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바이낸스 자금 받게 된 고팍스…이준행 대표 지분에 쏠리는 눈
투자 유치 이후 인수 임박설 솔솔…이 대표 경영권 유지 관심
FIU "주주 변경신고 건 아직 없다"…해외 거래소 유입에 시장 변화 주목
입력 : 2023-02-06 16:25:55 수정 : 2023-02-08 10:25:44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고팍스가 FTX 파산 여파로 두달 넘게 중단한 고파이의 상환 자금을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바이낸스로부터 수혈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자금난에 시달려온 고팍스를 인수하는 것이 바이낸스로는 부담이지만, 장기적 측면에선 한국 시장 진출을 좀더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계약 체결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협상이 어떤 조건에서 체결될 지, 인수 체결 이후 시장 변화에 관심이 쏠립니다.
 
지난 3일 고팍스는 바이낸스로부터 투자를 받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낸스가 지원에 나선 고팍스 투자 자금은 산업회복기금(IRI) 형태로 마련됐으며, 이번 자금은 그간 출금이 중단됐던 고파이 예치 자산의 지급에 쓰일 예정입니다.
 
이준행 스트리미(고팍스) 대표. (사진=스트리미)
 
보도가 알려지고 난 이후 자오창펑 바이낸스 대표는 트위터에서 "바이낸스가 산업회복 기금을 통해 고팍스를 인수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1시간도 안돼 해당 글을 돌연 삭제했습니다. 지금은 투자 유치 관련 글이 올라와 있는 상태입니다. 업계에선 사실상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바이낸스가 이준행 고팍스(스트리미) 대표의 지분 상당수를 인수하고, 또 인수 가격을 낮추는 등 최대한 바이낸스에 유리한 조건에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업계 및 일부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고팍스 창업자인 이준행 대표의 지분 41.2%를 매입하는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FTX 사태 이후 가상자산 시장이 위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고파이 예치금 등을 포함해 인수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인수가격은 협상 초기보단 큰폭으로 낮아진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가 올린 바이낸스의 고팍스 투자 유치 관련 트위터 캡쳐.
 
고팍스가 상환해야 할 고파이 예치 금액은 약 600억원에 이릅니다. 서비스 협력사인 제네시스가 FTX 파산에 따른 재무 손실로 자금 인출을 잠정 중단하면서 지난 11월부터 예치금 출금은 중단된 상태입니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급한 불은 껐지만 코인 가격이 계속 올라가면 부담이 점점 더 커진다는 점에서 바이낸스도 자금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실명계좌를 터놓은 고팍스 인수로 금융당국 규제 장벽을 허물고 한국 진출을 쉽게 하려는 의도가 큰 것 같다"고 봤습니다. 
 
일각에선 최근 바이낸스가 고팍스 인수를 위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대주주 변경 신고절차를 밟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습니다. 이 점에 대해 FIU 관계자는 "특금법(특정금융정보법)에 주주에 대한 변경신고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서 "현재 신고절차를 밟고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주주 변동시 변경 신고 대상에 해당되지 않지만, 사업자의 명칭, 대표자 및 임원, 사업추진계획 등에 변동사항이 생기면 FIU에 변경신고를 하고 수리를 기다려야 합니다. 이에 따라 바이낸스가 고팍스의 지분을 대량 확보해 경영에 관여하게 되면 FIU 변경신고를 해야합니다.
 
인수 이후 이준행 대표의 경영권 유지에 대해 바이낸스가 금융당국을 의식해 기존 대표 체제를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파이 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문제가 터지면 안되기에 당분간 대표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무엇보다 한국 진출을 위해선 금융당국 눈치를 많이 봐야하는 입장인 만큼 고민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하게 될 경우 업계에 끼칠 영향에 대한 의견도 분분합니다. 우선 특금법에 따라 오더북(거래장부 공유)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점에서 양측간 시너지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하는 일이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자본력이 있는 해외 거래소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 쉬워지는 선례로 남기에 국내 거래소들에게는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간 특금법 하에 실명계좌에 대해 매우 보수적으로 운영해온 금융당국이 해외업체들에 허용적인 면모를 보인다면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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