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부터 이수건설까지…사모채 택한 건설사
급전 필요한 건설사, 연10%금리도 제시
신세계·태영·KCC건설, 신보 P-COB 활용
입력 : 2023-03-24 06:00:00 수정 : 2023-03-24 06:00:00
서울 시내 도심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건설사들이 자금조달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조 단위 뭉칫돈이 몰리며 회사채 시장이 강세 흐름을 보였지만, 기관이 자금 집행을 재개하는 연초 효과가 사실상 끝나며 소강상태를 보인데 따른 대응입니다. 특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폭풍 등 불확실성이 남은 상황에서 미분양 등 건설업황에 대한 하방요인마저 산적한 까닭에 사모 회사채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모습입니다.
 
23일 금융감독원과 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회사채를 발행한 건설사(건설업종 기준)는 현대건설·GS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SK에코플랜트 등 12곳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들 건설사의 회사채 발행금액은 총 1조1330억원으로 전년동기(3780억원)의 3배에 달합니다.
 
눈에 띄는 점은 예년과 달리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하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사모 회사채 등과 같은 방식이 늘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현금 확보를 위해 사채 연장이나 재발행 후 기존 채권을 상환하는 차환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로 건설사 신용위험이 부각되면서 공모시장에서 기관 투자자의 심리가 위축되자 급전 마련에 나선 것입니다.
 
비우량 회사채 미매각…투심 위축에 사모시장 향해
 
실제 지난달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던 HL D&I와 한신공영의 경우 연 최고 9%대 금리에도 미매각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환경·에너지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A+)나 현대건설(AA-) 등 일부 우량채의 경우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으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업 전반에 온기가 돌기엔 부족한 셈입니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에 부동산 시장 거래량 회복세 보이고 있지만,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건설사들은 사모채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모양새입니다. 신속한 자금 확보를 위해 다소 높은 금리를 감수하기도 합니다. 지난 15일 14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한 동부건설의 경우 6개월물(60억원)에 표면이율 연 9.0%를 책정했으며 1년물(80억원)은 연 10%를 주기로 했습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회사채 발행한 건설업종 현황.(표=뉴스토마토)
 
올해 1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대우건설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달 28일 사모채 200억원을 연 7.2%금리로 발행했으며 올해 들어 2차례 회사채 발행을 결정한 이수건설은 총 23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9%로 내놨습니다.
 
신용보증기금 등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 회사채와 대출채권에 보증을 제공하는 채권담보부증권(P-CBO)를 활용해 자금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17위인 태영건설은 지난달 P-CBO를 통해 3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사모사채를 발행했으며 2년 만기 회사채 1000억원도 사모로 조달했습니다. 이밖에 신세계건설과 KCC건설 역시 각각 2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P-CBO로 발행했습니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가 끊임없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GS건설, SK에코플랜트, 태영건설, 한신공영, 동부건설, 한양, 계룡건설산업 등 건설업종 회사채(사모 포함)는 총 147건으로 발행금액만 1조2776억원에 달하는 상황입니다.
 
홍세진 NICE신용평가 연구원은 “일부 건설사의 경우 요주의 우발채무가 현금 유동성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라며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시 위험군 우발채무 이외에도 부실화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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