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미리 대비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입력 : 2022-12-28 06:00:00 수정 : 2022-12-28 06:00:00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3년차를 맞은 가운데 올해는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엔데믹을 바라보게 됐지만, 여기저기 둘러봐도 들뜬 분위기는 좀처럼 감지되지 않는다. 세밑 한파 못지않게 국내외 경기에도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제시한 내년 경제성장률 1.6%는 이같은 한파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임을 암시한다.
 
고금리, 고물가 시대가 이어지면서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개인도 허리띠를 졸라맨다. 소비와 투자, 그 어느 것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 한파의 악순환이 예상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양극화도 더욱 극대화되기 마련이다. 기업으로 보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벤처기업이 더 힘들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내년 핵심 경영전략을 '원가절감 및 긴축'으로 잡은 중소기업은 10곳 중 6곳에 이른다. 새로운 전략을 짜고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커녕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것이라 예상하는 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이처럼 경제가 어려워지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훨씬 더 힘들어지는데, 사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다. 올해 끄트머리에 법제화 문턱을 넘는 데 마침내 성공한 납품단가 연동제는 그 대표적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납품단가 연동제엔 '중기업계의 오랜 숙원'이라는 꼬리표가 무려 14년간이나 따라 다녔다. 원가가 오르면 최종 제품 가격에도 이 부분이 반영돼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논리가 오랜 기간 묵살돼온 것이다. 그간 필요성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올해 천정부지로 솟는 원자재 가격에 따른 중소기업의 고충이 극도로 심화되고 나서야 비로소 법제화에 탄력을 받게 됐다. 법 통과가 반갑기는 하면서도 한편으로 아쉬운 이유다. 당위성을 충분히 알면서도 극심한 진통을 겪고 나야만 비로소 해법이 나오는 현실이 야속하다.
 
부디 내년에는 기업이 너무 힘들어지기 전, 혹시 법제화로 숨통을 틔울 수 있는 것들은 없는지 먼저 살피는 한해가 됐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은 벤처혁신업계의 오랜 숙원 중 하나인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제도에 힘이 실리는 한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많은 벤처기업들의 가치 하락이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창업자가 어렵게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지분 가치가 과도하게 희석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제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힘든 마당에 현재 벤처스타트업 기업들의 경우 말할 것도 없이 훨씬 더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소위 '옥석 가리기' 기준에 기업의 형태를 맞추느라 여념이 없는 사이, 혁신을 무기로 과감하게 새로운 곳에 대한 모험을 감행하는 벤처스타트업 본래의 개성은 내려놓는 모습이다. 일단 살아남아야 다음이 있기 때문이라지만, 이 가운데 혁신 정신의 밑천이 다 바닥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겨울이 지나가면 봄은 반드시 오는 법이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그랬듯, 우리 경제에 다시 찾아올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전령사는 아마도 벤처혁신업계일 것이다. 그날이 올 때, '그 기업, 예전에 괜찮았는데 아쉽게 됐다' 하는 회한의 목소리가 부디 적었으면 한다.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법제화는 이같은 회한을 줄이는 데 기여할, 작지만 의미 있는 씨앗이 될 것이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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