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태운 택시 세워놓고 욕설…법원 "아동학대죄"
검찰, 약식명령 청구했지만 정식재판 열고 '벌금 300만원'
재판부 "어린이들 정신건강·정서적 발달에 해 끼쳐"
입력 : 2023-02-01 10:41:35 수정 : 2023-02-01 13:54:02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주행 중인 택시 앞으로 갑자기 벤츠가 경적을 울리며 가로막습니다. 곧바로 벤츠 운전자가 내리더니 택시로 다가와 기사에게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습니다. 
 
"이 XXXX야, 운전 똑바로 해, X같은 놈.(벤츠 운전자)"
 
택시 기사가 운전석 창문에 걸친 팔을 밀어내자 벤츠 운전자는 더욱 위협적으로 고성을 지릅니다.
 
“뒤진다, 손 내려.(벤츠 운전자)”
 
"뒤에 아이가 있으니 그만 하세요.(택시 승객)"
 
"애들 있는데 왜 운전을 X같이 해!(벤츠 운전자)"
 
벤츠 운전자의 고성과 욕설은 2분간 쏟아졌습니다. 택시 뒷좌석에서 6세, 7세 두 아들과 함께 타고 있던 B씨는 아이들 귀를 막아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 중 작은 아이는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큰아이는 친구들과 놀면서 벤츠 운전자 말투를 흉내내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A씨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운전자폭행) 등을 적용해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사안이 무겁다고 보고 정식재판에 회부했습니다.
 
1일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남균 판사는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백만원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을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택시기사에게 공포심을 느끼게 해 도로교통의 안전을 해쳤고, 피해 어린이들의 정신건강 및 정서적 발달에 해를 끼쳤다"고 지적했습니다.
 
B씨를 변호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조수아 범죄피해자 전담변호사는 "아동에 대한 직접적인 폭언 뿐만 아니라, 아동이 들을 수 있는 장소에서 이뤄진 간접적 폭언도 아동학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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