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1년)무역수지 수렁…반도체마저 무너졌다
주력산업 반도체 악화일로…산업계 비상등
수출감소 7개월 연속…무역수지 적자 14개월 지속
미 반도체법·IRA 등 해결 안돼 하반기 경제 상황도 암울
입력 : 2023-05-10 06:00:00 수정 : 2023-05-10 06:00:00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1주년을 맞은 윤석열정부의 산업 성적표는 무역수지가 수렁에 빠진 상황에서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마저 무너진 상황으로 요약됩니다. 한국 산업의 주력이던 반도체 분야가 급격히 악화일로를 걷게 되면서 산업계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는데요.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1년간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高)'에 직면한 가운데, 달러 강세로 국내 산업계는 복합 위기에 놓였습니다.
 
한국 경제를 견인하던 반도체 수출은 고꾸라지며 지난달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26억2000만 달러(3조534억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수출 감소가 7개월 연속 이어지는 가운데, 무역수지 적자 역시 14개월째 지속 중입니다. 수출 버팀목이던 반도체 수출이 41.0% 줄었고, 중국과의 수출도 26.5%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1일 오후 부산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부문의 경기 부진 장기화 여파로 한국의 수출이 7개월 연속 역성장했고 무역적자는 14개월째 계속됐다.(사진=연합뉴스)

버팀목 반도체 한파 지속…수출액 작년 동기 41% 감소 
 
한국경제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반도체 산업은 한파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4월 반도체 수출액은 63억8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41.0% 감소했습니다. 반도체 한 품목에서만 수출이 44억달러 쪼그라 들었습니다. 이는 4월 전체 수출 감소액인 82억달러의 절반을 넘는 수준입니다.
 
윤 대통령은 1년 전 대선 후보 시절 "반도체 초강대국을 만들겠다"고 제시했습니다. 110대 국정 과제에도 '반도체·AI(인공지능)·배터리 등 미래전략산업 초격차 확보'를 포함시킨 바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정부 역시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강조했습니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최대 25%까지 상향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대표 사례로 꼽힙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미중 갈등에 이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기조가 심화된 건데요. 미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영업 기밀'인 수율 등의 자료 제출과 초과이익 환수 등 다소 무리한 조항을 내건 상태여서 우리 반도체 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미 반도체법·IRA 피해 최소화 도출 못해…무역수지 14개월 연속 적자
 
이에 따라 미 반도체지원법이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인데요. 앞서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미 IRA 조항 등과 관련해 한국 기업 보조금 차별과 영업기밀 유출 우려를 덜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만 했을 뿐입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경제안보 핵심 현안과 관련해 명문화된 추가 조치를 도출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습니다
 
무역수지는 윤 대통령 취임 1년 내내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무역수지는 14개월째 연속 적자로 1997년 5월(연속 29개월) 이후 최장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한국무역협회는 9일 정만기 상근부회장 명의의 논평을 통해 "돌이켜보면 지난 1년은 코로나 19로 인한 세계적 공급망 불안, 급속한 물가상승 그리고 이에 대응한 고금리 등 각 국의 긴축정책 등으로 우리 수출은 둔화되고 수입은 급증하는 등 무역업계는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한 한 해였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수출은 7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황이 악화한 가운데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등 기대했던 경기 회복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현 정부 1년 동안 무역수지 적자 기조의 탈출로를 못 찾고 있다는 점에서 난제는 깊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가격 하락세는 지속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수요·가격의 동반 하락 속에서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의 수출 부진이 전체 수출 부진을 낳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비롯해 미중 갈등 고조로 공급망 위기 속 주요 수출국의 수출 부진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9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 전광판에 '국정비전 국민공감' 3D 미디어아트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정부 경제팀 위기 대응 미흡…하반기 경제상황도 낙관 못해
 
앞서 산업부는 지난 1일 4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에 따른 수입 수요 둔화, 계속되는 반도체 업황 부진 등의 영향으로 4월 수출이 감소했다"며 "수출 대상국인 중국, 베트남의 수입 감소가 지속되고 있고 이는 우리 대중국·아세안 수출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에 대해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황 부진이 이어져 수출이 감소하고 무역적자가 계속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윤석열정부 경제팀의 위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피하지 못할 전망입니다. 미 반도체법, IRA등 불안 요소는 해소가 안 돼 하반기 경제상황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정부가 우리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과 경영부담을 최소화하고, 수출과 투자에 어려움이 없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한 관계자는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나 외교부 출신들의 협상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 아닌지 아쉬움이 든다"며 "반도체는 우리 경제 성장엔진이자 안보·전략 산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패권 전쟁이 격화하는데, 정부 역시 국운을 걸고 총성없는 전쟁에서 필승하겠다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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