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도의 밴드유랑)'꿈의 무대' 시작과 끝에는 '가왕' 조용필
'88년 잠실주경기장 시대', 5월 조용필 공연 이후 역사 속으로
"조용필 만이 가능한 드라마될 것"…콘서트 직전 신곡 발표 예정
입력 : 2023-03-22 16:51:05 수정 : 2023-03-22 16:51:05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꿈의 무대'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가왕' 조용필(73). 
 
'88년 주경기장(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시대'가 역사의 한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5년 만에 이곳에서 콘서트를 여는 가왕의 무대가 마지막이 될 터. 그간 '한국 대중음악 성지'로 불려온 잠실주경기장은 가왕의 무대를 끝으로 6월 리모델링에 들어갈 예정이라 어느 때보다 대중음악, 공연업계 이목이 쏠립니다.
 
'가왕' 조용필이 5월 13일 잠실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2023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를 엽니다. 조용필이 이곳에서 공연을 여는 건 2018년 데뷔 50주년 콘서트 이후 처음입니다.
 
1984년 개장한 잠실주경기장은 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린 상징적인 곳입니다. 6~7만석 이상의 티켓 파워를 지닌 대한민국 가수들만 입성할 수 있는 '꿈의 무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가왕' 조용필이 5월 13일 잠실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2023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를 연다.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그간 조용필을 필두로 이문세, 서태지, H.O.T., 싸이, 방탄소년단(BTS), 아이유 등 한국 대중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가수들이 입성해왔습니다. 해외 팝스타 중에서는 마이클 잭슨, 폴 매카트니, 콜드플레이, 레이디 가가 등 전설적인 음악가들이 거쳐갔습니다. 
 
특히 반세기 넘게 대중음악계 전설로 자리매김한 조용필은 20년간 이 무대와 인연을 맺어왔습니다. 지난 2003년 이 곳에서 연 데뷔 35주년 기념 공연은 한국 주경기장 최초 솔로 가수 콘서트로 기록됩니다. 이를 비롯해 2005년 전국투어 '필&피스', 2008년 데뷔 40주년 공연, 2009년 '평화기원 희망콘서트', 2010년 소아암 어린이 돕기로 연 '러브 인 러브'(2회), 2018년 데뷔 50주년 공연까지 총 7차례 콘서트를 열었고 '7회차 매진'이라는 유일무이한 기록을 냈습니다.
 
이번 공연은 주경기장 시대의 문화를 열고 닫는다는 측면에서 대중음악계 역사적 기록으로써도 유의미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정부와 종교, 기업이 세를 과시하던 공간을 한국 대중음악의 공연, 문화 상징으로 탈바꿈시켰다는 데서 잠실주경기장은 그 역사적 의미가 크다"며 "동시에 '88년 주경기장 시대'를 열고 닫는다는 의미는 조용필 만이 가능한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조용필 공연 기획사인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의 장상용 대표는 "주최 측으로서 주경기장의 역사적 의미를 갖고 기획한 것은 맞다"면서도 "(마지막 잠실 주경기장 공연이) 정작 조용필 씨 본인의 의도는 아니었다. 조용필 씨는 그저 평시 대로 관객들을 위한 공연에 방점을 두고 싶다고 하셨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왕' 조용필이 2018년 잠실주경기장에서 열었던 50주년 기념 콘서트. 사진=조용필 50주년 기념 위원회
 
지난해 9년 만에 정규 20집에 수록될 두 신곡('찰나'·'세렝게티처럼')을 발표한 뒤라 기대감도 큽니다. 본류인 '록'으로의 회귀, 그러나 세련된 감각과 색채가 통통 튀어오르는 팝적인 스타일의 두 신곡을 필두로 신보가 19집('바운스'와 '헬로')의 열풍을 이을지도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두 신곡 발표 당시 연 KSPO돔 공연에서는 왜 그와 그의 밴드가 한국 대중음악사의 거대 줄기이자, 오늘날까지 세련된 팝록으로 젊은 세대에까지 닿고 있는지 여실히 증명했습니다. 길이 40m, 무게 2t의 직사각 대형 플라잉 LED를 자유자재로 활용한 공연은 핑크플로이드나 U2 같은 해외 록스타들의 공연을 방불케 했습니다. 2014년 서태지와 만남 당시 '공연 연출을 위해 뮤지컬 하나를 12번이나 본다'던 그 다웠습니다. 과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연출을 맡은 총괄자가 달라붙어 영상과 조명을 매만지며 당시 공연을 함께 만든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난해 11월 26~27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옛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2 조용필 & 위대한 탄생 콘서트'에서 가수 조용필.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장상용 대표는 "이번에도 색다른 연출을 고민하며 함께 회의하고 있다"며 "조용필 씨가 설계한 정규 20집(올 하반기 예정)의 큰 그림 계획에 따라 맞춰가게 될 것이다. 앨범에 수록될 신곡이 (주경기장) 공연 전 어떠한 형식으로든 발표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공연에선 '꿈', '단발머리', '킬리만자로의 표범', '못찾겠다 꾀꼬리', '여행을 떠나요' 같은 기존 히트곡들을 세련된 감각으로 재편곡해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김작가 평론가는 "80년대부터 내려오는 '오빠부대'가 여전히 조용필 팬덤의 핵심"이라며 "'헬로 열풍' 이후 재조명되며 젊은 세대들까지 관심이 일었지만, 아직 콘서트 수요로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짚었습니다. 다만, 김작가 평론가는 "세련된 연출의 이번 공연을 계기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출연 같은 젊은 세대 '찐 음악 팬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해가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조용필 선생님의 음악인생 또한 리셋버튼이 될 것으로 본다"고 봤습니다.
 
지난해 11월 26~27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옛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2 조용필 & 위대한 탄생 콘서트' 무대 전경. BTS 연출가가 달라붙어 조명과 영상을 매만졌다.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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