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카지노’ 최민식 “이제 저도 찐한 멜로 좀 하고 싶어요”
“준비하던 영화 갑자기 제작 무산, 감독에게 ‘뭐 없어?’ 했던 게 ‘카지노’”
“‘권무십일홍’ 대사처럼 ‘차무식’ 화려하게 살다 갑작스런 최후 동의한다”
입력 : 2023-03-27 07:01:03 수정 : 2023-03-27 07:01:0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그래서 결국 약간의 ‘충동적’으로 시작했단 말이기도 한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는 ‘한때’였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언제적’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존재감이란 설명에 대해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에서 대체 불가의 영역에 존재하는 배우입니다. 최민식, 이 이름에 담긴 존재감은 ‘믿고 보는 배우’ 그리고 ‘확실한 보증수표’를 넘어서 ‘진짜’라는 영역으로 관객 또는 시청자들을 끌어 갑니다. 그가 연기를 하면 ‘연기’도 진짜가 됩니다. 그래서 디즈니+ ‘카지노’가 기묘한 이질감이 들었던 듯싶기도 합니다. 기존 작품, 그러니깐 영화 또는 드라마란 매체는 기본적으로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기 하는 ‘작화’와 ‘작법’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 완성됩니다. 우린 모두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가짜’이지만 그 ‘가짜’가 만들어 내는 것을 통해 ‘진짜’ 같은 재미를 느끼는 겁니다. 그럼 ‘진짜’를 보면 어떤 재미가 느껴질까요. ‘가짜’가 기본 전제 조건인 ‘연기’가 아닌 ‘진짜’를 본다면. ‘카지노’를 보면 그랬습니다. 연기가 아닌 ‘진짜’라는. 이유는 있습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연출을 맡은 강윤성 감독, 그리고 오늘 이 얘기의 주인공 최민식. 두 사람이 ‘카지노’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도 좀 맞물려 있습니다. ‘약간의 충동적’이란 첫 문장의 설명.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두 거장’의 의기투합. 그 과정을 최민식과의 만남에서 들어봤습니다.
 
배우 최민식. 사진=디즈니+
 
최민식은 데뷔 초기를 제외하면 영화에서만 활동해 온 대한민국 최고의 명 배우입니다. 그래서 데뷔 이후 25년 만에 영화가 아닌 다른 매체의 작품을 선택 했단 점이 의외를 넘어 ‘뉴스’로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그래서 최민식의 입을 통해 직접 전해 듣고 싶었습니다. 상당히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강윤성 감독과 최민식, 두 사람은 원래 함께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 작품이 황당한 상황으로 무산이 됐고, 그 ‘황당함’이 ‘카지노’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할리우드 유명 영화를 리메이크하기로 결정 했었죠. 강 감독이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고 제가 주인공 그리고 모 여배우가 여자 주인공. 이렇게 출연 확정을 짓고 서로 의기투합 차원에서 술 한 잔 먹으며 ‘내일부터 잘 해보자’ 했죠. 그런데 해당 영화 저작권을 갖고 있는 해외 배급사가 갑자기 국내 사업 철수를 결정했어요. 하루 아침에 우리 모두 공중에 떠버렸죠. 너무 아까워서 강 감독에게 ‘뭐 없어?’라고 물어봤고 그때 건내 받은 게 ‘카지노’였어요.”
 
'카지노' 스틸. 사진=디즈니+
 
일단 결말부터 얘기를 해야 맞을 듯싶었습니다. 이미 디즈니+를 통해 ‘카지노’ 파트2 마지막화가 공개됐습니다. 마지막화가 공개된 뒤 의외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카지노’는 넷플릭스에게 밀려 있던 디즈니+가 국내 OTT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였습니다. 파트1이 공개된 뒤 국내에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파트2가 공개됐습니다. ‘파트1보다 더 재미있다’는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마지막화의 결말이 논란이었습니다.
 
“우리 드라마에 제일 상징적인 대사가 1화 첫 장면에 나오는 ‘권무십일홍’이에요. 이 대사가 진짜 굉장한 스포일러에요(웃음). ‘화무십일홍’을 빗댄 말인데,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다’란 뜻으로, 꽃도 피우면 사그라지는 것처럼 모두의 결말 특히 차무식의 끝은 그게 맞을 것 같았어요. 전 굉장히 만족해요. 그렇게 용의주도한 차무식도 결국에는 빈틈만 있던 그런 형편 없는 놈에게 당하게 되잖아요. 마지막에 탁자에 빨간 꽃을 두는 것도 차무식의 마지막을 그리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죠.”
 
'카지노' 스틸. 사진=디즈니+
 
좀 우스갯소리일 수도 있고, 반대로 ‘카지노’를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모두의 의문점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분명 배우 스스로의 설정이었을 것이란 점에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다들 의아했던 점, 극중 최민식의 너무나 두툼했던 뱃살입니다. 일부는 ‘카지노’ 속 최민식의 모습을 보고 ‘저게 뭐냐’라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습니다. 또 누군가는 분명 예전 같지 않은 최민식의 흥행력에 ‘저래서 그랬구나’라고 혀를 차기도 했을 겁니다. 일단 그 뱃살, 최민식의 계산이 깔린 설정이 맞습니다.
 
“’악의 평범성’ 때문이었다고 할까요. 우선 굳이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차무식이 멋들어진 수트 느낌을 줘야 할까 생각도 해봤었죠. 근데 생각해 보니 누군가의 아버지 그리고 남편으로서 배운 건 없어도 영민하고 똑똑한 친구가 자신도 의도치 않게 삶이 흘러가고 그 흐름에 휩쓸리는 모습을 생각해 봤어요. 그냥 우리 주변에서 누구나 봤음직한 모습이 맞겠다 싶었죠. 뭐 제가 절 방치하니깐 금방 그 몸이 되더라고요(웃음)”
 
배우 최민식. 사진=디즈니+
 
우연히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시작이 된 ‘카지노’였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도 드라마의 긴 호흡이 좀 그리웠던 것도 사실이었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의 역대급 날씨에는 두 손 두 발 다 들어 버릴 정도였답니다. 극중 일부 장면에서 ‘보기만 해도 더위가 밀려오는’ 듯한 모습, 실제 필리핀 현지에서 찍으면서 겪은 고충이 그대로 묻어 있는 장면이었답니다.
 
“혹시 기억 나실 지 모르겠는데, 극중 폐차장에서 제가 허성태를 겁주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 장면에서 제가 입은 와인색 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잖아요. 그거 실제에요(웃음). 그때 날씨가 섭씨 40도가 넘었어요. 당시 필리핀 현지 배우들도 ‘몇 년 만에 이런 날씨 처음이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어요. 그 땡볕에 10초만 나가 있어도 정수리가 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대사가 뭐고 그냥 머리 속이 허옇게 변하더라고요(웃음).”
 
'카지노' 스틸. 사진=디즈니+
 
‘카지노’가 화제를 모았던 이유, 또 있었습니다. 1962년생, 올해 예순 둘인 그가 무려 자신의 삶을 30년 전으로 돌렸었습니다. ‘카지노’ 자체가 ‘차무식’이란 인물 전체의 삶을 모두 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각각의 세대별 차무식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등장해야 했습니다. 이럴 경우 대부분 닮은 듯한 젊은 배우들이 캐스팅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카지노’에선 디에이징(de-aging) 기술을 활용해 최민식이 30대 시절의 ‘차무식’까지 연기했습니다. 최민식은 질색을 하면서 ‘한 번의 경험으로 족하다’고 웃습니다.
 
“이젠 다시는 안할 겁니다(웃음). 과학의 힘을 믿었다가 어휴 진짜 못봐 주겠더라고요 하하하. 촬영 전에 차무식의 젊은 시절을 누가 할까 궁금했죠. 그때 강윤성 감독 집에서 함께 술 한잔 하고 있었는데 ‘조금 이따 젊은 시절 연기할 배우가 온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온 배우가 이규형이에요(웃음). 알고 보니깐 제 대학 같은 과 후배더라고요. ‘선배님 저 몇 기입니다’라고 인사하더라고요. 뮤지컬 쪽에서 아주 잘하는 친구인 건 알고 있었죠. 뭐 전 30대도 모두 그 친구에게 넘기고 싶었는데 강 감독이 ‘형이 해야 한다’라고 해서 하하하. 이젠 몸도 안 따라주고.”
 
배우 최민식. 사진=디즈니+
 
최민식은 조만간 영화 ‘파묘’ 촬영에 돌입하게 됩니다. ‘파묘’는 ‘검은 사제들’ ‘사바하’를 연출한 국내 오컬트 연출 장인 장재현 감독 신작입니다.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최민식은 현재 소속사가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개인 매니저도 없습니다. 직접 차를 운전하고 현장을 다니고 있답니다. 이날 인터뷰 현장에도 개인 스태프 한 명 없이 혼자 왔습니다. 그 어느때보다 행복하고 편안하답니다.
 
배우 최민식. 사진=디즈니+
 
“뭐 올챙이적 생각도 나서 색다르고 좋아요(웃음). 제가 뭐 언제부터 소속사 케어 받으면서 일 했다고 하하하. 작품 선택하는 것도 더 제 취향대로 갈 수 있어서 좋고 이동도 아주 편해요. 운전하고 현장 가다가 졸리면 차 세우고 자고. 혼자 더 생각할 시간도 많고, 운전하면서 편안하게 음악도 크게 틀고. 앞으로 진짜 바람이 있다면, 60대의 멜로 좀 해보고 싶어요. 이번에 ‘카지노’에서 이혜영을 만났는데, 동갑내기로 정말 친 했거든요. ‘나 이거 뱃살 싹 뺄 테니 우리 멜로 하나 하자’라고 개인적으로 러브콜도 했었어요. 하하하. 이번에 제발 소문 좀 내주세요. ‘최민식이 멜로 찾고 있다고’라고. 하하하. 진심입니다(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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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