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소비자보호 첫 걸음, 디지털자산기본법 빨리 처리돼야"
가상자산 거래소 코어닥스의 임요송 대표
"주요 거래소들, 자율규제 제대로 이행 안해…투명성부터 확보해야"
"실명계좌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확보 총력"
입력 : 2023-01-26 16:36:36 수정 : 2023-01-26 16:47:08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자율규제라는 것은 시장에 공통의 룰을 정해 알리는 거예요. 가상자산 상장과 상장폐지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던 것은 (이 자율규제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상은 거래소들이 자율규제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아요. 자율규제도 잘 못지킨다면 산업 진흥이 제대로 될까요?"
 
임요송 코어닥스 대표. (사진=이선율 기자)
 
임요송 코어닥스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구로구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현행 자율규제의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자율규제에 대한 정보가 현재 불투명한 까닭에 실행 여부 역시도 깜깜이라는 지적입니다.
 
임 대표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제대로 된 자율규제가 이행되려면 코인 상장, 상폐 등에 대해 공통의 가이드라인을 정해 공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런 것은 지키고, 이런 것은 하면 안된다는 기준, 공통의 룰을 정해야 하고, 이를 시장에 공표해야 한다. 이걸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데 자율규제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라도 제대로 된 자율규제 이행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임 대표는 거래소들이 코인 상장과 상장폐지에 대한 결정권을 쥔 만큼 초반 상장 단계부터 신중하고 꼼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다만 상장폐지를 해야할 때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충분한 시간을 부여해 유연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임 대표는 "상장심사 때부터 깐깐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장폐지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상장폐지 발표를 하면 시장 혼란이 커지고, 소비자 피해가 일어나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거래소들은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상폐 시켰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피해를 보는 건 소비자들이라는 것이지요. 만약 상장폐지를 해야할 상황이 온다면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프로젝트에 충분한 소명기회를 주고, 시장에도 위험하다는 시그널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임 대표는 주장합니다.
 
앞서 코어닥스의 경우 국내 주요 8개 거래소중 유일하게 루나를 상장시키지 않아 주목받은 바 있습니다. 지난 2021년 9월 코어닥스는 루나에 대해 상장심사 단계에서부터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1차 서류심사 체크리스트를 보면 자금세탁 가능성 등 법률 및 규제준수 항목에서 유사수신행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감점을 부여했습니다. 루나 폭락 사태가 발생한 이후 지난해 5월 열린 당정 간담회에서 임 대표는 "거래소에 통일된 상장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코어닥스 본사 전경. (사진=이선율기자)
 
임 대표는 가상자산 시장 규제를 위한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도 속도를 내야한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국회에서 예정됐던 디지털자산법 관련 논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두차례나 밀리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임 대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추진이 소비자 보호의 첫 걸음"이라며 "더 이상 늦추지 말고 빨리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법 제정시 유럽연합의 MiCA,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규제법안도 참조해 국제적 정합성에 맞게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글로벌 1위 거래소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추진설과 관련해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임 대표는 보고 있습니다. 고팍스는 현재 FTX 파산 여파로 고파이 예치금을 미지급한 상황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가 상환해야 되는 고파이 예치 금액 규모는 약 600억원에 달합니다. 임 대표는 "현금 유동성이 없는 상태에서 금리까지 치솟고 있어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고객들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어떻게 해서든 자금수혈이 시급한데, 이를 위해선 매각이 최선일 것 같다"고 봤습니다.
 
다만 고팍스의 리스크 관리에 대해선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임 대표는 "고파이 서비스를 보면 자체 네트워크 기반으로 스테이킹을 한 것이 아닌 제네시스 트레이딩, 다시 말해 제3자에게 자금운용을 맡기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것"이라며 "FTX가 파산하니까 연쇄적인 영향이 온 것인데, 엄밀히 보면 애초에 위험한 행위를 해서 사고가 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코인마켓 거래소들의 최대 관심사는 은행권의 실명확인 계좌 확보입니다.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가 주된 수익원인 만큼 실명계좌 없이 가상자산 마켓만으로 사업을 유지하는 것은 장기간 생존을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코어닥스도 여기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임 대표는 "코인마켓 거래소는 구조적으로 실명확인 계좌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지방은행보다는 시중은행을 목표로 최선을 다해 계속 협의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어닥스는 올 한해 실명확인 계좌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데도 계속해서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입니다. 임 대표는 "실명계좌를 확보하고 난 이후부터가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는 것인데, 우리는 좋은 코인에 투자해 수익을 내길 원하는 고객의 목표에 맞춰 투자를 잘 할 수 있는 종목들을 엄격한 상장 심사를 통해 분별해내고자 한다"면서 "수익과 안정성을 갖춘 미래지향적 플랫폼에 대해 제대로 검증해 내야할 것이며, 이러한 기본을 제대로 지키면서 고객들이 믿고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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