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해제?…“K팝 중국 대륙 열려도 투 트랙 전략"
"K팝 중국 '올인'은 없을 듯…북미·유럽 K팝 성장 여파”
입력 : 2023-03-23 17:00:00 수정 : 2023-03-23 17: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중국의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K팝 시장에도 봄바람이 불어올지 가요계가 관심입니다. 특히 중국당국이 일부 국가의 상업 공연 신청 접수와 허가를 재개하면서 K팝 가수들의 중국 내 공연에도 영향을 미칠지가 주목됩니다.
 
중국 문화관광부는 경제사회 발전과 공연 시장의 회복을 가속한다는 명분으로 20일부터 각지 문화관광행정부에서 상업 공연의 접수와 승인을 재개했습니다. 홍콩·마카오·대만 등의 국가에 한정되며, 아직 한국에 대한 시장 개방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중국 당국이 외국 가수들의 공연을 허용하기 시작한 만큼, 국내 업계에서도 한국 가수들의 중국 내 공연 재개 가능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한령 이전 중국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는 가수 강타. 사진=뉴시스
 
최근 중국 IT 공룡 텐센트 산하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 고위 관계자가 방한해 국내 주요 가요 기획사와 접촉했다는 소식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는 중국 최대 음원사이트이자 월 사용자 4억 명에 달하는 'QQ 뮤직'을 비롯한 여러 중국 음원 플랫폼을 보유한 업체입니다.
 
텐센트가 한국을 찾은 표면적인 이유는 음원 유통 협력 차원이지만, K팝 문호가 본격 열릴 때를 대비해 국내 기획사들과 네트워킹 통로를 다져놓기 위한 초석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공영방송사 측의 한 PD는 "한한령 직전까지만 해도 가수 더원이 중국판 '나는 가수다'에 출연(2015년) 하는 식의 활발한 흐름이 있었다. 텐센트도 하루 빨리 중국 내 방송에 한국 가수들을 섭외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K팝 가수들의 중국 현지 활동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국내 배치에 반발해 중국이 2016년 한한령을 도입하면서 사실상 막힌 상태입니다. 중국 당국의 엄격한 통제 조치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21년에는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의 중국 팬들이 거금을 모아 지민의 사진으로 뒤덮은 항공기를 띄웠다가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의 계정이 정지되는 사태도 있었습니다.
 
중국 출신이거나 홍콩계인 아이돌이 중국 연말 시상식이나 방송에 출연했다가 국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건도 있었습니다. 소녀시대 출신 제시카는 K팝 가수임에도 중국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데뷔할 수 있던 것은 미국 국적이기에 가능했습니다.
 
한한령 이전 중국에서 열린 그룹 빅뱅의 콘서트 현장. 사진=YG엔터테인먼트
 
공연과 방송출연 같은 핵심 활동은 불가능했으나, 음원은 제약이 덜해 K팝은 지속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최대치를 경신한 국내 음반 수출액 2억 3311만 3000달러(한화 2985억 원) 가운데 중국에서의 판매량만 무려 5132만 6000달러(한화 약 672억 원)에 달했습니다. K팝 음반 수출국 2위 기록입니다. 현지 K팝 붐 체감도도 높습니다. 2018년 방탄소년단(BTS)의 히트곡 '다이너마이트'는 중국의 팝송 전문 라디오에서 이례적으로 흘러나왔습니다. 지난 1월 걸그룹 뉴진스의 '디토(Ditto)'는 QQ뮤직에서 신곡 차트 1위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가요계에서는 걸그룹 블랙핑크가 올해 1월 홍콩에서 월드투어를 성황리에 진행한 것을 기점으로 홍콩과 마카오부터 K팝 공연이 재개될 것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분위기입니다. 앞서 걸그룹 블랙핑크가 지난 1월 홍콩에서 세 차례 월드투어 공연을 펼친 가운데, 암표 가격이 최고 8배까지 오르는 등 현지 관심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뜨거운 상황입니다.
 
다만, 한한령이 해제되더라도 K팝 공연과 방송에서 차지하는 중국 활동 비중이 이전 영향력만은 못할 것이라는 관점도 있습니다. 2010년대 초·중반까지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에 편중됐던 K팝 해외 시장은 최근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를 필두로 북미나 유럽에서 선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K팝 음반 수출 대상국 순위에서 2012년 기준 미국은 중국(2위)·대만(3위)·홍콩(4위) 같은 중국어권 국가에 밀려 5위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중국(2위)에 이어 3위까지 올라왔습니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한한령 이후 중국 시장에만 집중하는 것은 리스크를 담보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이제는 지배적”이라며 “중국 대륙이 열리더라도 '올인'보다는 서구권과의 투트랙 전략을 병행해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습니다.
 
가요계에서는 걸그룹 블랙핑크가 올해 1월 홍콩에서 월드투어를 성황리에 진행한 것을 기점으로 홍콩과 마카오부터 K팝 공연이 재개될 것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분위기다. 최근 홍콩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룹 블랙핑크. 사진=YG엔터테인먼트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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