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경계현·노태문, 302조원 매출 신기록 견인
반도체, 생활가전사업 등 역대 최대 연간 매출 거둬
삼성전자, 반도체 인위적 감산에 "중장기 투자 지속" 선그어
입력 : 2023-01-31 16:29:23 수정 : 2023-01-31 16:44:41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지난해 연간 매출 302조23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사업부별로는 반도체, 생활가전사업(VD, 가전), 하만이 역대 최대 연간 매출을 거두는 성과를 냈습니다.
 
3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이 겸직하고 있는 생활가전사업(CE)의 매출은 60조64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55조8300억원, 2020년 48조1700억원, 2019년 44조7600억원에 이어 꾸준히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이 이끄는 DS부문은 매출 98조46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94조1600억원, 2020년 72조8600억원, 2019년 64조9400억원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이 수장으로 있는 MX 매출도 120조8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21년 109조2500억원, 2020년 99조5900억원, 2019년 107조2700억원이었습니다. 다만 MX의 경우 지난 2013년 138조원대 최대 실적을 낸 바 있습니다.
 
하만은 전장사업 매출 증가와 견조한 소비자 오디오 판매로 2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연매출 13조2100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지난해에는 10조400억원, 2020년 9조1800억원, 2019년 10조800억원이었습니다.
 
다만, 이같은 매출 신기록에도 영업실적은 반도체 등 업황이 꺾인 타격을 받았습니다. 작년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27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증권업계가 예상했던 4000억∼8000억원대에 못 미칩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96.9% 급감했습니다.
 
이번 실적발표에선 반도체 업황 침체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처럼 감산 카드를 꺼내들지 관심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 미래 수요에 대비하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해 중장기 투자는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최근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소비자 구매 심리가 위축됐으며 경기 악화 우려로 재고조정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시황 약세가 당장 우호적이진 않지만 미래를 철저하게 준비하기 위한 좋은 기회"라고 했습니다.
 
투자 축소와 감산 계획에 대해 "올해 시설투자(케펙스·CAPEX)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 필수 클린룸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밝혔는데요.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감산이나 설비 투자 축소를 진행하는 것과 달리, 인위적 감산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선을 그은 것입니다.
 
이는 반도체 부문을 맡고 있는 경계현 사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됩니다. 반도체 경기 사이클과 관계없이 꾸준히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지요. 경 사장은 지난해 7월  평택 캠퍼스 미디어 투어에서 "경기 사이클이 빨라지면서 불황기에 투자를 적게 한 것이 호황기에는 안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며 "시장의 업앤다운(Up & Down)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꾸준한 투자가 맞는 방향"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경 사장이 하반기까지 손실을 버티면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쓸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그는 지난해 12월 말 직원들에게 "인내는 견디는 것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계속하는 것도 인내"라며 "안 좋은 때를 잘 극복하면 경쟁력을 더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밤이 깊으면 아침이 가까운 것이고, 어려움이 커지면 희망이 다가온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컨콜에서 "투자 계획에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차별화 지속 외에도 올해 하반기 본격화가 예상되는 고성능·고용량 메모리반도체인 DDR5와 LPDDR5X 시장 대응을 위한 선단공정 전환이 포함된다"며 "파운드리는 '쉘 퍼스트'(Shell First) 전략으로 수요에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선단공정 수요 대응을 위해 테일러·평택공장 생산능력 확대 중심의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주요 고객사용 판매 확대로 분기·연간 최대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첨단 공정 중심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고객처를 다변화해 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이익이 증가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습니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사진=연합뉴스
 
한종희 부회장이 이끄는 DX 부문은 4분기 매출액 42조7100억원, 영업이익 1조64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4.0%, 51.8% 감소했습니다. 가전 사업은 시장 수요 부진과 원가 부담이 지속되며 수익성이 악화했는데요. 삼성전자는 적자 발생에 대해 "VD(영상디스플레이)는 연말 성수기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고, 네오 QLED와 초대형 등 프리미엄 제품 중심 판매로 매출과 이익이 모두 증가했다"면서도 "생활가전은 시장 악화와 경쟁 심화에 따른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부회장이 전 부문에 걸쳐 투자 감축 계획이 없을 것을 단언하면서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꾸준한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한 부회장은 'CES 2023'에서 최근 실적 악화 흐름에 대해 "기술 혁신으로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본질에 충실하고자 한다"며 "복합적인 거시 상황에서 경기 반등 시점을 정확히 예상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감산을 비롯한 시설 투자 감축 계획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거리를 뒀는데요. 한 부회장은 "아직까지 시설 투자를 줄이겠다고 공식 발표한 적도 없고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며 "DX부문뿐 아니라 반도체(DS)부문도 그렇게 진행하는 걸로 안다. (지난해 시설 투자 규모와의 차이에) 특별한 것은 없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사진=연합뉴스
 
노태문 사장이 지휘하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경험(MX)의 경우 판매 둔화와 중저가 시장 수요 약세로 매출과 이익이 모두 하락했는데요. MX 및 네트워크 사업부문 매출은 26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1조7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 영업이익은 36% 각각 감소했습니다. 
 
실적 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자구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인데요. 그간 중점을 뒀던 '폴더블폰 대중화' 가속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관련해 노 사장은 "오는 2025년까지 프리미엄 갤럭시폰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폴더블폰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주력 스마트폰인 '갤럭시 23' 출시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입니다. 앞서 노 사장은 기고문에서 "새로운 갤럭시 S시리즈의 울트라 모델은 성능과 품질 면에서 최고 중의 최고라는 확신을 드릴 제품"이라고 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임유진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