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롯데손보, 암환자 면역치료 보험금 지급 거절
암 환자 A씨, 요양병원서 영양제 면역치료
보험사 "암 치료로 인정 못 해"
입력 : 2023-05-08 06:00:00 수정 : 2023-05-08 06:00:00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롯데손해보험(000400)이 암환자의 면역치료를 위한 영양제 투약 비용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나섰습니다. 의료자문 결과 치료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겁니다.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면서 암 환자는 면역치료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입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방암 투병 중인 A씨는 최근 롯데손보로부터 영양제 투약 비용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했습니다. A씨는 6년간 유방암 투병을 하고 있는 상황으로, 수술 이후에도 암이 재발하면서 항암치료와 함께 요양병원에서 항암 면역주사인 자닥신을 투약하는 등의 면역치료를 병행해왔습니다.

보험사 "면역치료, 암 치료 아니다" 주장
 
A씨는 지난 2014년 롯데손보의 '무배당 롯데 평생든든 건강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실손의료비와 상해, 질병에 관한 여러 보장을 담은 상품인데요. A씨는 해당 보험을 통해 면역치료 비용을 부담해왔습니다. 지난달 말까지도 해당 보험의 질병입원의료비 보장 항목을 통해 보험금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A씨는 보험사로부터 추가적인 면역치료 비용(영양제 주사 비용)을 지급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A씨는 "보험사에서 전화가 와서 의료자문 결과를 전하고, 내가 맞고 있는 주사는 직접치료가 아니고 효과가 없는 것이라고 판단돼 더 이상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했다"며 "그동안은 문제 없이 보험금을 주다가 갑자기 지급 근거가 없다고 보험금을 못 주겠다고 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롯데손보가 A씨에게 전달한 의료자문서를 보면 A씨의 병세를 고려할 때 면역치료가 항암 목적의 치료라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보험사가 암 환자의 요양병원 영양제 치료에 대해 치료 목적이 아니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는 "안타깝게도 비슷한 사례에 대해 매일 연락을 받을 정도로 흔하다"며 "영양제 처방이 치료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는 의료적 소견이 필요하다보니 법원에서도 판단을 어려워하고, 보험사가 승소한 사례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A씨의 사례에 대해 한 변호사는 "그간 소송을 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할 때 A씨의 경우 영양제 투약에 대해 치료목적을 인정받을 수 있고 소송을 할 경우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확률도 높아보인다"며 "개별 사안마다 면밀히 인과관계를 따져봐야 하고, 환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된 경위나 당시 상태 등을 고려해서 영양제 투약은 치료목적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A씨가 투약해온 영양제는 암환자 면역치료에서 널리 쓰이는 약물 중 하나인 데다 A씨의 상태도 면역치료의 필요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A씨가 현재 항암치료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면역치료 역시 치료목적이라는 점에 힘을 실어준다고 봤습니다.
 
암환자를 수술하고 있는 의료진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 = 뉴시스)
 
"영양제 투약, 치료목적 인정" 판례도
 
암 치료 환자인 A씨와 비슷한 상황에서 보험금 지급 거절이 정당하다고 인정됐던 경우는 △항암치료를 마치고 오랜 시간 뒤 요양병원에서 영양제 치료를 받는 경우 △요양병원이 환자 상황과 관련없이 고가의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 △환자가 보험 상품을 악용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입니다. 다만 전문가는 A씨의 상황은 이러한 경우와는 거리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실제로 법원이 암환자의 요양병원 영양제 투약에 대해 치료목적을 인정한다며 보험소비자의 편을 들어준 사례도 있습니다. 2019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보험사가 암환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환수하기 위해 낸 소송에서 환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환자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지 1년 가량 지난 시점에 요양병원에서 자닥신, 이뮨셀LC등의 약물치료를 받은 것에 대해 보험금 지급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보험사의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당 약물치료가 유방암 치료를 위한 것이라는 외과 전문의와 대한의사협회의 감정 결과에 따라 보험사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2018년 수원지방법원도 암환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해 영양제를 투여한 사례에 대해 보험금 지급 대상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회장은 "면역치료 목적의 영양제들이 암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논문만 수십만 건"이라며 "의료적 타당성이 있는 치료라는 것이 증명된 것인데 보험사들은 암 투병으로 지친 환자들에게 치료목적을 입증하라는 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항암치료는 그만큼 몸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많은 암환자들이 면역치료를 병행하고 있는데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면 면역치료에 의존하던 암환자들은 갈 곳이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A씨는 "소송을 하면 보험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많이 들었지만 현재 몸 상태로는 소송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 4년간 한달도 빠짐없이 항암치료를 해온 탓에 몸이 많이 안 좋다"며 "보험사가 보험금을 못 준다고 하면 면역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항암치료를 장기간 해오면서 그나마 면역주사를 맞으며 도움을 받았는데 이제 그마저도 못 맞게 되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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