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윤석열정부가 '제2의 중동 붐'을 외치며 적극적인 해외건설 수주 지원에 나섰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형 프로젝트 '네옴시티' 호재와 민·관 수주지원단 '원팀 코리아'의 활동 등이 해외건설 수주액 증가를 견인하지 못하는 모습인데요.
이런 가운데 정부와 건설노조와의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부와 노조의 충돌이 최근 한 노조원의 죽음으로 새 국면을 맞았습니다. 노조가 전면 투쟁을 예고하면서 강대강 대치가 예상됩니다.
10일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일까지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약 79억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동기(95억 달러) 대비 17% 감소했습니다. 올 1분기 기준으로 61억 달러를 수주했는데요. 전년 동기(66억 달러)와 비교하면 8% 가량 차이가 납니다. 2분기 들어 더욱 부진한 양상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해외건설 수주지원단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윤 정부는 해외시장 공략을 국내 건설경기 침체의 타개책으로 제시했습니다. 지난해 8월 '해외 인프라 수주 활성화 전략'을 내놓으며 수주 지원 활동에 시동을 걸었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직접 건설사와 유관기관이 뭉친 원팀 코리아를 거느리고 중동 국가와 인도네시아 등을 찾아 세일즈 외교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수주 확대로 전환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고금리·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는 가운데 건설사들은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며 선별 수주에 집중하는 상황입니다.
해외건설협회 글로벌사업지원실 관계자는 "(코로나19)팬데믹과 저유가에 따른 산유국의 설비투자 위축, 국내 기업의 선별적 입찰 참여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향후 글로벌 경기 회복과 산유국의 발주 물량 확대 여부가 중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극으로 치닫는 노정갈등
정부와 건설노조와의 갈등 양상은 고조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을 기점으로 노조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건설노조의 업무방해, 채용강요, 금품 요구 등 불법행위를 정조준하며, 불법행위 근절을 전면에 내세운 노조와의 전쟁을 선포했죠.
지난 2일 한 노조원의 죽음으로 노정 갈등은 격화하는 모습입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양모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법원 앞에서 분신해 결국 숨졌습니다.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 총력투쟁 집회에서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노총은 지난 1일 성명서를 통해 "'건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고, 건설노조와 노동자를 부패하고 파렴치한 존재로 몰아세웠다"며 정부의 부당한 노조 탄압이 이같은 사태를 만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양모 씨의 분신에 대해서는 "전국적으로 13회에 걸친 압수수색, 90여명의 소환조사와 15명의 구속자를 만들어 내는 탄압의 과정에서 부당함을 알리고 스스로 목숨을 던지는 극단의 저항"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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