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바이낸스 한국 재진출…국내 가상자산업계 '예의주시'
두번째 도전…고팍스 지분 매입 통해 인수 추진
사업적 기대 효과 커…국내 거래소에는 위협될 듯
입력 : 2023-03-05 09:01:00 수정 : 2023-03-05 09:01:00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글로벌 1위 거래소 바이낸스가 고팍스 인수를 통해 한국 시장에 재진출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가상자산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대형 해외 거래소의 한국 시장 진출인 데다 대형 메기의 등장으로 가상자산 시장의 판도를 흔들 수 있어 시장 재편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다만 규제 장벽이 높은 실명계좌 계약을 놓고선 바이낸스의 인수가 기정사실화되면 손쉽게 자본력으로 획득한 셈이 돼 역차별 논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가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BWB 행사에서 영상을 통해 한국 참관객에게 사업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BWB유튜브 영상 캡처)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바이낸스는 고팍스 창업자인 이준행 대표 지분 40%를 인수하며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팍스는 이미 바이낸스의 아시아태평양 대표인 레온풍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는 등 주요 경영진을 바이낸스측 인사로 교체한 상태입니다.
 
바이낸스의 한국 시장 진출 도전은 지난 2020년에도 진행된 바 있습니다. 당시 바이낸스는 바이낸스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 직진출을 시도했으나 자금세탁 방지 등 특금법 도입으로 금융당국의 견제를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사업을 중단, 국내 원화 거래소 인수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지난해말 바이낸스는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 '사쿠라익스체인지', 인도네시아 토코크립토의 지분을 100% 매입하며 사업구조 일부를 개편하기도 했는데 국내 원화거래소 고팍스에 대해서도 지분 매입 인수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바이낸스의 한국 진출은 규제로 막혀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업성 측면에서 얻게 될 기대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업비트 거래소 전경. (사진=뉴시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 교수는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하게 되면 세계 최대 거래소가 국내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확보하는 셈"이라며 "규제가 있는데도 국내 업체에 해외 거래소가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고팍스를 통해 바이낸스 상장이라는 루트가 만들어지는 한편 투자자들의 이용률이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STO(증권형토큰) 가이드라인을 봤을 때 기존 가상자산 사업자의 사업범위는 축소시키고, 증권사의 사업범위를 확산시키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오히려 바이낸스와 같은 구조가 국내에 은행계좌를 확보하고 여러 파생상품 서비스를 국내 법인이 아닌 쪽으로 연동하는 방식으로 서비스할 수 있기에 유리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가상자산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업비트 등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현재 중앙화된 거래소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 측면에서 보면 현재 국내 거래소들이 취하는 거래 형태가 오래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가 계속 규제를 강화해 과세 등 조치를 하더라도 자본력이 있는 사업자는 규제와 과세를 피해갈 수 있고, 기술을 이용하는 구조로 간다"고 봤습니다. 최근 스텔스 코인지갑, 디파이 등으로 자금이 나가는 현상도 규제를 피해가는 대표적 사례로, 중앙화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탈중앙화 가상자산 거래소 중심으로 이용률이 높아지는 등 다양한 시도들 또한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실명계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코인마켓(코인간 거래) 거래소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코인마켓 거래소 한 관계자는 "국내 중소거래소들은 실명계좌가 막혀서 폐업하기 직전에 놓여있다"면서 "중국계 사업자는 자금력으로 손쉽게 실명계좌를 확보해서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인데, 국가 정책이 자국기업들은 다 죽게 하고 돈 많은 해외 거래소는 실명계좌 확보 노력 없이도 편하게 사업하는 결과를 만든 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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