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번지는 건설사 부도 공포…선제적 대응 필요
입력 : 2023-04-19 06:00:00 수정 : 2023-04-19 06:00:00
주택시장 침체로 문 닫는 건설사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건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등 악재들이 겹치며 자금 여력이 부족한 건설사들이 버텨내지 못하는 실정인데요.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서 발표한 건설업행정공고에 따르면 올해 폐업 신고한 건설사들은 종합건설사?전문건설사를 모두 포함해 총 1085곳입니다. 작년(917곳)과 비교해 18% 늘어난 수치입니다. 최근 한 달 간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결정 및 포괄적 금지명령 등이 공고된 건설사는 모두 12곳에 달합니다. 
 
실제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202위 우석건설과 388위 동원건설산업이 부도처리 됐고 올해 초엔 83위 대우조선해양건설마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업계 내 위기감이 커졌는데요. 최근에는 범현대가의 중견건설사인 에이치엔아이엔씨(HN Inc)가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중소사를 넘어 대형사 폐업도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미분양이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전국 미분양 물량은 정부가 판단한 위험선(6만2000가구)을 크게 넘어 7만5000여가구가 적체되는 등 연내 10만 가구를 상회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데요. 에이치엔아이엔씨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유 또한 미분양으로 인한 유동성 악화 때문입니다. 앞서 작년 8월 에이치엔아이엔씨는 강원 속초시에서 테라스 하우스 214가구를 분양했는데 119가구가 미달된 바 있습니다.
 
건설업은 경기 상황에 좌우되기 쉬운 특성이 있습니다. 특히 업황 부진을 같이 겪더라도 대형사보다 중소사가, 수도권 보단 지방이 부실화 우려가 높을 수 밖에 없죠. 이는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주택' 증가세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월말 기준 전국에 준공후 미분양은 8554가구로 전월대비 13.4%(1008가구) 증가했습니다. 악성 미분양 대부분은 대구와 전남, 경북, 충남 등 지방(6266가구)에 집중돼 있습니다. 특히 최근 2∼3년간 급증한 분양물량 탓에 내년에는 입주 지연이나 준공후 미분양이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렇게 미분양이 많은데도 지방 건설사들의 분양매출 의존도는 높습니다. 한은에 따르면 건설사의 매출액 중 분양매출 비중은 평균 46.8% 수준이지만 지방 건설사의 분양매출 비중은 60%에 달합니다. 때문에 선투입한 자금을 미분양이나 입주자의 잔금 연체로 회수하지 못할 경우 경영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구조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방 중소 건설사의 16.7%가 연 수입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인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건설사 연쇄부도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건설업계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당시 집값 거품 붕괴와 미분양 급증으로 사업성이 저하됐고 이에 따른 미착공·공사중단 사업장이 속출했습니다. 결국 다수 중견 건설사의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신청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저축은행 부실로 이어졌는데요. 당시 저축은행 30곳이 파산했습니다.
 
지금도 당시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지방 건설사 중에는 올해 예정 분양 물량이 0건인 곳도 있습니다.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입니다. 미분양으로 인해 중소건설사가 연쇄 도산할 경우 금융권은 물론 경제 전반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부실 여파가 닥쳤는데 부실을 우려하지 않는 것은 가장 잘못된 대처법이죠. 시기를 놓쳐 곪을 대로 곪은 상처를 치료하는 데는 몇배의 비용이 든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견실한 건설업체들이 선의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한계에 이른 PF 사업장을 조기에 구조 조정하고 다양한 위기 시나리오를 마련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등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절실해 보입니다.
 
강영관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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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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