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정부 사이트에 들어가 증명서를 발급받거나 복지 서비스를 신청할 때 답답함을 느꼈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깔아도, 깔아도 계속 깔게 되는 '액티브X'는 이제 추억이 됐지만 여전히 각종 민원 서비스 사이트 링크를 타고 다니며 수 차례 반복하는 로그인은 번잡스럽기 마련인데요. 앞으로는 이런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다소나마 줄어들 전망입니다. 윤석열정부가 중점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디지털플랫폼정부'가 곧 실현을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달로 출범 8개월차를 맞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디플정)는 최근 '국민과 기업을 위해 다시 뛰는 대한민국'이란 제목의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디지털플랫폼'을 국민과 기업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 간의 칸막이를 허무는 혁신을 이루겠다는 겁니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달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 보고회를 열었다. (사진=개인정보보호위원회)
1500개 공공서비스 통합
쉬운 사례를 하나 들어볼까요? 지금은 연말정산을 위해서는 국세청의 '홈택스', 기초연금 등 복지 서비스 신청을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의 '복지로' 등의 사이트(혹은 애플리케이션)을 별도로 사용해야 했습니다. 민원 서비스의 목적이 단순하다면 크게 불편하지는 않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부동산 등기 업무만 해도 정부24,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 위택스 등 여러개의 사이트를 접속해야 합니다. 각각의 사이트마다 로그인을 해야 하는 것은 필수인데, 대체로 본인인증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매번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디지털플랫폼정부는 이 같은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에서 출발합니다. 올해 안에 대법원과의 디지털 연계를 본격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분산돼 제공되고 있는 1500여종 서비스를 한 곳에서 처리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합니다.
아울러 현재 국민비서 구삐와 네이버·카카오 등 민간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고 있는 혜택 알림서비스를 강화합니다. '몰랐다'거나 '바쁘다' 혹은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놓치고 있던 당연한 혜택들을 정부가 나서서 챙겨주겠다는 것입니다.
또한 민원 서비스 신청 시 필요한 첨부서류를 2026년까지 '제로'로 만들 계획입니다. 고진 디플정 위원장이 지난 1월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들이 내는 서류 대부분이 국가에 보관돼 있어 정부 기관끼리 주고받으면 되는데 번거롭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 번만 입력하면 그 내용이 여러 기관과 부처에 공유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정책으로 실현이 되는 건데요. 이 경우 연간 2조원의 비용도 절감될 것으로 디플정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정부용 챗GPT 도입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챗GPT' 열풍도 정부는 주시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초거대AI' 연구 지원과 연계해 정부에서도 사용 가능한 전용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구상인데요. 디플정의 핵심 가치가 '민관의 동반 성장'인 만큼 민간의 가지고 있는 초거대AI를 정부 전용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전 부처 업무에 초거대AI가 활용됨은 물론 'AI 복지 도우미', '대화형 민원도우미' 등의 서비스 실현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밀집 위험 상황을 예측·분석하는 시스템도 도입할 수 있습니다.
(자료=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정부의 구상대로 디지털플랫폼정부가 제대로 자리잡기만 한다면 일상의 많은 부분이 편리해 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한데요. 국민이 체감하는 수준까지 디지털 정부가 구축이 되려면 보다 많은 부분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앞서 윤석열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 시절 '디지털플랫폼정부 TF'를 통해 민간 전문가, 정부기관, 스타트업 등 광범위한 분야를 대상으로 300개에 가까운 과제를 제안받아 우선 과제 14개를 도출한 바 있는데요. 이 중 디플정이 2026년까지 실현하겠다고 밝힌 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것들도 상당합니다. 현재까지는 운전면허증만 가능한 모바일 신분증도 개선 과제로 꼽혔었는데요. 사용할 줄 알면 편리하지만 발급 과정도 여전히 번거로운 점이 있으며 비슷한 역할을 하는 민간 서비스는 활용 영역이 제한적인 것도 불편사항으로 꼽힙니다.
보다 다양한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부처 간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각 부처가 갖고 있는 고유 데이터의 자유로운 공유가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선행 요건인데, 이를 일종의 '권력'으로 생각해 쉽게 양보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디플정 출범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행정안전부가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기싸움을 벌였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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