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윤석열의 '격노'…김정은의 '더 격앙된 투쟁방략'
입력 : 2023-01-02 06:00:00 수정 : 2023-01-02 06:00:00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4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해 KF-21 등 전시된 전투기 및 헬기를 참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에게 미국으로 향하는 북한 미사일을 재래식 요격미사일로 격추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매티스는 촛불이 켜진 전쟁기념관 골방에 조용히 앉았다. 그는 이전에 충분히 많은 전쟁에 참여했기에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무엇을 수반하는지 알고 있다…북한과의 전쟁이 이론상의 우려가 아니라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매일 생각해야 했고, 그것이 매일 나(매티스)를 무겁게 짓눌렀다”
 
2017년 하반기 한반도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화염과 분노', ’핵단추' 용어를 주고 받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었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는 당시 짐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고뇌’를, 2020년에 출간한 ‘격노(Rage)’에서 이렇게 전했다. '미친 개(Mad Dog)' 매티스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수백만명을 죽이게 될 핵무기 사용 문제였다.
 
한반도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마이클 멀린 전 미국 합참의장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집중 발사하고 7차 핵실험 가능성이 거론되는 지금이 북-미 대결이 극에 달했던 2017년 말보다 북핵 사용 위험이 더 커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역사적인 2번의 북미 정상회담과 3번의 남북정상회담이 있었으나, 일장춘몽이 되고 말았다.
 
5년 전에는 미국과 북한이 격하게 충돌하는 상황 한 가운데로, 한국 정부가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가 될 때마다, 아니 기회를 만들어서 "한반도에 두 번 전쟁은 없다", "우리 허락 없이 절대로 전쟁은 안 된다"고 했다.
 
'전략적 인내 답습' 바이든 정부, 한반도 상황관리만
 
그러나 지금은 남북 간 갈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상황관리에만 치중하는 형국이다.
 
2022년 한 해 동안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8발을 포함해 최소 67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각종 군사적 움직임을 활발하게 벌였고, 한미도 항공모항과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한 연합훈련으로 맞섰다. 미국은 이렇게 군사행동을 하는 한편 외교적 해결 발언도 빼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영혼 1도 없는' 외교적 언사일 뿐,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그의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나마 미국은 남북한에 비해 긴장을 고조시키지는 않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 할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수도권 상공에 뜬 북한 무인기를 한 대도 격추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이 비등하자 '격노'로 대응했다. "평화를 위해선 압도적인 전쟁준비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군은 곧바로 북한 무인기 도발 상황을 상정한 대규모 합동 방공훈련을 실시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 한 대가 오면 우리는 두 대, 세 대를 보내라며 드론 부대 창설도 지시했고, 직접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해 북한 무인기 위협에 대한 감시·정찰 요격시스템 등 국내 무기체계 개발 현황도 점검했다.
 
이미 2018년 9월부터 육군 지상군작전사령부 산하 2개 대대가 공격용 40여대 등 2500여대의 드론을 운용하고 있음에도 드론 부대 창설을 지시한 것도 황당하기는 하지만, 안보에는 ‘만에 하나’가 없으니 군을 다그치며 독려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오로지 군사적 대응 뿐이라는 점이다. 안보는 군사력 뿐 아니라 외교가 함께 가야 한다. 싸우지 않고도 지키고 이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이 정부 들어 이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노력이 있었던가. 핵을 포기하면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공허한 말뿐, 바이든 정부나 중국 정부를 움직여서 판을 바꿔보려는 시도는 없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해 11월 27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참여했던 공로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그들의 노력을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휴전 70년…한반도 ‘팃포탯’의 끝은 무엇일까
 
김정은 위원장도 ‘마이 웨이’를 고수 중이다. 북한은 2021년 1월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국방공업혁명 2차 5개년 계획에 따라 ▲미 본토 포함 1만 5000㎞ 사정권 타격 명중률 향상 ▲수중·지상 고체엔진 ICBM 개발 ▲핵 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극초음속 무기 도입 ▲초대형 핵탄두 생산 ▲500㎞ 무인 정찰기 개발 ▲군사 정찰위성 운영을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하나하나 현실화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조선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더욱 격앙되고 확신성 있는 투쟁방략을 세울 것"을 주문하면서 “2023년도에 강력히 추진해야 할 자위적 국방력 강화의 새로운 핵심목표들을 제시”했다.
 
그가 (7세부터 14세까지) 조선소년단원들에게 “혁명의 원쑤들을 끝없이 미워하고 그놈들과 맞서 싸우는 심정으로 인민군대 원호에도 앞장설 것”을 촉구하는 장면을 보면, 지금까지 남과 북이 무엇을 해 온 것인지 아연실색할 뿐이다.
 
남북간의 이런 '팃 포 탯(tit for tat·맞불놓기)'의 귀결은 무엇일까. 한국전쟁 휴전 70년의 새해가 밝았지만, 한반도 상공에는 먹장구름만 가득하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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