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나쁠 수 없다"…건설사, 올해 분양 셈법 '골머리'
삼성물산·현대건설 등 분양목표 낮춰…둔촌주공도 1400가구 미계약
DL이앤씨, 공급계획 물량 반토막…규제완화에도 금리인상·미분양 발목
입력 : 2023-01-25 06:00:00 수정 : 2023-01-25 10:34:34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모습. (사진=김현진기자)
 
[뉴스토마토 백아란·김현진 기자] 올해 분양시장이 악재와 호재 간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면서 건설사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의 실거주 의무 폐지 등 전방위적인 부동산 규제완화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폭은 축소됐지만, 고금리와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청약불패'로 꼽혔던 서울 등 수도권 지역까지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올해 분양시장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되던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정당계약에서 일반분양 물량 1400여가구가 미계약으로 남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설사의 분양 계획에도 변동성이 커진 모습입니다.
 
악재·호재 간 힘겨루기 형국…목표물량, 전년대비 28% 감소
 
당장 주택 공급 물량부터 축소됐습니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가운데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포스코건설·GS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SK에코플랜트의 올해 분양 계획 물량은 14만7136가구(총 공급가구·지분반영 기준)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 2022년 분양 계획 물량(20만4198가구)에 비해 27.9% 감소한 수준으로, 예정물량은 전년의 72% 규모입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로 규제가 대폭 완화됐지만 고금리·미분양에 따른 우려로 분양 목표를 보수적으로 내려 잡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표=뉴스토마토)
 
건설사별 공급 예정 물량을 보면 롯데건설이 2만7941가구로 가장 많았습니다. 롯데건설은 올해 구리 인창C구역 재개발사업, 청담삼익재건축, 자양1 재정비촉진구역, 삼선5구역재개발 등을 분양할 예정으로 물량은 전년 계획보다 2.97% 늘어난 수준입니다. 시평 상위 10대 건설사 중 분양 물량을 늘린 곳은 롯데건설과 SK에코플랜트(1만3724가구 예정)가 유일합니다.
 
지난해 3만405가구 공급을 계획했던 현대건설의 경우 올해 30.52% 감축한 2만1126가구를 목표로 내놨으며 GS건설(1만9000여가구)과 대우건설(1만8279가구), 포스코건설(1만5762가구), 삼성물산(9971가구) 역시 작년 목표 물량보다 29.6%, 39%, 21.3%, 20.9%를 줄였습니다.
 
공급 계획 물량이 가장 적은 곳은 DL이앤씨로 9956가구로 나왔습니다. 지난해 2만300가구를 목표로 삼았던 것을 고려하면 목표치를 무려 52.9% 축소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유례없는 거래절벽으로 분양물량이 좀처럼 소화되지 못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현대엔지니어링 또한 전년대비 절반 수준인 1만1777가구를 올해 공급할 예정이며,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문3구역(약 800가구)과 광명 4구역(약 400가구), 부산 대연3구역(약 1200가구), 청주가경(약 900가구) 등을 계획 중인 상황입니다.
 
건설사 분양 계획 변동성 커져…금리·미분양 증감 '관건'
 
건설업계에서는 규제 완화 기대감에도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이 큰 만큼 지난해 잡았던 분양 계획을 올해로 연기하거나 철회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올해 공급 목표 물량 자체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이 안 좋기 때문에 시행사나 이런 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들고 치솟은 기준금리 여파로 수요가 위축하며 시장 자체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으로 건설사들은 분양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영업수익성과 현금흐름이 저하된다는 점에서 올해는 지역별로 분양 목표나 일정에 대한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분양도 많고 금리도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분양이 잘 안 될 걸로 예상돼 올해까지 분양 계획했던 물량을 철회하거나 연기해서 분양 물량 자체는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이라며 "자금 여력이 없는 건설사의 경우 어쩔 수 없이 분양에 나서겠지만 자금 여력이 있는 건설사 같은 경우 업황이 살아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분양을 진행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습니다.
 
백아란·김현진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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