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기자)"과거 돌아보지 않고 한일관계 미래 기약 안돼"
일본은 왜 한국역사에 집착하는가|홍성화 지음|시여비 펴냄
입력 : 2023-04-12 11:58:38 수정 : 2023-04-12 12:51:42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누구보다 돈독한 한일관계가 되길 희망하는 사람이지만, 과거에 대한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를 돌아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신간 '일본은 왜 한국역사에 집착하는가'를 펴낸 홍성화 박사가 출판사를 통해 밝힌 인터뷰 내용은 울림이 큽니다. 역사 왜곡, 위안부 문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한일관계는 예나 지금이나 첨예하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는 최근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한 초등학교 11종의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 이어, 외교청서를 중심으로 독도 영유권 주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표현은 2018년 외교청서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6년째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교과서 검정 통과는 지난 3월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이후 나와 파장이 큰 상황입니다. 한-일 정상회담은 한일 경제안보 협의체 등 소통 채널을 확대하는 공과도 없진 않았으나,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반성' 언급 없이 정부가 우호적인 강제징용 해법을 내놓는 등 반세기 왜곡된 과거사의 현현(顯現) 만이 드러난 자리였습니다.
 
'일본은 왜 한국역사에 집착하는가'는 한일관계 정상화 이전, 왜곡된 양국의 과거사 인식을 어떻게 바로 잡을 수 있을까에 관한 실마리를 여는 책입니다.
 
저자는 "한국과 일본 간 수그러들지 않는 논쟁의 시작점은 고대부터 이어져온 양국의 인식 차이에서 출발한다"고 봅니다.
 
특히 일본 고대 왕실의 권위를 칭송하는 역사책 '일본서기'에 주목하면서 "고구려, 백제, 신라 등이 왜국에 조공을 바쳤고, 한반도를 일본이 지배한 것처럼 쓰여 있다"고 주장합니다.
 
고대 일본열도를 통합하기 위해 백제를 비롯한 한반도의 국가로부터 우수한 선진문물과 제도와 사상을 받아들여야 한 것이 역사적 사실임에도, 한반도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을 키워 이 책('일본서기')을 썼다는 겁니다. 
 
저자는 "결국 이러한 인식이 이후 일본인에게 면면이 이어져 항상 위기상황이라는 것을 명분으로 삼아 조선을 정벌하고 대륙으로 뻗어나가려는 허상을 키워오게 됐다. 이것이 조선을 식민지화하는 사상적 근거가 됐고 지금도 이러한 인식이 일본 우익들의 논리 안에 자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책은 5세기 초 고구려와 백제의 결투를 당과 왜의 대립구도로 보거나, 근대의 러일전쟁을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조선을 보호하기 위해 치룬 전쟁으로 묘사하는 일본의 왜곡된 역사 인식을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책은 우리의 역사 인식도 문제는 없는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합니다. 엔데믹을 맞아 떠난 일본 여행에서 찍은 유적지 기념사진부터 바로 볼 것을 권고합니다.
 
"도쿄 우에노 공원에 가면 일본에 논어와 천자문을 전해줬다고 하는 왕인 박사의 기념비가 서 있습니다. 이 비는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이 내선일체를 주장하면서 조선인을 회유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세웠던 것입니다."
 
저자 홍성화 박사는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에서 고대사에 관한 한국과 일본 역사학계 양쪽의 분석틀을 비판하고 새로운 고대사상(像)을 제시하는 연구를 꾸준히 해왔습니다. 책에는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일본 곳곳의 유적지를 누비며 기록한 기행문의 성격도 강합니다. 
 
"답사란 옛 선인(先人)들과의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삶에 귀감이 되는 일도 있지만, 잘못되어서 반성해야 하는 일도 있지요. 결국은 답사를 하면서 과거의 삶을 보듬다 보면 과연 내가 현재 역사의 흐름 속에서 어느 위치에 있으며 미래에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역사가의 책무를 알려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권익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