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메카 꿈꾸는 제주②)"외지인에 텃세? 도움받을 곳 많다"
홍창욱 공심채 대표 "제주와 육지의 가교 역할 할 것"
아열대 채소에서 생허브 재배로 전환…티백·간편식 제작도
입력 : 2023-04-06 06:01:00 수정 : 2023-04-06 06:01:00
[제주=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제주에는 활성화 돼 있는 창업 생태계가 굉장히 많습니다. 도움을 받으려면 얼마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주는 외지인들에게 텃세가 심하지 않냐는 질문에 홍창욱 공심채 대표는 이 같이 답했습니다. 외지인이 제주에서 직장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던 시절이 분명 있었지만 지금은 과거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설명입니다. 홍 대표는 "타 지역에서 제주로 비즈니스를 하러 왔을 때 어려움은 분명히 있을 수 있다"면서도 "먼저 이주를 했거나 비슷한 목표로 온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함께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홍창욱 공심채 대표. (사진=공심채)
 
홍 대표가 제주 땅을 밟은 것은 지난 2009년입니다. 당시만 해도 제주 이주는 보기 드문 일이었는데요, 홍 대표는 서울과 멀어지고 싶어 무작정 제주로 왔다고 합니다. 일단 제주로 왔는데 일자리를 구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 역시도 제주에서 면접 기회를 얻기까지만 6개월이 걸렸다고 하는데요, 일자리 자체가 다양하지 않은 데다 '외지인은 3년도 못 버티고 다시 되돌아간다'는 편견때문에 공개 채용보다는 지인을 통한 취업이 많았던 당시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던 중 홍 대표는 팟캐스트를 통해 제주에 정착해 살게 된 이야기들을 전할 기회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에 따르면 제주도민은 제주도민대로 타지역 사람들에 대한 경계감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외지인은 또 외지인대로 제주의 폐쇄성에 벽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데요. 외지인이면서 제주에 정착한 본인이 이 두 집단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가 농업을 선택한 이유도 결국에는 제주 커뮤니티에 보다 깊숙히 들어가려는 노력에서 비롯됐습니다. 제주는 공무원들도 귤 농사를 지을 만큼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농사에 관여가 돼 있기에 이들 속으로 들어가려면 농사가 필수라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재배 작물은 아열대 식물인 '공심채'로 결정했습니다. 제주의 따뜻한 기후가 아열대 식물을 키우기 적합했고, 서귀포 지역에 베트남 출신 결혼 이주 여성들이 많다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제주도가 베트남처럼 1년 내내 더운 날씨도 아닐 뿐더러 특정 식당에 고정적으로 공급할 만큼 재배량도 충분치 않은 점이 문제로 지목됐습니다. 공심채 재배는 결국 이주 여성들이 직접 농사를 짓고 수확해 가져가는 일종의 사회공헌사업(CSR) 정도로만 유지를 하고 있습니다. 
 
홍 대표는 '함께(共) 마음(心)을 모으면 빛(彩)이 난다'는 의미로 사명을 공심채로 유지한 채 생허브로 재배 작물을 변경했습니다. 허브의 대표격인 바질의 경우 오전에 채취를 해서 오후에 판매를 해야 할 만큼 극신선 제품이기 때문에 타 지역에서 수급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큽니다. 그렇지만 개별 식당에서 필요한 양은 많지 않아 농사를 짓는 경우는 드물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홍 대표는 바질을 키워 식자재로 납품하고 남은 바질은 차로 마실수 있게 티백으로 가공을 했다고 합니다. 2021년 1월 첫 출시된 '제주 바질 블렌딩티'는 현재까지 5000세트 이상이 판매됐습니다. 지난해 4월부터는 페트에 담긴 제품으로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공심채의 바질 블렌딩티 티백과 음료. (사진=공심채)
 
현재 공심채는 비닐하우스 4동에서 바질, 민트, 로즈마리 등의 허브를 재배하고 있는데요. 생허브처럼 제주에서만 제철에만 짧게 볼 수 있는 작물들을 발굴해 소비자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제품 개발에 나설 방침입니다. "소비자와 가까워지려 하는데 빅데이터가 많이 필요하다"는 홍 대표는 유통 채널 확대 측면에서 정부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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