간이 끝나는 대로 실거주가 가능하다고 믿었던 점을 고려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B씨 가족이 계약 갱신을 요구할 당시 A씨 부부는 주택 소유권이 없어 실제 주인이라 볼 수 없고, 실제 주인이던 C씨의 경우 주택을 이미 팔아 실거주 의사가 없었으니 '실거주 목적'을 이유로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며 1심 판결을 뒤집어 B씨 가족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에선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 시점을 소유권 등기 시점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임대주택 양수인(임대인 지위 승계인, A씨 부부)이 종전 임대인(C씨)과 별도로 독자적으로 갱신거절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양수인의 실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거절이 정당한지 여부는 그 갱신거절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적법한 갱신거절기간 내에 이뤄졌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고, 이는 양수인이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시점이 임차인(B씨 가족)의 종전 임대인(C씨)에 대한 갱신요구권 행사 이후인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이 판결의 결론”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사안과 달리 임대인의 갱신거절권이 소멸된 이후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양수인 또는 갱신거절권이 소멸되기 전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양수인이라도 갱신거절기간 내 갱신거절권을 행사하지 않은 경우에는 실거주를 이유로 인도를 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에는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임차주택의 양수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 6조의3 1항 단서 8호에 따라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고 한다는 사유를 들어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이 판결이 재판실무처리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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